평번(平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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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문하여 죄의 경중을 참작하고 억울함을 심리함.

내용

평번[平反]은 피의 사실을 거듭 조사하여 공평하게 판결하거나 혹은 신중히 조사하여 죄를 가볍게 해 주는 것을 말한다. 당론이 문제가 되었던 시기에는 당파의 세력이 엎치락뒤치락할 때 이전에 죄를 입었던 당파 사람들의 죄를 다시 심리(審理)하여 용서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죄를 심문함에 있어서 법을 맡은 관리들이 가져야 할 태도를 지칭한다. 자기의 의견에 구애되지 말고 부화뇌동하거나 인순(因循)하지 말며 죄수가 쉽게 자백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옥사가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않도록 하며, 여러 면에서 힐문하고 되풀이해서 죽은 자는 원한을 갖지 않도록 하고 영어(囹圄)에 죄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조 등의 사법 기관에서 죄인의 죄상을 거듭 살피고 경중(輕重)을 참작하는 일 등은 재판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사법 관리들이 취해야 하는 기본자세라 하겠다.

평번은 죄를 공평하게 심리하거나 재심리한다는 뜻과 더불어 혹시라도 억울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를 밝혀 죄를 가볍게 해야 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관리들이 판결할 때 평번하지 못해 억울함이 많이 생기게 되면 이는 곧 화기(和氣)를 손상시키는 일이었다. 옥사를 담당한 관리들이 법문(法文)만 따져서 가혹하게 하는 것을 능하다 여기고 엄하게 검찰(檢察)하는 것을 밝다고 여기는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인서(仁恕)를 바탕으로 한 평번의 자세가 요구되었다.

『한서(漢書)』 「전불의전(雋不疑傳)」에도 평번의 웃음이라 하여 한(漢)나라 준불의(雋不疑)가 매번 고을을 순행하며 죄수를 처결하고 돌아오면, 그 어머니가 불의에게 죄를 감면하여 살린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 많이 살렸다 하면 즐거워 웃었다는 얘기가 실려 있다. 이처럼 재판을 신중히 하고 거듭 심리하여 가능하면 죄수를 살려 주려고 하는 흠휼(欽恤), 휼형(恤刑)은 재판을 담당하는 관리들에게 요구되는 의무이자 덕목이었다.

용례

刑獄之失 致怨尤急 不可不愼也 近年法官 率皆務得剛明之名 不務平反 先設罪科 迫而納之於中 如不承服 加以拷訊 此風已成(『세종실록』 28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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