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력(太初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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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역법인 태음태양력의 근원으로서 기원전 104년 한(漢) 무제(武帝) 시기에 제정하여 공식 반포한 동아시아 최초의 역법명.

개설

현재 우리가 쓰는 달력은 서양에서 1582년에 공포한 그레고리 태양력이며, 이는 다시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6년에 공식 반포한 율리우스력을 근본으로 삼는다. 이 율리우스력보다 약 60년 앞서 한 무제가 기원전 104년 11월에 반포한 동아시아 최초의 제정 달력이 바로 태초력이다.

내용 및 특징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하면서 제각기였던 역법의 통일도 추구하였지만 공식적으로 반포하지는 못하였는데, 이는 후일 전욱력(顓頊曆)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비해 한 무제는 당시 새롭게 관측한 여러 천문학 관측치 등을 바탕으로 삼고 또 여러 역법 이론을 정비하여 태초력이란 이름으로 공식 반포하였다. 위대한 시간의 처음이라는 뜻을 지니는 태초(太初)는 당시 방사(方士) 그룹의 황노학(黃老學) 관점에서 제기하였던 우주론이자 시간이론인데 이를 역법의 이름을 삼아 최초의 반포력으로서 권위를 더하고자 하였다.

태초력의 제작자는 『사기』「역서(曆書)」에 따르면, 당시 방사 출신으로서 천문학자였던 등평(鄧平)과 낙하굉(落下閎), 당도(唐都) 등이며, 이들은 1태양년 주기를 365와 385/1539일, 1삭망월 주기를 29와 43/81일로 계산하였다. 이 월주기에서 81을 분모로 쓴다 하여 등평의 태초력을 다른 말로는 팔십일분율력(八十一分律曆)이라 부른다.

변천

한 무제는 즉위 뒤 방사 당도를 불러 이십팔수(二十八宿)의 거도(距度)를 측정토록 하였고, 방사 낙하굉에게는 천체 운행을 추산케 하는 등 역법 개정을 준비하였는데, 기원전 104년 11월 1일이 동지일이자 갑자일이고 음력 1일이자 야반에 입기한다고 역산되어 이날 즉, 갑자 야반 삭단 동지일을 기하여 태초력 개력을 전격 선포하였다. 태초력의 역수는 1년 길이가 365.25016일이고, 1삭망월은 29.53086일이다. 『사기』의 「태사공자서」에 따르면, 천문가이자 방사인 당도는 사마천의 부친인 태사공 사마담(司馬談)에게 천문학을 가르친 스승이다.

이렇게 시작된 태초력의 공식 반포 기간은 기원전 104년에서 기원후 84년까지로 공히 188년간 사용하였다. 이후로는 회귀년 길이를 365일과 4분의 1일을 사용한다고 하여 붙여진 사분력(四分曆)이 기원후 85년부터 263년까지 후한대 179년간 사용하였다. 이에 진시황대는 전욱력, 전한대는 태초력, 후한대는 사분력이라는 등식이 설정된다.

태초력이 만든 역법 질서와 원리는 현대의 우리에게까지 전승되어 그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이전의 전욱력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1년의 시작점에 대한 계절의 순서이자 세수(歲首)의 문제이다. 진시황대의 전욱력은 1년의 시작을 겨울로 잡았으며, 이것은 당시 유행한 오행 사상에서 만물의 기운이 잠들어 머금어 있는 수(水)를 오행 중 으뜸으로 인식하였는데 이를 따라 수의 계절인 겨울을 1년의 첫 계절로 삼았다. 이에 1년은 동춘하추 순서가 되었다. 이때 겨울의 시작은 10월인 까닭에 전욱력은 1년의 세수를 10월에 둔다.

이에 대해 태초력은 1년 계절의 순서를 만물이 생동하는 봄으로 삼았으며, 봄철의 시작은 또한 1월인 까닭에 인월(寅月)을 1년의 세수로 개력하고서 이를 정월(正月)이라 불렀다. 이에 지금과 같은 춘하추동의 순서가 되었다. 태초력을 보완한 전한말 유흠(劉歆)의 삼통력(三統曆)에 따르면, 정월 인월을 세수로 삼은 것은 천지인 중에 인통(人統)을 따른 것이며, 하·은·주 삼대 중에서 하나라의 정삭(正朔)을 따른 것이라 하여 하정(夏正)이라 불렀다. 이렇게 하여 태초력에서 수립된 맹춘(孟春) 건인(建寅) 정월(正月) 하정(夏正)의 세수 전통이 이후 몇 번의 개변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전해져 우리가 쓰고 있다.

참고문헌

  • 『국조역상고(國朝曆象考)』
  • 『서운관지(書雲觀志)』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김일권, 『동양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예문서원, 2007.
  •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국역 고려사 지』, 경인문화사, 2011.
  • 陳遵嬀, 『中國天文學史』上中下, 上海人民出版社,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