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실산도(胎室山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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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국왕의 태를 봉안한 지역의 지세 경관을 그린 기록화.

개설

태실은 왕실 자손들의 태반을 묻는 곳으로서, 왕자나 공주·옹주의 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풍수적인 길지에 태실을 조성하여 봉안하였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태실을 설치한 것은 태아를 생명의 근원으로 간주했을 뿐만 아니라 태아의 일생에 미칠 길흉은 물론 왕실 및 국운과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왕자와 왕녀가 태어나면 바로 그해에 길지(吉地)를 골라 안장하고 태실을 만드는 것이 관례였다. 또 태(胎)의 주인공이 왕위에 오르면 ‘석물가봉(石物加封)’이라 하여 기존의 태실을 특별히 화려하게 단장했다. 이런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의궤와 함께 태실과 주변 지세의 경관을 어람용(御覽用)으로 그린 것이 태실산도(胎室山圖)다. ‘태를 묻은 봉우리’란 의미에서 ‘태봉도(胎峯圖)’라 불리기도 한다.

내용 및 특징

태실산도에 대한 기록은 주로 세종대에 자주 보인다. 태를 봉안할 때에는 태실도감(胎室都監)을 설치하여 길지를 택하도록 하는 것이 전례였다(『세종실록』 즉위년 8월 14일). 태실에 봉안을 마친 후 태실산도의 제작은 국가에서 파견된 태실(胎室) 증고사(證考使)가 주도하고 화원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1419년 세종이 태실 증고사정이오(鄭以吾)를 진양에 파견하여 태실산의 주변 지세를 그려오게 한 사례에서 확인된다(『세종실록』 즉위년 10월 25일).

세종대 진양에 있는 태실은 대개 시위(侍衛)하는 품관(品官) 8인과 수호(守護) 8인을 두어 관리했던 사례도 보인다(『세종실록』 즉위년 11월 1일). 또한 태실이 조성된 주변에 있는 오래된 무덤과 절을 모두 철거하고, 괴상하게 생긴 나무나 돌도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세종실록』 26년 1월 7일).

현전하는 태실산도는 총 4점으로 모두 18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는 1785년의 「장조태봉도」와 1806년의 「순조태봉도」, 1847년의 「헌종태봉도」 등 3점이 전한다. 이들 태봉도는 정조대부터 헌종대에 제작된 것으로, 장조와 순조, 헌종의 태실은 각각 경상북도 예천과 충북 보은, 충남 예산에 있다. 이 중 장조(莊祖)의 태실은 왕으로 추존되기 이전인 1785년(정조 9)에 이례적으로 석물 조성이 이뤄졌으며, 태실 이름도 당시 묘호(廟號)를 따 ‘경모궁태실(景慕宮胎室)’로 기록돼 있다. 장서각에 소장된 태봉도 3점은 조선말기 왕실 서고의 하나인 창덕궁 봉모당(奉謨堂) 소장본으로, 1910년 필사된 『봉모당봉장서목(奉謨堂奉藏書目)』에 기록된 제명(題名)과 장서각 소장본 족자 겉면에 적힌 제명이 거의 일치한다. 다만 사도세자가 ‘장조’로 추존된 것이 1899년(광무 3)이기 때문에 족자의 제명은 1899년 이후에 썼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은현속리산태봉도(報恩縣俗離山胎峯圖)」는 장서각 소장 「순조태봉도」와 족자 형태는 물론 그림의 내용, 필치까지 흡사해 한 사람의 화가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존하는 태봉도 4점은 모두 종이에 수묵 담채로 그려져 있다. 태봉을 둘러싼 주변 능선을 높은 시점에서 조망한 부감법(俯瞰法)으로 태실 전체의 지형과 지세를 표현하고 있어 명산을 그린 총도(總圖) 또는 전도(全圖)식 구도와 유사하면서도 왕실 능묘를 그린 산도(山圖)식 지형도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장조태봉도」는 풍수지리적 측면을 강조한 기존 산도식 지형도의 전통이 강하지만, 순조의 태실을 그린 「순조태봉도」는 속리산의 전경을 그린 총도식 구성으로 19세기 초기 지형도의 양상을 엿볼 수 있다. 반면에 충남 예산군 덕산면가야산 아래 위치한 헌종의 태실을 그린 「헌종태봉도」는 겸재정선의 실경산수화와 비슷해 태봉도 회화 양식의 진전을 보여준다.

사료적 가치

왕실의 태를 묻은 태실을 중심으로 주변 지리적 형세를 산도 형식으로 부감하여 묘사한 것으로, 18세기 이후 왕실의 안태문화(安胎文化)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료이다.

참고문헌

  • 윤진영, 「장서각 소장의 태봉도 3점」, 『장서각』 13, 장서각, 2005.
  • 장지연·정은주, 「2장 지역과 지도-3. 산릉과 사찰지도」, 『국토의 표상』, 동북아역사재단,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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