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집요(胎産集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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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등 부인과 질환에 대한 전문 의서로, 허준이 조선전기에 편찬한 『태산집』을 전범으로 한글로 언해하여 간행한 책.

개설

『언해태산집요(諺解胎産集要)』는 허준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완성하기 두 해 전인 1608년(선조 41)에 부인병과 산과(産科)에 관한 내용을 한글로 언해하여 부녀자들에게도 널리 읽힐 수 있도록 한 책이다.

편찬/발간 경위

『언해태산집요』 본문 마지막 장에 ‘만력삼십육년정월일내의원개간(萬曆三十六年正月日內醫院開刊)’이라고 적은 간기(刊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1608년(선조 41)에 간행된 것이었다. 혹자는 이 책을 1434년(세종 16)에 노중례(盧重禮)가 지은 『태산요록(胎産要錄)』을 바탕으로 증보하여 언해한 것으로 생각하고 소개한 경우가 많았다. 『언해두창집요(諺解痘瘡集要)』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많은 사람이 세조대 나온 임원준의 『창진집(瘡疹集)』을 모태로 언해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오해는 허준이 『두창집요(痘瘡集要)』의 발문에서 선대의 『구급방(救急方)』·『태산집(胎産集)』·『두창집(痘瘡集)』 등을 간행한 전거(典據)에 연원을 두고 취지를 계승하였음을 밝힌 것을 피상적으로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비교해 보면 극히 일부 내용을 인용한 것 외에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식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허준 저작의 독자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서지 사항

『언해태산집요』는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조선대학교, 영남대학교 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본 『언해태산집요』는 1608년(선조 41)에 내의원에서 발행한 것으로, 목판본 1책(81장), 책의 크기는 36.8×23.3㎝였다. 광곽(匡郭)은 사주쌍변(四周雙邊)으로 반곽(半郭) 24.7×17.2㎝, 유계(有界), 11행(行) 20자(字)로 판심(板心)은 상하내향이엽화문(上下內向二葉花紋)이었다.

구성/내용

서문과 발문[序跋]은 없고 목록만 붙어 있으며 대부분의 내용이 『동의보감』의 「잡병편」 부인문의 본문과 유사하므로 저작 시기로 볼 때 1610년(광해군 2)에 편찬이 완료된 『동의보감』 집필 시 원본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언해본이라는 특성 때문에 원본의 번역본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전본이 모두 원문과 언해가 조문마다 대역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원문만 실려 있는 별도의 『태산집』이나 『두창집』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초부터 하나의 독립된 저작으로서 기획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시기적으로도 『동의보감』에 앞서 간행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산과 부문에 대한 훌륭한 전범을 이루는 기념비적 저작으로 재조명해야만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의보감』을 비롯한 허준의 몇 가지 작품에 대하여 주요 내용이 겹친다는 사실만으로 선대의 의학 이론과 명의들의 처방 혹은 중국 의서들을 취합하여 종합 정리하였다는 식의 평가나 소개하는 글은 매우 부적절하였다.

형태를 살펴보면, 불분권 1책의 목판본으로 되어 있었다. 목차는 구사(求嗣), 잉태(孕胎), 태맥(胎脈), 험태(驗胎), 변남녀법(辨男女法), 전녀위남법(轉女爲男法), 오조(惡阻), 금기(禁忌), 장리(將理), 통치(通治), 안태(安胎), 욕산후(欲産候), 보산(保産), 반산(半産), 찰색험태생사(察色驗胎生死), 하사태(下死胎), 하포의(下胞衣) 등으로 열거되었다. 뒷부분에 산전제증(産前諸證), 산후제증(産後諸證)이라는 항목 아래 여러 가지 임신 질환과 산후 병증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산전제증에는 자간(子癎)·자번(子煩)·자종(子腫)·자림(子淋)·자리(子痢)·자학(子瘧)·자수(子嗽)·자현(子懸)·감한(感寒)·불어(不語)·아재복중곡(兒在腹中哭)·복중종명(腹中鍾鳴)이 있고, 산후제증에는 아침통(兒枕痛)·혈훈(血暈)·혈붕(血崩)·뉵혈(衄血)·천급(喘急)·해역(咳逆)·불어(不語)·발열(發熱)·유현(乳懸)·음탈(陰脫)·과월불산(過月不産)·하유즙(下乳汁)·임산예비약물(臨産豫備藥物)·첩산도법(貼産圖法)·부초생소아구급(附初生小兒救急) 등이 있었다.

다만 내용 구성에서 서로 다른 몇 가지가 구분되지 않은 채 동일한 수준에서 나열식으로 전개된 것으로 보아 치밀하게 구성되지는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 책이 시의적인 필요성에 의하여 급하게 편찬되었음을 시사하였다. 『태산요록』과 비교해 볼 때 첫머리에 태교론(胎敎論)이 빠진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본문 첫 장에는 ‘언해태산집요’라고 쓰인 내제 아래 ‘자식배여난난종요뫼혼방문’이라고 제목부터 풀어 놓았다. 이어 다음 줄에 ‘어의신허준봉교찬(御醫臣許浚奉敎撰)’이라는 명문이 있어 허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본문 마지막 장에 감교관(監校官)으로 거명된 이희헌(李希憲)·이옥(李珏)은 같은 해 9월에 『의림촬요속집(醫林撮要續集)』을 간행할 때도 함께 활약한 인물이었다. 본문의 기술 방식을 보아도 조선전기의 문헌처럼 먼저 인용 문헌을 앞세워 ‘○○曰’이라고 쓰는 방법을 취하였다. 이것 역시 이 책이 『동의보감』의 간행에 앞서 특정 목적에 의하여 편찬된 것임을 보여 주는 증거였다.

참고문헌

  • 한국한의학연구원 편. 『의성허준저작집』해제 , 한국한의학연구원, 2014.
  • 안상우, 「『諺解胎産集要』-자식 배어 낳는 중요한 方文」, 『고의서산책』 225회, 민족의학신문,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