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요록(胎産要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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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4년(세종 16) 노중례(盧仲禮)가 임신과 갓난아이에 대하여 쓴 전문 한의 산과(産科) 의학서.

개설

『태산요록(胎産要錄)』은 임신과 갓난아이에 대하여 쓴 전문 한의 산과(産科) 책이다. 1464년 조선의 명의로 이름 난 한의학자 전의감(典醫監) 판사(判事)노중례가 세종(世宗)의 명을 받아, 상·하권으로 편찬하여, 1책으로 출판하였다. 이 책은 태산(胎産)과 어린아이의 질병 치료를 다루고 있으며, 상권은 임신과 태교의 법을 21항목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논하였고, 하권은 영아를 보살피는 방법에 대해 28항목으로 구분하여 기재하였다.

이 책은 영ㆍ유아 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관련 의학 지식을 대중들에게 보급하고자 편찬하였다. 이는 모자(母子) 건강의 필요성을 국가에서 인식하고, 이를 위해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편찬한 서적이라는 데에 그 의의를 가진다. 또한 이 책은 전문적인 의학지식 보다, 산모나 조산원 등 일반인들이 출산 전후에 알아야 할 지식을 중심으로 서술하여, 출산 및 양육 지침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변증(變蒸)ㆍ객오(客忤) 등의 소아의 상견 질병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태산서와 차별화 되고 있다. 이는 출산 당시뿐만 아니라, 소아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잘못된 대처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의 저자 노중례의 출생 시기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1452년(문종 2)에 사망하였는데, 조선 시대 전기의 의관으로서 의학과 의술에 뛰어났으며, 특히 부인병 치료에 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23년(세종 5)에 중국에 가서 우리나라 고유의 약재인 향약(鄕藥) 62종의 성분을 분석해 왔으며, 1431년(세종 13)에는 전의감 정(正)으로서 유효통(兪孝通), 박윤덕(朴允德) 등과 함께 『향약채취월령(鄕藥採取月令)』을 편찬하여 식물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하여 널리 이용할 수 있게 했다.

1433년(세종 15)에는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의 편찬을 완료했다. 이 책은 『향약제생집성방(鄕藥濟生集成方)』을 기본으로 하여 중국 의서와 국내 의서를 모두 편람한 후 편찬하였기 때문에 그 당시 최고(最高)의 향약방 서적으로 꼽혔다. 그리고 이듬해인 1434년에는 산부인과 의서인 『태산요록』을 편찬했는데, 이것은 태교(胎敎)와 영아 보호를 목적으로 하였다.(『세종실록』 16년 3월 5일) 이후 이 책은 주자소(鑄字所)에서 인쇄하여 반포되었으며, 산모 및 영·유아의 보호를 위하여 널리 전파되었다. 이 책은 조선 중기까지 널리 쓰였으나, 중기 이후에는 구하기 힘든 서적이 되었다.

서지 사항

2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로 23.6cm, 가로 14.2cm이다.

지질은 한지이고, 현재 가천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구성/내용

『태산요록』은 상권과 하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권은 주로 태산교양(胎産敎養)의 법을 논하고, 하권은 주로 유아의 보호법을 기술하였는데, 그 목차는 다음과 같다.

상권에는 태산문(胎産門)에 관한 것으로 태교론(胎敎論)·양태근신법(養胎謹愼法)·태살피기산전장호(胎殺避忌産前將護)·십이월산도(十二月産圖)·임신난산유오(姙娠難産有五)·산보제방(産寶諸方)·장호산부(將護産婦)·산후피기(産後避忌) 등 20항목을 열거하였다.

하권에는 영아장호문(孀兒將護門)에 관한 것으로 거아법(擧兒法)·단제법(斷臍法)·초생세아법(初生洗兒法)·장포의법(藏胞衣法)·택유모법(擇乳母法)·유아법(乳兒法)·유모기신법(乳母忌愼法)·소아시포법(小兒始哺法)·통변법(通便法)·소아식기(小兒食忌)·소아행지(小兒行遲) 등 27항목을 다루었다.

이 책의 인용서목 중에는 당(唐)나라의 『천금방(千金方)』, 송(宋)나라의 『성혜방(聖惠方)』·『성제총록(聖濟總錄)』·『직지방(直旨方)』·『비급대전(備急大典)』·『득효방(得效方)』 등을 비롯하여, 산부인과의 전문서로는 『부인대전양방(婦人大全良方)』·『태산구급방(胎産救急方)』·『왕악산서(王岳産書)』·『산서(産書)』·『산서집록(産書集錄)』을 들고, 소아과의 전문서로는 『활유구의(活幼口議)』·『전씨소아방(錢氏小兒方)』 등을 들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당·송의 고전 의학서와 함께 태산 및 소아의 전문서들을 참작하여, 산부의 임신, 분만 및 산전·산후에 필요한 사항과 신생아 및 유아들의 양호와 치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들을 정연하고 알기 쉽게 서술하였다.

한편 이 책에서는 임신 중 모유수유금기의 원인을 서양 의학과 다르게 보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산모와 임신 중인 태아를 보호하기 위하여 모유수유를 제한하였으나, 한의학에서는 모유를 먹는 소아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모유수유를 금기하였다. 그리고 출산 3일 뒤에 시행하는 목욕법인 ‘삼조욕아법(三朝浴兒法)’은 더러움을 씻어내기 위한 목욕의 본래 의미보다 소아에게 빈발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선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동안 태교와 전통적인 산후조리법, 자녀양육법 등이 시행되어 왔으나, 근대화를 거치면서 이런 문화들은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이라는 오명 하에 평가절하되어, 많은 부분을 잃어 버렸다. 그런 가운데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태교가 심신과학으로 인정되고, 전통적으로 행해지던 산후조리나 양육법 등이 우리의 체질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태산학(胎産學)은 미래의 인재를 건강하게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오늘날에도 그 중요성이 인정되는 학문이며, 이런 맥락에서 조선 전기에 널리 읽힌 이 책의 내용은 다시 참고할 만하다 하겠다.

참고문헌

  • 『세종실록(世宗實錄)』
  • 김신근, 『한의약서고(韓醫藥書攷)』, 서울대학교출판부, 1987.
  • 김신근, 『태산요록·언해태산집요·태교신기·산방수록·의보』, 여강출판사, 1992.
  • 이민호ㆍ안상영ㆍ권오민ㆍ하정용ㆍ안상우, 「세종 대의 의관 노중예의 삶과 의사학에의 공헌-향약 및 산부인과 의학의 발전과 관련하여」, 『한국한의학연구원논문집』14-2, 한국한의학연구원,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