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대만법(七大萬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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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에 편찬된 1권 23장으로 구성된 불교 교리서.

개설

『칠대만법(七大萬法)』은 1569년(선조 2) 경북 풍기(豊基)의 희방사(喜方寺)에서 간행된 1권 23장의 목판본 불교 교리서이다. ‘진여세계(眞如世界)’, ‘삼신여래(三身如來)’, ‘성적등지(惺寂等持)’의 3부분과 간기 및 시주기로 되어 있다.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 ‘견(見)’, ‘식(識)’의 칠대(七大)가 조화를 이루어 우주 만물을 형성하는 것을 밝히고, 이것이 곧 불성(佛性)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지 사항

총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질은 한지이다.

‘융경 3년(1569년) 기사 5월에 경상도 풍기 소백산 희방사에서 찍어내다(隆慶三年己巳五月日慶尙道豊基小伯山池叱方寺開板)’란 기록이 있어 그 편찬 시기는 알 수 있으나, 저자는 미상으로 남아 있다.

판식(版式)은 일정치 않은데, 이는 시주자(施主者)에 따라 판각을 달리 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통 광곽은 사주 단변, 판심은 상하내향 흑어미, 행격은 유계 9행 18자로 되어 있으나, 글자 수는 일정치 않다.

이 책의 판본은 희방사에 간수되어 오다가 한국전쟁 당시 1951년에 『월인석보(月印釋譜)』 권1의 판목과 함께 불타 사라졌다. 현재 전하는 책은 국한 혼용문으로만 되어 있으므로, 언해본이라 하기는 어렵다.

현재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소장 중이다.

구성/내용

『칠대만법』은 국한문 혼용 부분만 있고, 한문으로 된 원전은 없다. 이 때문에 이 책의 성격에 대해서는 저술, 번역, 언해 사이에서 의문이 분분하다. 그러나 단순히 불경을 번역, 또는 언해한 것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이 저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두루 섭렵한 뒤에 불자들이 불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자 당시 현실에 맞게 새로 재구성한 저술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의 저본은 『능엄경(楞嚴經)』ㆍ『화엄경(華嚴經)』ㆍ『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등이다.

이 책의 본문은 진여세계(眞如世界)·삼신여래(三身如來)·성적등지(惺寂等持)의 세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진여세계에서는 열반과 법성(法性)의 세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진여세계를 이루고 있는 칠대 구성요소인 지·수·화·풍·공·근·식을 상술하고, 이와 같은 칠대가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기본적 요소로 보고 있다.

둘째, 삼신여래에서는 삼신여래에 관해서 설명하였다. 먼저 법신(法身)은 진여의 몸으로 항상 우주에 편재(遍在)하며 항상 구체적이라고 하였다. 보신(報身)은 법신에 의거하여 그 과보로서 나타난 색신(色身)이며, 화신(化身) 역시 법신을 모체로 하여 신통자재하게 나타난 화현(化現)의 몸이라고 하였다. 여래의 주체는 법신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성적등지에서는 깨달음의 두 가지 조건으로 ‘밝음[惺]’과 ‘고요함[寂]’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설명하였다. 즉 깨달음이란 매사에 형통하고 무명(無明)을 없애는 근원적인 힘이지만, 동시에 반석 같은 고요함이라는 것이다. 이 성적등지는 논리적 모순이지만 경험적 실재(實在)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칠대만법』의 국어학적 특징으로는 다음과 같다. 16세기 후기 경상도 방언의 특이한 요소와 음운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은 이에 걸맞는 자료를 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용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이 시기의 중앙어는 ‘ㅸ’의 변화형이 반모음 ‘오/우’로 나타나는 데 반해 경상도 방언은 이와 동일하게 변화한 형태들이 발견됨과 동시에 중앙어의 반모음 ‘오/우’에 대당하는 반사형이 ‘ㅂ’으로 나타나는 어휘가 발견된다. 또한 중앙어에서 ‘ㅿ’음이 ‘o’로 바뀌는 변화형이 경상도 방언에서는 ‘ㅿ’이 ‘ㅅ’으로 나타난다.

또한 16세기 후기 국어는 음운사적으로 볼 때, 후기 중세국어에서 근대국어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닌 시기로, 국어의 통시적 음의 변화를 고찰하는 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통시적으로는 16세기 후기 국어는 후기 중세국어에 속하지만, 근대국어의 요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근대국어의 표기법으로 자리 잡은 분철이 『칠대만법』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 밖에 ‘ㆍ’의 동요, 받침에서 ‘ㄷ’와 ‘ㅅ’의 혼기, ‘ㄱ’탈락의 혼란, 유기음화의 부분적 실현 등의 특징 역시 보인다.

이 책에서는 ‘ㅸ’, ‘ㅿ’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두 자음군의 표기로는 ‘ㅅ’계, ‘ㅂ’계, ‘ㅄ’계가 보인다. 방점은 표기되지 않았다. 또한 이 책에서는 중철 표기의 예들은 형태소 경계에서 폐음화(閉音化) 규칙이 적용되었으며, 발음의 편의를 위해 후행 음절 두음(頭音)에 선행 음절 자음이 첨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眞色기라’, ‘萬物를’, ‘子息기’ 등과 같이 한자어의 마지막 자음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한자어의 마지막 자음이 중철 표기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 박종국, 『한국어 발달사』, 세종학 연구원, 1996.
  • 이기문, 「십육세기 국어의 연구」, 『문리논집』 4, 서울대학교, 1959
  • 최현배, 『고친 한글갈』, 정음사, 1961.
  • 홍윤표, 「칠대만법 해제」, 『칠대만법·영험약초·권념요록』, 홍문각,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