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의(取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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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보다 의미를 중시하는 『주역』의 해석 방법.

개설

취의(取義)는 『주역』의 64괘를 괘사와 효사에 담긴 의미와 처세의 교훈을 밝혀내는 해석 방법을 말한다. 참위설(讖緯說)을 바탕으로 하여 역(易)의 상(象)과 수(數)를 중시하는 경방(京房)·마융(馬融)·정현(鄭玄)·소옹(邵雍) 등의 상수역(象數易)에 대해, 재이설(災異設)에 바탕을 두고 역의 의미를 중시하는 왕필(王弼)·정이(程頤) 등의 『주역』 해석 방법을 취의라고 하며, 이러한 연구를 통해 축적된 역학을 의리역(義理易)이라고 한다.

내용 및 특징

『주역』의 본문은 8괘(八卦: ☰☷☳☴☵☲☶☱)를 상하로 중첩한 64괘, 각 괘와 효에 붙여진 해설로 구성되었다. 8괘는 『주역』 자체에 규정된 방식에 의해 여러 사물과 덕목을 상징하는데, 그 해석 방법에는 전통적으로 상징을 중요시하는 입장과 의미를 중요시 하는 입장으로 나뉜다. 상징을 중요시하는 상수역은 예를 들면 리괘(履卦: 上乾☰下兌☱)에는 호랑이, 사팔뜨기, 절름발이 등의 표현이 있는데, 이 경우 문구 전체의 의미보다는, 건괘와 태괘 또는 괘변(卦變) 이론을 활용하여 호랑이, 사팔뜨기, 절름발이 등의 상징이 어디에서 나왔는가를 괘(卦)의 형태 속에서 밝히려고 하는 데 치중한다. 이에 반해 의미를 중요시 하는 의리역은 비유적인 상징에 구애됨이 없이 문구 전체의 의미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즉 앞의 예에서 보면 호랑이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뜻하며, 사팔뜨기나 절름발이는 현재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대의(大意)를 파악하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위진시대의 왕필(王弼)은 한대(漢代)에 성행했던 취상의 방법론을 무의미하다고 하여 거부하고 『주역』 전체를 인간의 윤리·처세의 지혜로써 해석하여 『주역주(周易注)』를 남겼다. 왕필의 역 해석은 이후 당대(唐代) 공영달(孔潁達)이 『오경정의(五經正義)』를 편찬할 때 채택되었고, 『주역』 해석은 의리역이 주류를 이루었다.

송대(宋代) 정이(程頤)의 『이천역전(伊川易傳)』도 취의설의 입장을 따른 주석이다. 한대의 상수역은 실제의 점(占)에 관계되는 면이 많았으나, 왕필·정이의 의리역에서는 점에 관계되는 부분을 제거시켜 버렸다. 주희(朱熹)는 정이의 학설을 위주로 하고 소옹의 설을 참작하여 취의설과 취상설을 종합하였는데, 『이천역전』의 해석이 완전히 취상설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서, 역 전체를 오직 비유로서만 이해하였다고 하면서, 옛 성인이라 하더라도 전편이 비유뿐인 책을 지으려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참고문헌

  • 『주역주(周易注)』
  • 『오경정의(五經正義)』
  • 『이천역전(伊川易傳)』
  • 김석진, 『주역전의대전역해』, 대유학당, 1996.
  • 廖名春 외, 『周易硏究史』, 湖南出版社, 1991.
  • 朱伯崑 외, 『周易知識通覽』, 齊魯書社,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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