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초(川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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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향과의 초피나무에서 열리는 열매.

개설

초피나무의 열매이다. 촉초(蜀椒)라고도 불렸는데, 중국의 사천성(四川省)에서 많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반도와 중국 대륙, 일본 열도 등지의 자연에서 자생한다. 일본의 재배종인 산쇼[山椒]와는 다르다. 초피를 잘못 읽어 ‘제피’라고도 불린다. 매운맛을 내기 때문에 음식에 넣는 향신료로 쓰였으며, 술의 도수를 올리는 데도 이용되었고, 주로 약재로 쓰였다.

원산지 및 유통

동아시아 일대가 원산지이다. 한반도에서도 자생하는데, 그 이름은 중국에서 유래하였다. 천초는 채집을 해서 구했던 향신료이다. 1527년(중종 22)에 간행된 예산본(叡山本)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천초의 다른 말로는 진초·촉초·초피가 있다고 했다.

허준(許浚)이 쓴 『동의보감(東醫寶鑑)』「탕액편(湯液篇)」에서는 ‘촉초’를 ‘천초’라고도 부른다면서 중국 촉(蜀) 지방에서 이름난 매운 열매를 가리킨다고 했다. 촉은 오늘날의 사천성을 가리킨다. 중국에서는 사천성을 줄여서 ‘천(川)’이라고 쓰기 때문에 ‘촉초’가 ‘천초’가 되었다. 서호수(徐浩修)는 『해동농서(海東農書)』에서 천초를 약재로 파악했다. 그러면서 본래 촉초인데, 한글로는 ‘쵸피나모’, 다른 이름으로 천초·파초·한초라 한다고 했다.

조선후기에 고추가 들어와 재배되면서 천초는 다시 산에서 나는 매운 것이란 뜻으로 ‘산초(山椒)’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오늘날의 ‘산초’는 재래의 것과 함께 20세기 이후 한반도 남부 지역에 널리 퍼진 일본의 ‘산쇼[山椒]’를 일컫는 말로 잘못 쓰이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천초와 산쇼는 다르다. 천초(Sichuan pepper, Zanthoxylum bungeanum)는 초피나무의 열매이고, 산쇼(Japanese pepper, Zanthoxylum piperitum)는 산초나무의 열매와 잎을 가리킨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것을 구분하여 일본의 산쇼를 제피라고도 부른다. 모양이 비슷해 많은 사람이 혼동하지만 산초는 잎이 매끈하고, 제피는 잎 가장자리가 뾰족하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의하면, 충청도·전라도·경상도·강원도 등지에서 토공·공물·약재로 바쳤다. 특히 강화도호부의 천초가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헌(金尙憲)의 『청음집(淸陰集)』에 의하면, 강화도호부의 천초는 주로 중들이 채집을 했는데, 강화부사를 통해서 그것을 얻고자 하는 관리가 많았다.

연원 및 용도

천초의 가장 으뜸 용도는 약재였다. 그다음이 향신료로 음식의 맛을 좋게 하는 데 있었다. 세조 때의 어의(御醫)였던 전순의(全循義)가 지은 『산가요록(山家要錄)』에는 건천초(乾川椒) 만드는 법이 나온다. “짙은 홍색으로 입이 벌어진 천초를 골라 맛있는 간장에 담근다. 기왓장 위에 종이를 펴 놓고 자주 저으면서 볶아 마르면 꺼내는데, 이때 색이 검어지지 않게 하여야만 그 맵기가 보통의 배가 된다. 또한 껍질을 청주에 담갔다가 말려 가루로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하였다.

『승정원일기』를 살펴보면, 영조 때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천초가 맛을 도운다고 하여 천초로 천초차(川椒茶)나 천초주(川椒酒)를 만들었다. 특히 천초주는 다른 이름으로 초백주(椒栢酒)라고도 불렸다. 천초와 잣나무의 잎으로 만든 술이기 때문이다. 소주를 마시면서 술 도수를 강하게 하려고 천초를 넣는 사대부도 있었다. 효종 때 한형길(漢亨吉)은 중국의 심양(瀋陽)에서 소주를 실컷 마시고도 만족하지 못하여 반드시 천초로 술맛을 돋웠다(『효종실록』 8년 9월 26일). 조선초기부터 대마도 번주가 후추를 제공하여 약으로 사용했는데, 후추가 부족하자 문제가 되었다. 후추를 약에 쓰는 것은 어찌할 수 없지만 음식의 맛을 내는 데는 천초로 대신하면 된다고 하였다(『중종실록』 5년 10월 2일).

생활민속 관련사항

『동의보감』에는 천초독(川椒毒)에 대한 처방이 있다. “천초독은 천초를 잘못 먹어 그 기운이 사람의 인후(咽喉)를 찔러 기가 폐쇄되어 죽게 되는 것인데 대추[大棗] 3개를 먹이면 풀린다. 입을 다문 천초, 즉 합구초(合口椒)를 잘못 먹어 기가 끊어지려 하고 몸이 차지며 저려 올 때는 급히 우물물 1~2되를 먹이면 낫는다. 또 샘물인 지장(地漿)을 먹이거나, 검은콩즙인 흑두즙(黑豆汁)이나 인뇨(人尿)를 먹인다.”고 했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동의보감(東醫寶鑑)』
  • 『산가요록(山家要錄)』
  • 『청음집(淸陰集)』
  • 『해동농서(海東農書)』
  • 『훈몽자회(訓蒙字會)』
  • 김종덕, 「‘고쵸’에 대한 논쟁」, 『농업사연구』제8권 1호, 한국농업사학회, 2009.
  • 주영하, 「한국 향신료의 오래된 역사를 찾아서」, 『향신료의 지구사』, 휴머니스트,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