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遷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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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있던 무덤을 장소를 달리 하여 새로 옮겨 묻는 것.

개설

천장은 풍수지리를 믿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집안 또는 왕실에서 무덤을 쓴 이후 수년 혹은 십 수 년에 걸쳐 그 집안 또는 왕실에 우환이 생기면 그 원인을 무덤을 잘못 쓴 탓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우환이 생기지 않을 만한 장소를 다시 골라서 새로이 무덤을 옮겨 조성하게 되는데, 이때 풍수지리 이론과 들어맞는 곳을 선정한다. 천장은 대부분 동일한 사람의 무덤을 옮기는 일이 많은데, 살아서 부부였지만 무덤을 달리하였을 때 같은 곳에 묻어 주고자 옮기는 경우도 있다. 이때 쌍분으로 조성하면 두 관을 따로따로 거리를 두고 두 개의 봉분을 만들고, 단분으로 조성하면 두 관의 간격을 약간 떨어뜨리거나 간격 없이 붙여 쓰기도 한다.

내용 및 특징

음택 풍수지리 이론에 비추어 보면, 한 집안의 미래는 음택의 장소와 환경이 어떠한지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시대에 천장이 이루어지는 것은 유교 사회에서 제사를 지낼 후사가 끊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는 제사를 숭봉한 유교 사회이면서 풍수지리가 중요 문화 콘텐츠로 기능했던 사회이니만큼 왕실이나 집안의 전도를 걱정해서 천장을 실행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조선시대 최초의 이장 기록은 태조이성계의 선조인 목조를 천장한 『태조실록』의 일이다[『태조실록』 총서 6번째기사].) 이후 태종대에 신덕왕후(神德王后) 강씨(康氏)의 분묘를 천장하였고(『태종실록』9년 2월 23일),) 덕릉(德陵)·안릉(安陵)을 천장하기 위해 조회를 폐하기도 하였다(『태종실록』10년 10월 26일).

이후 영릉(寧陵)으로의 천장, 즉 예종 때 세종의 능묘를 헌릉(獻陵)의 서쪽에서 경기도의 영릉으로 천장하기로 하였는데[『예종실록』 즉위 12월 26일 1번째기사], 이는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천장 사례이다. 세종대왕의 원래 능묘는 당시의 대소 관료와 학자들의 현장 답사 및 다양한 풍수지리서의 내용에 비추어서 조성되었지만, 능을 조성한 지 19년 동안 불미스러운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세종을 이어 등극한 문종은 재위 2년 만에 종기로 죽고, 단종은 재위 3년 만에 사약을 받았으며, 세조는 재위 13년 만에 지병으로 죽게 되자 예종 때 세종대왕의 능묘를 이장하려는 논의가 일어나게 된다. 1469년(예종 1)에 세종을 여주로 옮겨 모시려고 광중을 파니, 19년이 지났으나 시신은 물론 삼베 옷 하나 썩지 않았다고 한다. 몇 차례의 천장 논의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영릉의 형세에 대한 토론도 있었지만 결국 그대로 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영우원(永祐園)에서 수원의 융릉(隆陵)으로 천장한 것도 대표적인 천장 사례이다. 정조는 풍수지리를 직접 연구한 대표적인 왕인데, 융릉의 형세를 직접 살펴본 것은 물론 은신군(恩信君)의 묘로 소점한 곳이 풍수적으로 매우 좋지 않다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새로이 천장할 것을 명할 정도였다(『정조실록』 3년 11월 5일)(『정조실록』 13년 7월 11일). 조선시대 말기에는 흥선대원군이 정만인(鄭萬仁)이라는 지관의 말에 따라 아버지 남연군(南延君)을 이장하여 고종이 즉위하였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변천

조선시대에 천장은 왕실은 물론 사대부가를 비롯하여 일반 평민들까지도 자주 실행했던 부분이다. 천장은 이장(移葬)이라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왕의 경우에는 천봉(遷奉)이라고도 하였다. 기원전의 문헌 기록에는 개장(改葬)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전란의 와중에서 왕의 시신을 제대로 의례를 갖추어 묻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다시 또 옮겨 묻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이때 잦은 개장과 파묘가 있었다는 것이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드러나 있고, 그 이면에는 조상의 무덤을 훼손하는 것이 후손에게 재앙을 초래한다는 인식이 강하였다.

참고문헌

  • 『주자어류(朱子語類)』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 김혜정, 『중국 고전의 풍수지리 사상』, (주)한국학술정보, 2008.
  • 장성규·김혜정, 『완역 풍수경전』, 문예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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