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오문(千五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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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명정전 북쪽의 왕실 시위 행각에 있는 문.

개설

창경궁 명정전의 동북쪽에는 줄지어 선 행각이 겹겹이 배치된 특이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 일렬로 늘어선 겹겹의 행각에는 궁궐에 부속된 관청이나 부서의 이름이 없고, 용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방·마루·주방·창고 등이 뒤섞여 있었다. 천오문(千五門)은 이 행각들 사이에 있는 문이었다.

위치 및 용도

행각으로만 구성된 이 공간은 창경궁을 가로지르는 금천을 건너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담장 안에 있었다. 행각이 모여있는 첫 번째 열의 북쪽에 있는 문이 보정문(保定門)이며, 이 문을 들어서면 직사각형의 길쭉한 마당이 나타나고, 모여있는 행각들의 공간 안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다음 행각의 열 사이에 있는 문이 만팔문(萬八門)이며, 이 문을 들어서면 역시 비슷한 규모의 마당이 나타난다. 그리고 세 번째 열행각의 북쪽 끝에 있는 문이 천오문이다. 천오문은 행각의 세 번째 열에 설치되었지만 다음 행각으로 들어가는 문은 아니고, 정조가 평소 즐겨 머물며 독서하던 전각이자, 또한 승하하였던 장소인 영춘헌으로 들어가는 행각의 문이다.

천오문의 앞마당에서는 과거 시험을 치르거나, 시험에 합격한 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행사인 방방을 하였다(『정조실록』 19년 윤2월 6일), (『정조실록』 19년 윤2월 26일). 또한 이를 위해 천오문에 엄고(嚴鼓)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왕이 거둥하는 연로의 동선에도 자주 들어갔던 문이다.

변천 및 현황

순조와 그 이전 시기의 궁궐 모습을 잘 보여주는 「동궐도」에서 천오문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고, 1900년대 초 동궐의 현황을 알려주는 「동궐도형」에서도 잘 남아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사라졌고 그 후로 복원되지 않아 지금은 없는 문이다.

형태

천오문은 행각의 끝에 설치된 문으로 행각과 지붕 높이가 같은 평문이고, 「동궐도」 상에는 문짝이 표현되지 않은 1칸 규모의 문이었으나, 주칠을 한 2짝의 판장문이 달려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관련사건 및 일화

혜경궁 홍씨의 탄신일을 맞아 천오문 안 영춘헌 마당에서도 진찬이 베풀어졌는데, 이곳에서는 왕을 비롯한 신료들이 음식상을 받았다. 이날에 앞서, 진찬을 계획하던 정리 당상 이시수가 영춘헌을 둘러보고 여염의 집들보다 규모나 수리 상태가 오히려 좁고 누추하다며 벽지에 때가 탔으니 더러운 정도를 따라 손보아야 한다고 아뢰었다. 그러나 정조는 굳이 번거롭게 굴지 말고 그저 다른 흰 종이로 대충 때워 붙이라고 할 정도로 소탈하고 검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연을 타고 지나가는 길인 연로에 천오문과 만팔문이 있다는 이유로 영춘헌 앞의 문액은 새로 달아 걸 만큼 세심한 성격을 보이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일성록(日省錄)』
  • 『궁궐지(宮闕志)』

관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