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치(蹲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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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재료로 사용한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개설

준치(蹲鴟)는 토란(土卵)을 가리키는 말로 땅속에서 자란 알 모양의 괴경을 식용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 익히면 주식 대용으로도 할 수 있다. 우(芋), 우두(芋頭), 우자(芋仔), 이우(里芋), 토련(土蓮)이라고도 한다.

원산지 및 유통

원산지는 열대 아시아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타원형의 알줄기로 번식하며 약간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잎은 큰 타원형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줄기를 잘라 말려 두었다가 국이나 나물로 이용한다.

준치는 토란의 별칭이다. 토란의 모양이 마치 올빼미가 웅크린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갹록(諧噱錄)』에 장구령(張九齡)이 소경(蕭炅)의 무식함을 알고, 이를 놀리고자 토란을 보내면서 준치라고 썼다. 물건을 받은 소경은 답으로 보내준 토란은 받았으나 준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며, 나의 집에도 괴이한 것이 많으니 그와 같은 악조(惡鳥)는 원치 않는다고 하였다. 이 답서를 받은 구령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며 모두 한바탕 웃었다는 고사가 전해진다.

토란은 고구마나 감자가 한반도에 유입되기 훨씬 전부터 마[薯蕷]와 함께 생산되어 음식 재료로 이용되었다.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에는 토란은 이미 한(漢)나라 때부터 황정책(荒政策)으로 백성들의 굶주림을 구제할 수 있는 작물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토란은 서쪽 지방에서 흉년의 기근을 구제하는 공이 컸다(『정조실록』 22년 6월 5일).

표류했던 제주 사람 김비의(金非衣)·강무(姜茂)·이정(李正) 세 사람이 유구국으로부터 돌아와 여러 섬의 풍속을 말하는데, 채소로는 마늘·가지·참외·토란[母鴟]·생강이 있다고 하였다(『성종실록』 10년 6월 10일). 또 박손(朴孫)을 비롯한 제주사람 12인이 표류하여 유구국에 체류하였다가 돌아와서 그곳의 풍속을 전할 때 농사는 정월에 씨앗을 심어 5월에 수확하고, 6월에 심어 10월에 수확한다. 10월 이후에는 토란을 그 전지에 심어서 연말에 캐는데, 토란은 우리나라에서 심는 것과 같으나 맛이 향긋하여 익히지 않아도 목구멍을 찌르지 않는다고 하였다(『명종실록』 1년 2월 1일).

연원 및 용도

토란은 감자나 고구마에 비해 질감이 부드러우니 이가 부실한 사람도 먹기가 쉬워 노인 봉양음식으로 좋았다. 『다산시문집』에는 토란에는 특이한 맛이 있고, 뜰에 토란을 많이 심은 것은 옥삼(玉糝)이 입맛에 맞아서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토란은 추석 즈음에만 먹을 수 있는 절식으로, 음식의 주·부재료로 이용되었다.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토란국을 끓이는 방법이 나오는데, 토란을 깨끗이 긁어 씻어서 흘떼기·무·다시마를 넣고 간장으로 간 맞추어 푹 끓인다고 하였고, 닭을 넣으면 좋다고 하였다.

토란을 주재료로 하는 떡에는 토란병, 토란단자 등이 있다. 만드는 법은 2가지인데, 익힌 토란을 걸러 꿀을 묻혀서 빚거나, 익힌 토란을 찹쌀가루에 섞어 반죽하여 익힌 후 기름에 지지는 방법이 있다. 『주식시의(酒食是儀)』와 『규합총서(閨閤叢書)』의 방법은 토란을 익게 삶아 껍질을 벗기고, 찹쌀가루를 섞어 무르녹게 찧어서 떡을 만들어 참기름에 지졌다. 『주방(酒方)』의 토란편법은 떡 모양을 절편같이 떡살에 박으며, 약과같이 네모지게 해서 기름에 지져 쌀가루를 조금 묻혀도 좋다고 하였다.

『술 빚는 법』에 기록된 토란단자는 토란을 삶아 걸러 놓고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구멍떡을 만들어 삶아 많이 저어 꽈리가 일도록 친다. 밤을 삶아 걸러 밤단자처럼 소를 넣어 꿀을 묻혀 잣가루를 뿌려 쓴다. 잣가루가 없으면 밤가루도 좋다고 하여 소를 넣은 떡이다.

『윤씨음식법(尹氏飮食法)』의 토란단자는 토란을 깨끗하게 벗겨 무르게 삶아 그릇에 개어 굵은 체에 걸러 손에 꿀을 묻혀 만든다. 꿀 섞은 밤소를 넣어 밤 거른 것을 묻히면 좋고 연하기가 밤단자보다 낫다고 하였다. 이 떡은 8~9월의 웃기떡으로 이용되었다. 또 토란떡은 흰떡을 산빙살로 눌러 볶은 팥과 계피로 양념하여 개피떡 모양같이 넷씩 부쳐서 만든다고 하였다.

토란은 탕이나 누르미의 부재료로도 이용되었다. 『정일당잡지(貞一堂雜識)』와 『주식방문(酒食方文)』에 기록된 칠계탕은 닭을 깨끗이 씻어서 표고버섯, 박오가리, 순무, 토란, 다시마, 도라지를 넣고 간장, 기름을 쳐서 항아리나 양푼에 담아 중탕하여 내면 좋다고 하였다. 『주방문(酒方文)』의 석화누르미는 굵은 굴을 따뜻한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간한 물에 씻고, 삶은 토란과 두부를 섞어 개어 기름장을 발라 오랫동안 구워 즙을 발라 후춧가루를 뿌려서 만든다.

생활민속 관련사항

『동의보감(東醫寶鑑)』에 토란은 장(腸)과 위(胃)를 잘 통하게 하고, 살과 피부를 든든하게 하며, 중초(中焦)를 잘 통하게 하고, 굳은 피를 헤치며 굳은살을 없앤다고 하였다. 일명 토지(土芝)라고도 하며, 어느 곳에나 다 난다. 날것은 독이 있기 때문에 목이 알알하여 먹을 수 없다. 성질이 매끄럽다. 익히면 독이 없어지고 세게 보한다. 붕어와 같이 국을 끓여 먹으면 더 좋다. 토란은 밭에 심은 것은 식용으로 쓰나 들에서 자생하는 것은 독이 강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참고문헌

  • 『규합총서(閨閤叢書)』
  •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 『동의보감(東醫寶鑑)』
  • 『술 빚는 법』
  • 『시의전서(是議全書)』
  • 『윤씨음식법(尹氏飮食法)』
  • 『정일당잡지(貞一堂雜識)』
  • 『주방문(酒方文)』
  • 『주식방문(酒食方文)』
  • 『주식시의(酒食是儀)』
  • 『해갹록(諧噱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