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국론(朝鮮大局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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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군란 이후 조선에 주둔하고 있던 원세개[袁世凱]가 고종과 조선 정부를 압박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작성한 글.

개설

1884년(고종 21) 갑신정변 이후 조선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정치·외교에서 난맥상을 보였다. 국내적으로 개화파들이 전면 축출되었고, 국외적으로는 일본에 대한 배상 문제가 대두하여 조선 정부가 독자적으로 국면을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이에 조선 정부는 종래 연연하였던 청국과의 관계 및 일본의 공격에서 벗어나고자 유럽 국가와의 적극적인 외교를 시도하였다. 그 결과 뮐렌도르프와 데니 등 조선 정부에 고문으로 임명된 관리들과 한국 주재 외교관들이 적극적으로 친서방 정책을 시도하게 되었다. 이에 원세개를 비롯한 청국 세력이 반기를 들었으며, ‘조선 정세를 논함[朝鮮大局論]’이라는 일종의 협박성 글을 써서 조선 의정부에 보냈다.

내용 및 특징

「조선대국론」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은 영토도 작고 국민도 적으며 산물도 별로 없는 세계에서 가장 빈약한 나라로서 스스로 보존하기 어려운 것은 자연적인 이치로 천하가 다 아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누군가 구주(歐洲) 강대국들을 끌어들이면 조선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서구 국가는 모두 다 자기를 보존하기에 바쁘며 러시아는 수시로 조선을 병탄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그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서구를 모델로 국력을 신장하고 있다는 일본은 과거부터 조선을 핍박하고 속이던 교활한 국가인데 어떻게 친밀하게 지낼 수 있겠습니까? 조선은 중국과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조선은 본래 중국에 속해 있었는데, 지금 중국을 버리고 다른 데로 향하려 한다면 이것은 어린아이가 자기 부모에게서 떨어져서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중국은 언제나 대군을 조선에 파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번방을 지켜야 하는 황제국입니다. 주변국에서도 중국과 조선이 친밀하게 있다는 것을 알면 함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혹 조선이 타국의 꾐에 넘어가 중국을 멀리한다면 중국은 군사력을 동원하여 평정할 것입니다. 중국은 대군을 보유하고 있는 강대국입니다. 조선이 각 나라들과 조약을 맺어 자주국(自主國)이라고 부르는데, 만일 남의 신하로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자주라고 한다면 이것은 문자상의 체면이나 유지하는 것이지 나라가 망하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고종에게도 상소를 올렸는데 그 내용은 대개 고종이 갑신정변을 일으킨 개화파를 견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책과 중국의 제후국답게 행동하라는 견제였다. 조선은 중국의 도움이 없이는 소생할 수 없는 병자와 같은 존재이며 뮐렌도르프와 같은 외국 세력을 이용하는 것은 중국을 화나게 하는 것이니 주제에 맞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그가 고종에게 올렸던 시무책은 대신 임명에 대한 문제[任大臣], 간사한 신하들을 멀리 하는 문제[屛細臣], 여러 관청을 이용하는 문제[用庶司], 민심을 얻는 문제[收民心], 시기심과 의심을 푸는 문제[釋猜疑], 재정을 절약하는 문제[節財用], 신하들의 말을 신중히 듣는 문제[愼聽問], 상과 벌을 정확히 주는 문제[明賞罰], 친할 사람을 가까이 하는 문제[親所親], 외교를 조심하는 문제[審外交] 등이다[고종실록』 23년 7월 29일 3번째기사].

변천

원세개가 고종과 조선 정부를 겁박하는 글을 보낸 뒤, 청일전쟁이 끝난 1895년(고종 32)까지 10여 년간 조선정국은 원세개에 의하여 좌지우지 되었다. 원세개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주둔 청국 세력과 그를 추종하는 민씨 척족에 의하여 청국의 의도에 따라 국정이 운영되었다. 10여 년간 일본은 청국을 공략하기 위하여 군비 증강에 열중하였던 반면 조선은 거문도사건, 외국에 공사 파견, 방곡령 등으로 외교적으로 고된 시기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이때 조선은 청국을 비롯한 여러 열강 사이에서 주도권을 확립하지 못함으로써 한반도의 세력 균형을 이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주한일본공사관기록(駐韓日本公使館記錄)』
  • 국사편찬위원회, 『고종시대사』, 1967.
  • 김원모, 『근대한국외교사연표』, 단국대학교 출판부, 1984.
  • 김학준, 『서양인들이 관찰한 후기 조선』, 서강대학교 출판부, 2010.
  • 대만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청계중일한관계사료』, 대만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1972.
  • 임경석·김영수·이항준 공편, 『한국 근대 외교사전』,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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