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옥편(全韻玉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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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正祖) 대에 『어정규장전운(御定奎章全韻)』의 부록으로 편찬된 옥편.

개설

『전운옥편(全韻玉篇)』은 엮은이나 간행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름으로 미루어 보아 1796년(정조 20) 서명응(徐命膺)·이덕무(李德懋) 등에 의하여 편찬된 『어정규장전운』의 부록으로 편찬된 옥편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전운옥편』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간행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운옥편』은 정조의 명령으로 편찬되었는데, 부획으로 표제자를 검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부수에 따라 글자들을 배열하였고, 각각의 글자들에는 독음과 뜻, 그 글자에 해당하는 운(韻), 글자의 통자(通字)나 동자(同字), 속자(俗字)를 순서대로 제시하여 다른 책을 볼 때에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어정규장전운』보다 주해가 자세하며, 『어정규장전운』에는 없는 속음이 있다는 점이 특이한 부분이다. 오늘날 옥편 편찬의 규범이 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편찬/발간 경위

조선에서는 일찍부터 운서의 색인을 겸해서 옥편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책도 그런 경로로 만들어진 듯하다. 『어정규장전운』의 「어정규장전운의례(御定奎章全韻義例)」 마지막 부분에 “이제부터 과거 시험에서 입성을 압운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새로 지은 옥편이 있어 생생자와 정리자로 인쇄하여 널리 펴낸다(自今科試許押入聲增韻 而又有新定玉篇 以生生字整理字印頒).”는 표현이 있다. 이 내용에 따르면 과거 시험을 볼 때에 입성을 압운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롭게 지은 옥편이 있으며, 그 옥편을 1794년(정조 18)에 만든 생생자(生生字)와 1796년에 만든 정리자(整理字)로 인쇄하여 반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새로 지은 옥편’은 『어정규장전운』의 보편인 『전운옥편』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어정규장전운』의 초판이 1796년 가을에 인쇄되었으므로, 『전운옥편』의 초판도 1796년 가을이나 또는 그 이후에 간행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정조실록』정조 20년 8월 11일 1번째기사] 이 두 책을 동시에 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서문과 발문이 없어 정확한 서지 사항을 확인할 수가 없다.

서지 사항

상·하 2권 2책으로 된 것과 2권 1책으로 합본이 된 것, 2권 2책의 중간본이 전한다. 목판본이며, 책의 크기는 세로 34.0cm, 가로 22.2cm이고, 지질은 한지이다.

현재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는 1890년(순조 19)에 2권 1책으로 합본된 것과 1850년(철종 1) 유동(由洞)에서 중간한 2권 2책의 중간본을 소장하고 있다.

구성/내용

『전운옥편』은 여러 종류의 이본들이 있으나, 그 형식과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교정본인 『교정전운옥편』에서는 본문의 상단에 『전운옥편』의 138개 한자의 자형(字形)과 자음(字音)을 교정한 내용을 두주하였는데, 이것만이 『전운옥편』과 다르다.

『전운옥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운서에 종속되면서도 운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종래의 옥편은 운서에 완전히 종속되어, 운서에 들어 있는 글자를 찾아내는 색인의 구실만을 하였다. 따라서 자의(字義) 아래에 자음이나 자의에 대한 설명은 없고, 출처만 세주로 명시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운옥편』은 자의 아래에 먼저 각형 속에 한글로 자음을 표시하고, 그 다음에 상세하게 자의를 달았으며, 운목명(韻目名)과 통용자·속자까지도 표시하여 운서 없이도 능히 옥편의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자의의 설명은 운서보다도 더욱 상세하였다는 점에서 운서와의 관계를 거의 떠난 것으로 보인다.

『전운옥편』은 상·하로 되어 있는데, 상권은 총목(總目) 5장, 본문 70장으로 되어 있으며, 하권은 본문 77장으로 되어 있다. 모두 17획으로 분류하여, 상권에서는 1획부터 4획까지 배열하였고, 하권에서는 5획부터 17획까지 배열하였다. 표제자는 214부로 나누었는데, 이러한 부(部)의 분류 방법은 청(淸)나라 때 편찬된 『강희자전(康熙字典)』과 같으며, 그 배열 방법도 5획의 玉(옥)과 玄(현), 그리고 9획의 ‘飛(비)’와 ‘風(풍)’의 배열 순서가 바뀐 점을 제외하고는 동일하다. 즉 『전운옥편』에서는 『강희자전(康熙字典)』에서와 같이 운서의 반절법이나 출전은 제시하지 않았으나, ‘畫之初(획지초)’를 제외한 나머지 정의 정보는 모두 『강희자전』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강희자전』을 참고하여 『전운옥편』의 의미 정보를 기술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자전에 선정된 표제자의 수는 모두 10,840개이다. 『어정규장전운』의 13,345개와 차이가 있다.

『전운옥편』의 본문에서는 획(畫) 항목과 부를 표시한 다음 ㊁, ㊂, ㊃, ㊄ 등과 같이 원 안에 획수를 표시하고, 그 아래에 표제자, 발음 정보, 정의 정보, 용례 정보, 운자(韻字) 정보, 속음 정보, 통용자 정보 등을 세로 2행에 기술하였다. 그리고 표제자의 발음 정보와 의미 정보를 한글로 표기하였다. 자전 사용자가 한자의 중국 발음이 아닌 한국 발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표제자의 의미 즉 자의(字義 : 훈)는 한글이 아닌 한자로 표기하였는데, 『강희자전』에서 기술한 표제자의 정의 정보의 일부를 간략하게 한문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한시를 짓는 사람들을 위하여 사성의 운자를 붙여 놓았다. 그러나 표제자가 사용된 한자어 용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의의와 평가

우리나라에서 옥편을 편찬한 것은 조선 초기까지 올라가지만, 형식을 완전히 갖춘 것은 이 책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옥편의 편찬사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자음과 자의는 현재까지도 옥편 편찬의 규범적 구실을 하고 있다. 또한 당대의 한국한자음 연구에도 큰 영향을 준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 『정조실록(正祖實錄)』
  • 강신항, 「규장전운에 대하여」, 『규장전운 · 전운옥편』, 서광학술자료사, 1991.
  • 김태경, 「『광운』의 반절음과 『전운옥편』, 『삼운성휘』의 한자음 비교」, 『중국어문학논집』 19, 중국어문학연구회, 2002.
  • 유재원, 「『전운옥편』의 속음자에 대한 연구」, 『중국학연구』 11, 중국학연구회, 1996.
  • 이기동, 「『전운옥편』에 주기된 정속음에 대하여-전청자의 성모를 중심으로」, 『어문논집』 23, 안암어문학회, 1982.
  • 이돈주, 「『전운옥편』의 정속 한자음에 대한 연구」, 『국어학』 30, 국어학회, 1997.
  • 이돈주, 「『화동정음통속운고』의 정속음과 『전운옥편』 한자음의 비교 고찰」, 『한글』 249, 한글학회,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