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통신기관협정서(日韓通信機關協定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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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고종 42) 러일전쟁 중 일제가 대한제국의 통신기관을 접수하려는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

개설

1905년(고종 42) 4월 1일 외부대신(外部大臣)이하영(李夏榮)과 일본국 특명전권공사(特命全權公使)하야시 곤스케[林權助] 사이에 체결된 통신기관 위탁에 관한 협정서이다. 일제는 러일전쟁에서의 승기를 잡자 한반도 내의 주요한 군사 시설을 강압적으로 장악하였다. 협정서에는 군사 이동에 필요한 도로와 철도, 통신기관 등이 포함되었으며, 그중 통신기관을 장악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제정 경위 및 목적

1904년의 제1차 한일협약 체결 후 일본은 대한제국의 통신사업이 부실하다면서 일본에 위탁할 것을 요구하였다. 결국 본 협정으로 일본은 대한제국의 통신사업권과 통신 관련 설비를 모두 강탈하였다. 일제가 한국의 통신 주권을 장악하기 위한 계책이었던 것이다. 특히 외국에 한국의 부당한 현실을 알리기 위한 통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도이기도 하였다.

내용

통신기관협정서는 모두 10개 조항이며 대한제국 내의 통신기관에 대한 것만 지정한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것도 모두 일본인이 장악할 수 있다는 독소 조항(毒素條項)이 포함되었다. 제3조에서는 일본이 필요로 할 경우 국유지와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사실상 한국 정부기관과 국유지를 일본인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제4조에 관리인을 모두 일본인으로 선정한다고 하여 대한제국 정부를 무력화하는 과정이었음을 보여 준다.

제1조는 대한제국이 통신기관을 일본에 전면적으로 양도하는 것으로서, 궁내부(宮內府)에 소속된 전화를 제외하고 국내에 있는 우편·전신·전화 사업의 관리를 일본국 정부에 위탁한다는 것이다.

제2조는 한국 정부가 이미 벌이는 통신사업과 관련된 토지·건물·기구·기계 기타 일체 설비를 일본 정부에 이속시키는 것이다.

제3조는 한국에 통신기관을 확장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국유지와 건물은 무상으로 사용하며 일개 개인의 토지와 건물은 유상(有償)으로 거두어 쓸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국유지와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電), 우(郵) 양사를 제외하고 궁내부가 관할하는 땅과 각 능(陵), 원(園), 묘(墓) 및 종묘, 사직 부근의 땅, 그리고 각 관청 건물은 이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관유지는 물론 사유지까지 일본인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으므로 사실상 일본인이 마음대로 한국 내 토지를 점유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제4조는 통신기관의 관리와 재산의 보관에 관해서 일본국 정부가 자의로 판단해 시행하며, 통신기관의 확장에 요구되는 비용은 일본국 정부의 부담으로 하되 일본 정부는 통신기관의 관리에 관한 재정 상황을 한국 정부에 공시한다는 내용이다.

제5조는 일본 정부가 통신기관의 관리와 확장에 필요로 하는 설비와 물건에 대해서는 일체 과세를 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 내 시설을 설치하기 위하여 어떤 물건과 인원을 유입하더라도 한국에서 제지할 방법이 없는 조항이다.

제6조는 일본 정부의 관리권과 업무 확장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통신원(通信院)을 그대로 두는 일은 한국 정부가 임의로 하되, 일본 정부는 관리·확장의 업무에 관하여 되도록 많은 수의 한국 관리와 사용인을 사용한다는 제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희망적인 문구로서 일본 정부가 시행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아니다.

제7조는 우편·전신·전화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가 외국 정부와 협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대신하여 그 권리를 행사하며 그 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통신기관과 관련하여 앞으로 한국 정부와 외국 정부 간에 협정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대리로 그 협정의 책임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제8조는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체결하였던 통신기관에 관한 각종 협정은 본 협약에 의하여 당연히 고치거나 폐지하거나 변경시킨다는 것이다. 제7조와 8조의 내용은 한국 정부의 자주적인 행정 행위인 통신기관 관리와 운영권을 일본에 양도한다는 내용으로 식민지 침략 과정의 대표적인 수순이었다.

제9조는 장래 한국의 통신사업의 발달을 위하여 일본국 정부가 기성설비(旣成設備)의 관리, 보관과 새로운 사업의 확장에 소비하던 지출비에 대하여 충분한 수익이 생기는 데에 이르렀을 때에는 일본 정부가 거둔 이익 내에서 해당한 액수를 한국 정부에 넘겨준다는 것이다.

제10조는 장래 한국 정부의 재정에 충분한 여유가 생기는 때에는 양국 정부가 협의하여 통신기관의 관리를 한국 정부에 다시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9조와 10조는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볼 때 불가능한 조항으로 한국 내 반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였다(『고종실록』 42년 4월 1일).

변천

1906년 2월 설치된 통감부가 통신기관을 관리하였으며, 1910년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합한 이후에는 조선총독부에서 관리하였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주한일본공사관기록(駐韓日本公使館記錄)』
  • 국사편찬위원회, 『고종시대사』, 1967.
  • 러시아대장성, 김병린 역, 『구한말의 사회와 경제: 열강과의 조약』, 유풍, 1983.
  • 운노 후쿠쥬, 정재정 역, 『한국 병합사 연구』, 논형, 2008.
  • 이태진, 『고종시대의 재조명』, 태학사, 2000.
  • 임경석·김영수·이항준, 『한국근대외교사전』, 성균관대학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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