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어채범죄조규(日本人漁採犯罪條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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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부가 개항 이후 한반도 연안에서 불법적으로 어로 작업을 하던 일본인들을 처리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와 체결한 조규.

개설

1883년(고종 20) 전권대신(全權大臣) 독판교섭통상사무(督辦交涉通商事務) 민영목(閔泳穆)이 일본의 전권대신 판리공사(辨理公使) 다케조에 신이치로[竹添進一郞]와 체결한 일본인 불법 어로 행위자 단속을 위한 조규이다.

제정 경위 및 목적

조선인 관원이 일본인과 협잡하여 어세(漁稅) 절목(節目)을 만들어 몰래 도장을 찍어 세금을 배당받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실이 일본의 영사관(領事官)에 알려지면서 외교적인 곤란을 겪게 되었다. 이에 따라 조선과 일본 간에 어채장정(魚採章程)을 진행하였고, 어채에 관련된 일본인 범죄자를 처리하는 어채범죄조규가 체결되었다(『고종실록』 25년 3월 2일).

내용

일본인 어채범죄조규는 모두 6조항이다. 범죄를 저지른 일본인을 체포·구금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제1조는 일본인이 조선국의 약정된 해안에서 조선국의 법금(法禁)을 위반하였을 때 조관에 따라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제2조는 조선국 관리가 법금을 위반한 일본인을 체포하였을 때에는 그 범죄 증거를 상세히 기록하여 해당 일본인과 함께 부근 항구의 일본영사관에 넘겨 처리한다는 조항이다. 이때 일본영사관에서는 속히 심사하여 법률에 따라 처리하되, 조선국 관리는 체포 혹은 호송할 때에 모욕하거나 학대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일본영사관에서 범죄자를 처리하는 기간이나 처벌 방법에 대한 규정을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일본인 범죄자를 일본 측에서 보호한다는 의도가 짙은 조항이다.

제3조는 조선 관리가 죄를 범한 일본인을 호송할 때에는 바다나 육지를 막론하고 신속히 호송하되, 범죄자를 이유 없이 오래 억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도 범죄를 저지른 일본인을 신속히 한국인들의 수중에서 빼내기 위한 조항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제4조는 조선 관리가 조선국의 약정된 해안에서 죄를 범한 일본인을 해로로 호송할 때에는 일본인의 선척에 태우거나 혹은 다른 배를 이용하여 압송하며, 육로로 호송할 때에는 판결까지 지방관은 그 일본 선척을 간수하여 훼손되거나 유실되지 않게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범죄를 저지른 일본인 소유의 선구(船具)와 어구(漁具) 등은 목록을 작성하여 함께 넘겨준다고 하였다. 결국 범죄를 저지른 일본인의 신체와 재산을 일본 측에서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조항이다.

제5조는 석탄·물·식량·부식물을 구하거나 생선을 팔려고 상륙하였다가 동행 가운데 죄를 범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해당 범죄자만 조규에 따라 호송하고, 동행자들은 압송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또한 조선 관리는 범죄자만 호송하고 해당되지 않는 일본인은 즉시 놓아 주어야 한다고 하여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언자들을 확보하기 어렵게 하였다.

제6조는 이 조규를 시행한 뒤에 다시 증감할 것이 있으면 피차 협의하여 개정한다는 의례적인 내용이다(『고종실록』 20년 6월 22일).

변천

1904년(고종 41) 6월 4일 후속 조치로 대한제국 정부의 외부에서 한일 양국 인민 어채조례(韓日兩國人民魚採條例) 5개 조항을 고시(告示)하였다. 이 조례에서는 어채구역조례(漁採區域條例)와 어로 기간 등이 제한적으로 명시되었다.

제1조는 한일 양국인의 어로는 이미 정한 지방 이외에 한국은 충청도·황해도·평안도 3도의 연안에서 일본인들이 어획하는 것을 특준(特準)하며, 일본도 호우키[伯耆], 이나바[因幡], 타지마[但馬], 단고[丹後)] 및 규슈[九州] 연안에서 한국인들의 고기잡이를 인준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일본에 가서 어로를 할 수 있는 기술이 없던 시절에 일본인만을 위한 조항임을 알 수 있다.

제2조와 3조는 양국민의 어로 기한이다. 1902년 6월 4일부터 20년을 기한으로 했다.

제4조는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의 어로 구역에서 고기잡이하는 것을 방해하면 징벌하는데, 문제가 발생되면 일본인 영사(領事)에게 압송해서 엄격하게 신문하여 처리한다고 하였다. 이는 한국인들에게 위해를 입힌 일본인들의 처리를 한국 관리들이 제지할 방안이 없는 조항으로 일본인들의 어로는 무제한으로 보장시키는 조항인 것이다.

제5조는 상세한 조항과 규정을 모두 통어장정(通漁章程)에 의하여 시행한다는 것이다(『고종실록』 41년 6월 4일).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주한일본공사관기록(駐韓日本公使館記錄)』
  • 국사편찬위원회, 『고종시대사』, 1967.
  • 러시아대장성, 김병린 역, 『구한말의 사회와 경제: 열강과의 조약』, 유풍, 1983.
  • 운노 후쿠쥬, 정재정 역, 『한국 병합사 연구』, 논형, 2008.
  • 이태진, 『고종시대의 재조명』, 태학사, 2000.
  • 임경석·김영수·이항준, 『한국근대외교사전』, 성균관대학교, 2012.
  • 이영학, 「개항 이후 일제의 어업 침투와 조선 어민의 대응」, 『역사와 현실』 18,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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