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陰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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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달의 주기를 바탕으로 만든 달력.

개설

서양의 태양력이 사용되기 이전에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 사용했던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으로, 1년을 기준으로 한 태양년과 달의 위상 변화 즉 삭망(朔望)을 기준으로 한 달을 정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 단위는 지구의 공전과 달의 자전을 기준으로 한 불변하는 자연의 주기이며, 음력(陰曆)은 양력(陽曆)과 달리 자연 주기를 바탕으로 한 달력이다. 태양력인 양력에 견주어 음력이라는 용어가 고종 연간부터 사용되었다.

내용 및 특징

음력은 중국 역(曆)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국 역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나라는 한국이다. 특히 현존하는 조선시대 역서는 중국 역과 매우 흡사하다. 전통시대 음력은 자연 주기 외에 인간 생활에 필요한 대로 정해놓은 인위적 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12개월의 구분과 60간지(干支), 28수(宿) 등이다. 간지를 나날에 배당한 것을 일진(日辰)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역서에는 날짜 아래에 간지를 배당하였으며, 간지로 1년의 날짜를 나타내었는데, 이는 중국 달력의 체제를 따른 결과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시간 체계는 고대 중국에서 형성된 것으로 특히 60간지의 생성은 목성과 토성이 같은 황경상(黃經上)에 거듭해서 돌아오는 주기가 60년에 가깝다는 천문학적 주기와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60년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주기가 인위적 시간 구분인 간지로 결합되어 역서에 사용되었다.

달력은 대개 1년을 기준으로 하는데, 음력에서 1년 주기는 달의 위상과 태양의 운행을 통해 한 달의 시간과 일 년의 시간이 정해졌다. 달의 위상, 즉 달의 주기에 따라 만든 것이 태음력(太陰曆)이고 태양의 운행을 1년 주기로 하여 만든 것이 태양력이다. 달의 위상과 태양의 운행을 모두 합하여 만든 달력은 태음태양력이다. 음력은 태음력이 아니라, 태음태양력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태음력이 가장 일찍 사용되었고, 이어서 태음태양력, 태양력의 순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천상의 변화를 관찰했을 때 가장 빨리 그 법칙성을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하루 동안 낮과 밤이 바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달이 차고 기운다는 것이다. 이를 삭망월(朔望月)이라 하며 달이 망(望)에서 다음 망까지, 삭(朔)에서 다음 삭까지 되는 것을 말한다. 1삭망월의 평균 길이는 29.5306일이다. 세 번째는 계절의 변화, 즉 일 년의 길이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같은 경우 1년의 길이는 일찍 감지할 수 있는 일이다. 1년의 길이를 회귀년 혹은 태양년이라고 한다. 현재 1회귀년은 365.2422일이다. 이 세 가지의 시간 척도를 조합하여 만든 것이 바로 달력인데, 음력은 태양년과 삭망월을 결합한 것이다.

1년은 하루가 쌓인 것인데, 음력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하루의 측정이다. 태양이 뜨고 그다음 날 다시 뜨는 시간이 하루가 되는 것이다. 이 1일 즉 낮과 밤의 주기를 기준으로 하루를 측정했다면, 그다음으로 짧은 주기가 한 달의 길이이다. 한 달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했는데 그 주기는 대략 29일에서 30일이었다. 30일 기준은 365일이라는 1년의 길이에 비해 짧았으므로 어느 민족이나 일찍부터 사용하였다. 하루와 달의 삭망을 기준으로 달력을 만들었는데 이를 태음력이라고 한다.

달의 삭망은 오늘날 현대인의 생활 기준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기준일 수 있지만, 과거에는 매우 중요한 시간의 기준이었다. 예를 들어 뜨거운 사막에서 생활하는 유목인들은 더위를 피해 밤에 주로 이동을 하는데 그때는 달빛이 중요한 길잡이를 했다. 환한 보름달이면 이동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1삭망월의 평균 길이가 29.5일을 약간 넘으므로 1년을 30일의 큰달과 29일의 작은달을 각각 여섯 달씩 넣으면 354일이 되었다. 그러면 정확히 12삭망월보다 0.36707일이 짧아지는 오차가 생긴다. 이처럼 월과 일의 맞물림이 문제가 되는데, 태음력은 29일과 30일을 어떻게 조합하는가가 중요한 관건이었다. 또한 태음력은 1년의 계절 변화를 나타낼 수 없다는 것도 단점 중의 하나였다. 계절의 변화를 나타낼 수 없는 달력은 달력으로서의 기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순수 태음력은 크게 사용되지 못한 달력이라 할 수 있다. 계절의 변화가 거의 없는 열대지방이나 북극지방이 아닌 다음에야 1년의 길이를 표현할 수 없는 태음력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태음태양력은 태음력의 결점을 보완했다고 할 수 있다. 열대지방 외에는 대부분 계절의 변화가 있고, 특히 중국이나 한국처럼 농사를 짓는 나라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농경에서 중요한 것은 달빛이 아니라 태양의 운행에 따른 1년의 길이다. 기후 변화는 풍년과 흉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1년의 길이를 재는 것에 과학적인 측정이 필요한 것이다.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을 동지(冬至)로 정하고 이번 동지에서 다음 동지까지를 1년으로 정했다. 기계 시계가 발달되지 않은 고대에는 해시계 역할을 하는 막대를 세워 그 그림자의 길이로 동짓날을 정했다. 이렇게 해서 1년이 365일이라는 것이 정해졌다.

그런데 1태양년과 1삭망월의 길이는 서로 같지 않아 이것을 어떻게 조합하는가가 큰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달을 사용하여 특정 해에 윤달이라는 한 달을 더 넣어 맞추었는데 이를 치윤법(置閏法)이라고 했다. 1년 12개월이 아닌 1년 13개월이 되는 해가 있게 된 것이다. 윤달은 19년 동안 7번이 있게 되는 데 그럴 경우 불과 0.09일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897년 태양력을 사용하기 이전엔 이러한 태음태양력을 사용하였다.

변천

조선시대 사용한 음력은 대통력(大統曆)과 시헌력(時憲曆)이다. 시헌력은 전통 역법과 다른 점이 많아서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전통 역법에서는 24절기 간의 길이를 15.22일로 일정하게 나누었지만, 시헌력에서는 태양의 운동 속도에 맞추어 절기 간의 길이를 서로 다르게 조정했다. 더욱이 시헌력은 서양이나 청나라의 오랑캐 문화라는 인상을 주어 정서적으로도 거부감을 가지게 했다. 그러나 시헌력의 과학성이 입증되면서 차츰 대중적인 역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시헌력은 1896년 1월 1일에 양력이라 불리는 현재의 그레고리력으로 바꿔 사용할 때까지 공식적인 역법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음력과 양력 간에는 약 한 달간의 차이가 있어, 생일이나 각종 제사 일을 양력으로 지내는 데 반발이 있었다. 때문에 1896년(건양 1) 8월 21일에 각 전궁(殿宮)의 탄신월일(誕辰月日)을 음력으로 바꾸는 조치가 있기도 했다(『고종실록』 33년 8월 21일).

천체력이든 일반 달력이든 시간과 날짜의 기준을 정하는 데는 정치적 속성이 관여하기 마련이다. 대한제국 시기에는 그때까지 사용하던 음력을 버리고 유럽식의 그레고리력을 사용했다. 이것은 음력이 정확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음력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서양 역인 양력에 비해 훨씬 우리나라의 실정에 더 잘 맞고 정확한 달력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서운관지(書雲觀志)』
  • 나일성, 『한국천문학사』,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 박성래, 「수시력의 수용과 칠정산의 완성」, 『한국과학사학회지』, 2002.
  • 정성희, 『우리 조상은 하늘을 어떻게 생각했는가』, 책세상, 2000.

관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