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허(如許, 汝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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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말 호륜 4부 중 하나로 길림성 서북부 지역에 거주한 부족.

개설

여허(如許)는 16세기부터 17세기까지 길림성 북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호륜(扈倫) 4부(部) 가운데 한 부족이다. 이후 누르하치[奴兒哈赤, 老乙加赤]가 건주여진(建州女眞)을 통일한 뒤, 1593년 이후부터 적대적인 관계로 변하였다. 여허는 누르하치가 호륜 4부를 통일할 때, 가장 늦게까지 남아 명과 연합하여 대항하다가 1619년에 멸망당하였다.

변천

명은 여진족을 건주여진(建洲女眞)·야인여진(野人女眞)·해서여진(海西女眞) 등 3개의 세력으로 나누어 파악하였다. 이 중 해서여진은 명말에 호륜국, 혹은 홀라국(忽剌國)으로 불리었고, 오랍(烏拉)·휘발(輝發)·합달(哈達)·엽혁(葉赫) 등 4개 정치 체제로 구성되었다. 이를 만주사의 호륜 4부라 칭하였다.

여허(如許, 汝許)는 『조선왕조실록』에 기재된 이름으로 중국 측 사료에는 엽혁(葉赫)으로 기록되어 있다. 『만주실록』 등의 만주어 자료에 의하면 원래 발음이 여허(Yehe)이므로, 조선은 만주족의 발음을 그대로 음차하여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여허의 세력권은 현재의 길림성(吉林省) 사평시(四平市) 철동구(鐵東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다.

『만주실록』에 의하면 여허의 시조는 몽골인이라고 한다. 여허는 호륜국(呼倫國) 내의 납라성부(納喇姓部)를 멸망시키고, 그 땅에 거주하여 성(姓)이 납라(納喇)가 되었다. 후에 엽혁하(葉赫河)로 이거(移居)하였는데, 이 때문에 엽혁(葉赫)이 되었다. 16세기 후반 형제인 청가노(淸佳努)와 양길노(揚吉努) 대에 합달(哈達)이 귀부하며 강한 세력을 갖자, 형제가 모두 왕을 칭하였다. 1584년(만력 12)에 명의 이성량(李成梁)이 청가노와 양길노를 유인하여 개원(開原)에서 죽였다. 이에 청가노의 아들 포재(布齋), 양길노의 아들 납림포록(納林布祿)이 부친의 지위를 계승하였다.

여허는 임진왜란 무렵 호륜 4부 가운데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았다. 한편, 1589년에 누르하치가 건주여진을 통일하자 여진 내부에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결국, 1593년 6월에 여허의 포재와 납림포록이 군대를 일으켰다. 이때 포재는 합달·오랍· 휘발 등 호륜 4부뿐만 아니라 몽골의 과이심(科爾沁) 등을 끌어들여 누르하치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고륵산(古勒山) 전투’에서 누르하치에게 참패하였다.

누르하치는 호륜 4부와 몽골의 여러 부족을 공격하는 한편, 그들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양면 전략을 펼쳤다. 1597년에 여허 등 4부는 누르하치에게 사신을 보내 우호를 다시 맺자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누르하치가 1599년에 합달, 1607년에 휘발, 1613년에 오랍을 차례로 멸망시켰다. 결국 여허는 누르하치와 마지막 일전을 남겼고, 1619년에 명과 손을 잡고 누르하치에게 대항하였다. 그러나 여허는 심하(사르후[薩爾滸]) 전투에서 패하며 멸망하였다. 이후 이들은 후금에 병합되어 팔기(八旗)에 편성되었다.

조선이 여허의 존재를 처음 파악한 것은 임진왜란 중이었다(『선조실록』 29년 1월 30일). 조선은 멀리 떨어진 여허의 존재를 잘 몰랐으나 조선이 누르하치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같이 파악하였다. 한편, 조선이 파악한 여허에 대한 정보는 비교적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여허의 추장 납림포록을 나리(羅里)라고 표현한 것을 들 수 있다(『선조실록』 38년 7월 16일). 사실 납림포륵의 만주어는 나림불루([納林布祿], Narimbulu)이기 때문에 거의 정확하게 기재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1607년에 휘발이 멸망할 때, 조선에서 휘발뿐만 아니라 여허에 대한 정보도 활발하게 수집하였다(『선조실록』 40년 9월 16일)(『선조실록』 40년 12월 18일).

참고문헌

  • 『만주실록(滿洲實錄)』
  • 『국조보감(國朝寶鑑)』
  • 유소맹 저, 이훈·이선애·김선민 역, 『여진 부락에서 만주 국가로』, 푸른역사, 2013.
  • 稻葉岩吉, 『光海君時代の滿鮮關係』, 大阪屋號書店, 1933.
  • 三田村泰助, 『淸朝前史の硏究』, 同朋舍, 1965.
  • 閻崇年, 『努爾哈赤傳』, 北京出版社, 1983.
  • Pamela Kyle Crossley(패멀라 카일 크로슬리) 저, 양휘웅 역, 『만주족의 역사: 변방의 민족에서 청 제국의 건설자가 되다』, 돌베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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