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深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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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재배를 위해 논밭의 토양을 깊게 파서 가는 기경(起耕)작업.

개설

심경(深耕)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경작지 토양을 갈아주는 기경작업을 깊게 해주는 것을 가리킨다. 심경을 하게 되면 토양이 부드러워져 뿌리가 깊게 뻗을 수 있다. 또한 작물 성장에 필요한 토양의 유기질 성분을 깊은 곳의 토양에서도 얻을 수 있어 시비의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심경은 농경의 기경작업이라는 점에서 농사짓는 기술의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심경은 우리나라 농업 발달의 역사와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 즉 철제 농기구의 보급과 축력(畜力) 사용의 확대에 따라 심경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4~6세기 무렵 철제농기구가 널리 보급되면서 기경작업의 깊이가 더욱 깊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우경(牛耕)을 본격적으로 농경에 활용하면서 심경작업이 가능하게 됐다.

내용 및 특징

기경은 작물에 적당한 생육조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경작지를 갈아주는 작업을 말한다. 그리고 기경은 작물을 파종할 직전에 수행하기도 하고, 장래의 경작을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기경은 봄, 여름, 가을에 걸쳐 필요할 때 이루어졌다. 그리고 중경(中耕)은 이랑과 작물포기 사이의 표토를 경운 쇄토하여 굳은 토양을 유연하게 하고 토양의 통기성과 투수성을 좋게 해주는 작업을 가리킨다. 이와 관련된 작업인 경운(耕耘)은 땅을 갈아 작물이 자라기 좋게 하는 작업이다. 심경은 이러한 여러 가지 기경작업 가운데 일반적인 관행보다 깊게 기경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대개의 경우 심경과 다비(多肥)라는 말이 서로 연결되어 사용되고 있다. 보통보다 깊이 가는 심경의 경우, 표토 밑의 흙은 양분이 적어 많은 비료를 넣어주어야 작물이 정상 생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심경을 하면 깊은 곳의 토양을 경작에 활용할 수 있어 작물 성장에 필요한 토양의 유기질 성분을 보다 효율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비의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표토보다 깊은 곳의 토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갈이농기구를 활용해야 하고, 특히 축력을 이용하는 쟁기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또한 쟁기를 끌어줄 농우(農牛) 즉 소를 갖추고 있어야 심경이 가능하였다.

심경은 토양이나 기후조건, 그리고 농기구의 종류에 따라 시행되는 상대적인 갈이작업이었다. 대개 봄과 여름의 기경은 얕게 하는 것이 적당하고, 가을의 기경은 깊게 하는 것이 적당하였다. 이는 기경을 통한 경작지 교란현상이 작물의 안정적인 성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가을에는 깊게 갈아도 봄에 작물을 파종할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경작지가 안정화될 수 있지만, 봄과 여름에는 깊게 갈면 작물이 토양에 적응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갈이 농기구로 갈아주는 기경작업이 농기구의 발달, 작물의 생육조건, 토양의 성질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깊게 이루어질 때 이를 심경이라고 한다.

변천

심경이 농업기술의 측면에서 갖고 있는 의의가 역사적으로 주요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4~5세기 무렵 철제농기구가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우경이 널리 퍼지면서부터이다.

철제농기구가 기경에서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농작업과 결합된 체제가 마련된 이후 심경은 농기구의 발달이 아니라 주로 토양조건에 따라 시행되거나 하지 않거나 하였다. 지역에 따라서 농기구의 지역적 다양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이는 토양조건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즉 토양조건의 차이가 경법(耕法)의 지역적 차이로 이어졌고, 이는 곧 심경의 지역적 채택 유무(有無)로 나타났다. 관동과 호남은 각각 산과 흙이 두터운 곳이기 때문에 심경을 하는 것이 마땅한 곳이었다. 이에 반해 경기 지역은 표층이 얕고, 경작에 활용할 토지가 충분하지 않아 심경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았다.

의의

심경은 경작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고, 시비의 효과도 높여주는 기경방식이었다. 우경을 통한 심경은 농업생산력을 높여주는 구실을 하였지만, 지역적인 토양조건에 따라서 심경을 하는 것이 적당한 곳과 적당하지 않은 곳이 나뉘었다. 일반적으로 표토가 깊은 곳은 심경을 하는 것이 깊은 곳의 토양도 경작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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