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심범시(食甚汎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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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난 날의 정오(正午)부터 식심(食甚)까지의 시간.

개설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시각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것은 평균태양시와 진태양시이다. 지구궤도를 도는 태양의 운동은 일정하지 않은데, 궤도상의 위치에 따라 아주 작은 값이지만 불규칙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계산의 편의를 위하여 평균값에 따라 규칙적으로 이동하는 가상의 태양을 설정하여 일주운동을 계산하고, 이에 따른 시간을 평균태양시라고 정의한다. 반면에 실제로 관측되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정하는 시간은 진태양시라고 한다.

식심은 식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순간을 말하고, 일식은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을 이룰 때 즉 합삭(合朔)일 때 일어나고, 월식은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을 이룰 때 즉 망(望)일 때 일어난다.

내용 및 특징

일식이나 월식에서 식심범시(食甚汎時)는 식이 일어난 날의 정오부터 식심이 되는 순간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식심범시는 일식이 일어난 날의 정오부터 평균 합삭까지의 시간 간격, 또는 월식이 일어난 날의 정오부터 평균 망까지의 시간 간격이 된다.

1) 일식 때의 식심범시

식심범시는 일식이 있는 날의 정오에서 합삭에까지 이르는 시간으로, 평균 정오에서 평균 합삭까지의 시간 간격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오의 태양과 달의 황경차(黃經差)를 태양과 달의 일행도(日行度)의 차로 나누어서 구한다. 일행도는 태양이나 달의 1일간의 이동량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달의 일행도가 더 크므로, 달의 황경이 더 크면 합삭은 오전에 있고, 태양의 황경이 더 크면 오후에 있다.

『칠정산외편(七政算外篇)』을 편찬할 당시인 조선시대 전기에는 소수(小數)를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계산하는 법이 조금 복잡하다. 그 계산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i) 태양과 달의 황경차(초 단위) = A

ii) 달의 일행도 - 태양의 일행도 = B

iii) 식심범시 : (A × 24) ÷ B = C

→ 시(時) 단위로 나타내기 위해 1일 시간인 24를 곱한다.

보통 달의 일행도는 13°10´35˝/일이고, 태양의 일행도는 59´58˝/일이다. 이 방법으로 구한 값은 평균 합삭 시각이 된다. 진합삭 시각을 구하기 위해서는 각 궁(宮)과 도(度)에 따른 보정치가 수록되어 있는 ‘주야가감차의 표’를 이용해 보정을 해주어야 한다.

2) 월식 때의 식심범시

월식이 일어난 날의 정오에서 망까지의 시간, 다시 말하면 정오에서 식심이 되는 평균 망까지의 시간에 해당한다. 월식이므로 정오에서, 달과 태양의 황경차가 6궁 곧, 180도가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월식 때 식심범시 구하는 방법>

월식이 일어난 날 정오의 달의 황경에서 6궁을 빼고, 다시 이 값에서 태양의 황경 값을 빼준다(A). 그런 다음 A값을 달의 일행도와 태양의 일행도의 차로 나누어서 구한다. 만약 달의 황경이 6궁보다 작으면 달의 황경에 12궁을 더한 뒤 6궁을 뺀다. 6궁을 빼는 이유는, 월식은 망일 때 일어나므로 달과 태양은 6궁의 차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달의 황경에서 6궁을 뺀 값이 태양의 황경보다 크면 망이 오전에 있게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망이 오후에 있으며, 달이 지구 그림자를 쫓아가서 망이 이루어진다.

달과 태양의 일행도의 차는 망이 오전에 있으면 그날과 전일의 황경차로 계산하고, 망이 오후에 있으면 그날과 다음 날의 황경차로 계산한다. 이 계산의 기준 시각이 정오인 12시이므로, 식심이 오후에 있으면 구한 값이 그대로 식심 시각이 된다. 그러나 식심이 오전에 있는 경우에는 12시에서 식심범시를 감한 나머지가 식심 시각이 된다.

식심범시 = {달의 황경 - 6궁 - 태양의 황경} × 24시/(달의 일행도 × 태양의 일행도)

참고문헌

  • 『칠정산외편(七政算外篇)』
  • 『칠정산외편정묘년교식가령(七政算外篇丁卯年交食假令)』
  • 안영숙, 『칠정산외편의 일식과 월식 계산방법 고찰』, 한국학술정보, 2007.
  • 유경로·이은성·현정준 역주, 『세종장헌대왕실록』 「칠정산외편」,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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