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혼사행지설(三魂四行之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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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생물의 근본 요소인 삼혼설과 우주 만물의 생성 변화론인 사행설의 합성어.

개설

삼혼설(三魂說)은 모든 생물에 근본 질료를 이루는 세 가지 형상(形相, idea)으로서의 혼이 있다고 보는 자연철학의 학설로, 혼삼품설(魂三品說)이라고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식물의 혼인 생혼(生魂), 동물의 혼인 각혼(覺魂), 인간의 혼인 영혼(靈魂)으로 구분해서 설명하였다. 그리고 사행설은 사원설(四元說)의 다른 말로, 플라톤이 우주 만물의 근원을 화(火)·기(氣)·수(水)·토(土)의 네 가지 원소로 규정하고, 그 운행으로 우주 만물의 생성 원리를 설명한 것이다.

내용 및 특징

고대 서양의 철학 사상은 천주교에 철학 이론을 제공한 중세 스콜라 철학에 영향을 주었다. 그 결과 스콜라 학자들은 생혼·각혼은 초목·금수가 죽으면 사라지고 말지만, 인간의 혼은 영원불멸하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영혼 불멸설’은 동양철학이나 유학에서 ‘인간이 죽으면 혼백은 흩어지고 만다[魂魄消散]’는 이론과 반대되는 학설이다.

고대의 사행설도 스콜라 철학에 영향을 주었다. 플라톤이 우주와 자연 현상으로 설명한 4원소의 운행이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이어져 운동인(運動因·作), 형상인(形相因·模), 질료인(質料因·質), 목적인(目的因·爲)의 4원인설(四原因說)로 발전되고, 훗날 스콜라 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에 반영된 것이다.

변천

삼혼·사행설은 중국 예수회 선교사들의 한문 서학서(西學書) 안에 처음 수록되었다. 특히 마테오 리치([利瑪竇], M. Ricci)는 『천주실의(天主實義)』를 통해 인간의 혼은 무형불멸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동양의 음·양은 형상인과 질료인으로 4원인설의 두 가지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알레니([艾儒略], J. Aleni)와 삼비아시([畢方濟], F. Sambiasi)도 각각 『만물진원(萬物眞原)』과 『영언여작(靈言蠡勺)』을 통해 삼혼설·사행설과 4원인설을 설명하고, 영혼 즉 아니마(亞尼瑪, anima)의 불멸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학설은 훗날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특히 기호남인의 이익(李瀷)과 제자들 사이에서 삼혼·사행설에 대한 논쟁이 일었는데, 이때 신후담(愼後聃)과 안정복(安鼎福)은 삼비아시의 영혼론을, 홍정하(洪正河)는 사행설과 4원인설을 비판하였다. 반면에 이익의 제자 권철신(權哲身)은 삼혼·사행설을 긍정적으로 이해했으며, 정약전(丁若銓)은 사행설로 만물의 생성 변화를 설명하였다. 특히 정약용(丁若鏞)은 인간·초목·금수의 성(性)을 구분하는 성삼품설(性三品說)을 제기하고, 천·지·수·화의 4정괘론(四正卦論)을 내세워 우주 만물의 생성 원리를 설명하였다.

의의

서학의 삼혼·사행설은 기존의 자연철학 이론에 영향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오히려 전통 이론을 고수하였다. 반면에 정약용과 같이 이를 새로운 심성론과 자연철학 사상으로 발전시킨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로 진행된 천주교 사옥(邪獄)으로 인해 이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말았다.

참고문헌

  • 『천주실의(天主實義)』
  • 『영언려작(靈言蠡勺)』
  • 『만물진원(萬物眞原)』
  • 『둔와서학변(遯窩西學辨)』
  • 『천학문답(天學問答)』
  • 『증의요지(證疑要旨)』
  • 琴章泰, 『東西交涉과 近代韓國思想』, 成均館大學校出版部, 1984.
  • 車基眞, 『조선 후기의 西學과 斥邪論 연구』, 한국교회사연구소,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