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사립(三元四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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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의 절일인 삼원과 사계절의 입문이 되는 절기인 사립을 이르는 말.

개설

삼원(三元)은 태음력을 근거로 하고, 사립(四立)은 태양력을 근거로 한다. 삼원은 도교의 절일(節日)인 상원(上元)·중원(中元)·하원(下元)을 말하며, 사립은 사계절의 입문 시기인 입춘(立春)·입하(立夏)·입추(立秋)·입동(立冬)을 일컫는 말이다. 삼원은 도교에서 신으로 모시는 3명의 선관이 지상에 내려오는 날로 도교에서는 가장 으뜸으로 여기는 명절이다. 상원은 정월 15일, 중원은 7월 15일, 하원은 10월 15일로 모두 음력이다. 그중 상원과 중원은 속절(俗節)의 하나로, 상원에는 정월 대보름을, 중원에는 백종절을 지냈다. 사립은 사시(四時)·입절(立節·入節)로 불리기도 하며 24절기에 포함된다. 삼원사립에는 국가에서 태일초(太一醮)를 지냈으며, 또한 사립에는 구화(舊火)를 신화(新火)로 바꾸는 개화(改火)의식이 행해졌다.

내용 및 특징

삼원은 도교의 절일에 영향을 받은 세시이다. 도교에서는 상원에 천상의 선관인 천관(天官)이 인간세계에 내려와 복을 주고, 중원에는 지관(地官)이 내려와 인간의 죄를 구원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하원에는 수관(水官)이 내려와 인간에게 복을 준다고 한다.

삼원사립의 삼원은 모든 것의 으뜸이라 하여 1월 1일이라 말하기도 하고, 사립은 24절기 중 12시(始)인 입춘·경칩·청명·입하·망종·소서·입추·백로·한로·입동·대설·소한을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도교의 삼관이 내리는 날과 사계절에 들어서는 절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춘은 24절기 중 가장 첫 번째에 드는 절기로, 그 날짜는 2월 4일경이다. 간혹 2월 5일에 드는 경우도 있다. 입하는 24절기 중 7번째로 드는 절기로 대략 5월 6일경이며,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든다. 입추는 24절기 중 13번째에 드는 절기로 8월 8일경이며, 대서(大暑)와 처서(處暑) 사이에 든다. 입동은 24절기 중 19번째 드는 절기로 11월 8일경이며 상강(霜降)과 소설(小雪) 사이에 든다.

삼원사립에 국가에서는 태일초례(太一醮禮)를 행하였다. 도교에서 태일(太一)은 천지만물 성립의 근원인 우주의 본체를 인격화 한 천제(天帝)를 말한다. 도교에서는 태일성(太一星)에 천제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이 둘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초례는 초제(醮祭) 혹은 재초(齋醮)라고도 불리는 도교 의례이다. 태일초례는 태일성을 위한 초례로서 소격전(昭格殿)과 지방의 태일전(太一殿)에서 지냈다.

태일전은 태일성의 움직이는 방위에 따라 조선시대에는 통주(通州: 현 강원도 통천)와 의성(義城: 현 경상북도 의성) 등에 두었다. 이곳에서 태일초례는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인 삭망(朔望)일에 지냈는데, 태일전 중 통주에 있는 것은 1409년(태종 9)에 삼원에 사람을 파견해 제를 지내게 하였다.

사립도 삼원과 마찬가지로 태일초례를 지냈는데, 삼원에는 국가에서 사람을 파견해 제를 지냈던 것과 달리 사립에는 태일전이 있던 곳 중의 하나인 통주의 수령으로 하여금 재계(齋戒)하고 정성을 들여 지내게 하였다.

조선시대 상원과 중원은 속절의 하나로서, 이날에는 여러 가지 놀이와 행사가 행해졌다. 이날은 등에 불을 켜서 사방에 달아 놓는 장등(張燈) 행사를 하였다. 농가에서는 이날 달을 보고 한 해의 풍흉을 점쳤는데, 노란 달이 일찍 떠오를 때 그 모양이 완벽하게 둥글고 또 그 방향이 남쪽에 가까운 것을 풍년의 징조로 인식하였다(『정조실록』 10년 1월 16일).

또한 상원에는 답교(踏橋)놀이를 하는 풍속이 있었는데, 1770년(영조 46) 왕이 이를 위해 밤에 통행금지를 해제할 것을 의금부(義禁府)에 명하기도 하였다(『영조실록』 46년 1월 14일). 답교는 다리를 밟는 놀이로, 이를 행하면 한 해의 재액을 면하고 또 다리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서울에서는 광통교(廣通橋)와 수표교(水標橋)를 중심으로 하여, 열두 다리를 밟으며 달 아래에서 즐겁게 놀았다. 또한 종이 연을 날리는 연날리기를 하였는데, 이때 연이 민가에 떨어지면 그해에 그 집에 액운이 낀다는 믿음이 있었다.

삼원 중 중원은 백종절(百種節)·우란분재(盂蘭盆齋)라고도 불린다. 이날 불교와 도교 그리고 민간에서는 죽은 자를 위한 제사를 지냈고 또 호미씻이와 같은 농사력과 관련된 행사들이 행해졌다. 이날 예조(禮曹)에서 북교(北郊)에 있는 여단(厲壇)에 사관(祀官)을 파견해 무주고혼(無主孤魂)을 위한 여제(厲祭)를 지냈다. 또한 농경 세시에서는 머슴들을 위해 하루 휴가를 주기도 하였다. 삼원의 하원에도 중원과 마찬가지로 여단에서 여귀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하원이 들어 있는 10월은 1년 중에 가장 좋은 달로 여겨 하원 무렵까지 지역마다 신에게 수확을 감사하는 동제를 지냈다.

계절의 초입인 사립에는 개화의식이 행해졌다. 이 의식은 구화(舊火)를 신화(新火)로 바꾸는 행화(行火)를 말한다. 개화는 사립과 함께 계하(季夏)의 토왕일(土旺日)을 포함해 1년에 총 5차례 국화(國火)를 바꾸는 의식이다. 개화는 1406년(태종 6) 개화령(改火令)이 내리면서 시행되었다. 『주례(周禮)』에 의하면, 주나라의 육관(六官) 중의 하나인 하관(夏官) 사훤(司烜)이 불을 피우는 정령(政令)을 맡아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나라의 불씨[國火]를 바꿔 때에 따라 유행하는 전염병을 구제하였는데, 그것에 개화의식의 연원을 두고 있다. 개화의식은 연중 총 5번 행하는데, 여름의 토왕일 외에도 사계절의 입절(入節)인 입춘·입하·입추·입동에 행하였다.

개화를 행하는 이유는 불씨를 오래 두면 양기가 정도에 지나치게 형성되어 역병이 생길 수 있어, 계절마다 각기 다른 나무에 불을 붙여 불씨를 바꾸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기 달리 사용되는 나무를 살펴보면, 입춘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楡柳]를, 입하에는 대추나무와 살구나무[棗杏]를, 입추에는 떡갈나무와 참나무[柞楢]를, 겨울에는 느티나무와 박달나무[槐檀]에서 불을 지펴 의식을 행하였다.

이 의식은 한양에서는 병조(兵曹)에서, 그리고 그 외의 지역은 수령들이 주관하였다. 개화의식은 입절에 맞는 나무를 서로 문질러서 불씨가 나오면 그 불씨를 각 전궁(殿宮)에 진상한 뒤 모든 관아에 나누어 주었다. 한성부(漢城府)는 또 다시 5부(五部)에 나누어 주게 하였고, 다른 지역도 이와 같이 지역의 수령들이 불씨를 여러 고을로 하여금 집집마다 나누어 주게 하였다. 그리고 이전의 불씨는 없애게 하였다. 개화의식을 거쳐 생성된 그 철의 불씨로 바꾸어 음식을 끓이는 데 사용하면 음양의 절기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전염병을 막아 주고 또 우주의 섭리가 조화롭게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다.

변천

삼원 중 상원은 천관과의 관련성보다는 정월 대보름이라는 인식이 강해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재액을 막기 위한 여러 행사들이 행해졌다. 그러한 행사 중에 국가에서 장려하던 것들이 폐지되기도 하였다. 그중 조선 초에는 고려시대 때부터 행해져 왔던 장등(張燈) 행사를 1416년(태종 16)에 폐지하였다(『태종실록』 16년 1월 15일). 또 다른 놀이로 답교놀이는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의하면,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놀이는 영조·정조 시기에 의금부에서 통행금지를 풀어줄 정도로 국가에서 장려하였지만 한때는 행렬이 밤새도록 그치지 않아 이를 금하고 체포하기까지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답교놀이는 1800년(정조 24)까지는 행해지다가 홍석모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집필할 당시에는 부녀자들이 다리 밟는 일이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조선후기에는 이전만큼 성행하지 않았던 듯하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 『경도잡지(京都雜誌)』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 『지봉유설(芝峯類說)』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삼국·고려시대편』, 2003.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신문·잡지편(1876~1945)』, 2003.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조선전기 문집편』, 2004.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자료집성: 조선후기 문집편』, 2005.
  • 이능화 저·이종은 역, 『조선도교사』, 보성문화사, 1986.
  • 임동권, 『한국 세시풍속 연구』, 집문당, 1984.
  • 차주환, 『한국의 도교사상』, 동화출판공사, 1984
  • 권용란, 「조선시대의 ‘개화(改火)’ 의례 연구」, 『민속학연구』제15호, 2004.
  • 김명자, 「한국 세시풍속 연구」,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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