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병감(東國兵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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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漢)나라가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하였을 때부터 고려 말 이성계(李成桂)가 여진족(女眞族)을 물리칠 때까지,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일어난 전사(戰史)를 기록한 책.

개설

『동국병감(東國兵鑑)』은 중국한나라 무제(武帝)가 고조선을 침범하여,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하였을 때부터 고려 말 이성계(李成桂)가 여진족(女眞族) 호발도(胡拔都)를 물리칠 때까지,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일어난 30여 회에 걸친 전사(戰史)를 기록한 책이다.

편찬/발간 경위

편찬 연대나 편찬자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문종실록』에 1450년(문종 즉위년) 3월조를 보면, “지금 중국에 전쟁의 징조가 있어, 우리나라도 변방 지키는 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역대의 일은 사책(史冊)을 상고해 알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원컨대 삼국으로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적이 내침한 일과 이에 대한 방비책과 이해ㆍ득실을 상세히 고증하고, 채집ㆍ편찬해서 널리 볼 수 있도록 하라.”는 의정부의 건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문종은 “그 뜻이 아주 좋으니, 빨리 찬집해 널리 배포하도록 하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의정부의 건의와 문종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서문ㆍ표(表)ㆍ전(箋) 등이 없다. 그리하여 문종 때 이루어진 것은 알 수 있으나, 확실한 연대나 찬자 등은 알 수 없다. 다만 오위진법(五衛陣法) 등을 직접 찬술하고 군사에 조예가 깊었던 문종이 이 책을 편찬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은 가능하다.

서지 사항

2권 2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판본이다. 크기는 세로 33.0cm, 가로 22.0cm이며, 규장각 등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한무제(漢武帝)가 고조선을 침입하여,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하던 때로부터 고려말에 이성계가 여진족의 호발도(胡拔都)를 격퇴시킬 때까지 우리나라와 중국 및 북방의 제종족 사이에 일어난 37차의 전쟁사(戰爭史)를 약술하였다

내용은 중국 대륙과 북방족의 내침에 대한 전쟁 및 물리침, 그리고 직접 정벌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는데 목차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상권은 한(漢)나라 무제(武帝)의 침략, 선비족(鮮卑族)과의 싸움, 고구려의 한나라 군사 방비, 고구려와 요동ㆍ현도와의 싸움, 고구려의 한족 침입, 위(魏)나라 관구검(毌丘儉) 침입, 연(燕)나라 모용외(慕容巍)의 침입, 모용황(慕容皝)의 환도성(丸都城) 내침 등이 기록되었다.

이 밖에 수(隋)나라 문제(文帝)의 고구려 침입, 수나라 양제(煬帝)의 내침, 당(唐)나라 태종(太宗)의 고구려 침입, 당나라 태종의 재침, 나ㆍ당연합군의 백제 침입, 나ㆍ당연합군의 고구려 침입, 나ㆍ당연합군에 의한 고구려 멸망, 당나라와 신라의 싸움, 세 차례에 걸친 거란의 고려 침입 등 총 20항목이 상권에 기록되어 있다.

하권는 고려의 여진 정벌, 거란의 고려 침입, 고려의 김희선(金希磾)이 동진(東晉)을 친 사건, 여섯 차례에 걸친 몽고의 고려 침입, 고려의 합단(哈丹)ㆍ홍건적(紅巾賊)ㆍ나하추(納哈出) 격파, 덕흥군(德興君) 축출, 우라성(兀刺城) 동녕부(東寧府) 정벌, 호발도(胡拔都) 축출 등 17항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전쟁사와 전란사는 대개 중국 사서(史書)인 『사기(史記)』나 우리 사서인 『삼국사기』의 본기(本紀) 등을 참조해 옮겨 쓴 것들이다. 그러나 고려 때의 사실은 『고려사』나 『고려사절요』ㆍ『동국통감』 등보다 더욱 자세하다. 이는 위의 서적 외에도 다른 책들이 참고가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기사 내용에서도 전거 없이 자기 마음대로 고친 것이 없고 요긴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주석을 붙여놓고 있어 사실(史實)에 충실한 저술이라 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진법(陣法)』과 함께 조선시대의 국방을 위한 기본적 병서(兵書)라 할 수 있으며, 한국과 이민족과 전쟁에 있어서의 전술 ㆍ전략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사료이다. 이 책에는 고조선 시대로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비롯한 대륙호족들의 침입으로 인하여, 겪은 국난사를 상ㆍ하 2권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엮은 것인데, 상권(上卷)에는 한나라 무제가 조선을 평정하고, 사군을 설치함을 첫머리로 하여, 거란이 세 번째로 고려를 침범함까지 20번의 큰 국난을 기록하였고, 하권(下卷)에는 고려의 여진정벌을 비롯한 17번의 국난을 수록하고 있다. 한민족이 북방 이민족과 벌였던 수십 차례의 전쟁을 기록한 이 책은 불세출의 영웅이 아닌, 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던져야 했던 가난한 목숨들, 즉 민초들의 결의를 보여주는 글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숱한 패배와 그 패배의 와중에서 드러난 지배층의 치부를 구차스런 변명 한 마디 없이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다. 사서(史書)의 기록이 아무리 진실을 기초로 기록되어진다고는 하나, 그래도 대부분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나라의 치부는 감추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아무런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기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북으로 4군 6진을 개척하고 남으로는 왜적의 침입을 막으며, 건국을 위해 활기가 넘쳤던 시기, 패배를 패배가 아닌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그 시기의 자신감을 『동국병감(東國兵鑑)』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기피하는 자신감이 참된 승리자의 자부임을 떠올린다면 『동국병감(東國兵鑑)』이야말로 승리의 병서요, 승리의 역사서라 할 만하다. 위만조선 기부터 고려 말까지의 이민족과의 전쟁을 계통적으로 정리한 전쟁사로는 아마 이 책이 최초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이민족과의 전쟁이나 전략을 연구하는 데 『동국병감』은 귀중한 사료(史料)로써, 그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 김종건, 『동국병감해제』, 한국자유교양추진회, 1972.
  • 남지대, 『조선전기의 역사의식』, 한국사상사대계 4,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 최남선, 『동국병감요해』, 조선광문회,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