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촬요(攷事撮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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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어숙권(魚叔權)이 편찬한 유서(類書).

개설

이 책은 1554(명종 9)년에 처음 간행되었고, 1771년(영조 47)에 서명응(徐命膺)이 대폭 보완하여 펴낸 『고사신어(攷事新書)』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12차례 거듭하였다. 간행 시기에 따라 2권 혹은 3권, 5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략 임진왜란을 전후로 편제나 내용이 크게 바뀌었다. 특히 임진왜란 이전 판본과 훈감자판(訓監字版)의 ‘서책시준(書冊市准)’ 항목이 1636년 이후에는 ‘서책인지수(書冊印紙數)’ 또는 ‘서책인지용입수(書冊印紙容入數)’로 바뀌어 있다. 또 ‘팔도정도(八道程途)’에 ‘책판(冊板)’에 관한 기록이 있으나,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는 이를 삭제하고 각 지역별 토산물을 수록하고 있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의 저자 어숙권(魚叔權)은 서출로 이문학관(吏文學官)에 참여하였고, 최세진(崔世珍)에게서 수업을 받았다. 그는 외국어에 능통하여 수차례 중국사신 행렬에 참여하였고, 외교 분야에서 수완을 발휘하였다. 또 박학하고 문장에 뛰어나 율곡(栗谷)을 가르칠 정도였으나, 출신이 미천한 탓에 끝내 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책 외에 저서로 『패관잡기(稗官雜記)』나 『이문제서집람(吏文諸書集覽)』이 알려져 있으나, 일부만이 전할 뿐이다.

서지 사항

3권 3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을해자본(乙亥字本)이다. 지질은 한지이며, 규장각, 장서각,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현존 최고본(最古本)은 1568년(선조 1)에 발간한 을해자본(乙亥字本)이다. 간본 중에서도 1576년(선조 9)에 간행된 을해자본 복각본은 방각본(坊刻本) 중 가장 오래 된 것으로 인정이 되어, 방각본 연구에 도움을 준다. 1585년(선조 18)에 간행된 목판본은 그 다음으로 오래 된 방각본으로, 한국의 방각본이 이미 임진왜란 이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좋은 자료이다.

구성/내용

상권에는 역대기년(歷代紀年)ㆍ기신(忌辰)ㆍ탄일(誕日)ㆍ진공물목(進貢物目)ㆍ관제(官制)ㆍ노정(路程)ㆍ복색(服色) 등 왕정시대의 관리들이 갖추어야 할 지식이 알차게 실려 있다. 대체로 이 내용들은 사대교린(事大交隣)에 필요한 기초 상식인데, 사신의 일행으로 여러 차례 중국에 다녀온 저자가 풍부한 실무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식을 담았을 것이다. 이에 비해 하권에는 보다 더 실질적인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외국인을 영접하는 규칙인 접대사례(接待事例)나 육조낭관(六曹郎官)의 관장사무, 고간지(古干支), 절서(節序), 복제식(服制式), 각종 서식, 팔도리정(八道里程) 등 하급관리나 사대부가 알아야 할 관변 지식이 열거되어 있다.

내용은 봉건적인 왕정정치(王政政治) 아래에서는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나, 오늘날에 와서는 활용가치가 적으며, 그 중 책판목록(冊板目錄)을 비롯하여, 서책시준(書冊市准)과 서책인지수(書冊印紙數)가 서지학적인 관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책판목록은 임진왜란 이전 전국 각지에서 개판된 책판의 지역별 목록으로서, 1568년(선조 1) 간 을해자본, 1576년(선조 9) 간 을해자본과 을해자본 복각본, 1585년(선조 18) 간 목판본 등에 모두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판이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져 버렸으므로, 이후에 간행된 『고사촬요』에는 책판목록 대신 각 지역별 토산품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책판목록은 조선 최초의 도서 목록이다. 임진왜란 이전 각 지방에서 발간된 도서의 간행지와 간행 연도를 추정하고 산일(散佚)된 도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며, 수록된 책판은 모두 989종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상도 387종, 전라도 337종, 황해도 77종, 평안도 67종, 강원도 61종, 충청도 37종, 함경도 19종, 경기도 2종이다. 분류별로 보면, 경부 218종, 사부 117종, 자부 391종, 집부 242종, 미상 19종이다. 서명별로 보면, 655종으로 제일 많은 것은 『효경』으로 14회 개판되었다.

그 다음이 『대학』과 『소학』으로 12회, 『중용』 11회, 『정속(正俗)』 9회, 『가례(家禮)』ㆍ『동몽수지(童蒙須知)』ㆍ『십구사략(十九史略)』 각 8회, 『성학십도(聖學十圖)』ㆍ『예부운(禮部韻)』ㆍ『진서(晉書)』 각 7회, 『고문진보(古文眞寶)』ㆍ『농서(農書)』ㆍ『동몽선습(童蒙先習)』ㆍ『삼강행실(三綱行實)』ㆍ『여씨향약(呂氏鄕約)』ㆍ『적벽부(赤壁賦)』가 각 6회 개판되었다.

『경민편(警民編)』ㆍ『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ㆍ『문장궤범(文章軌範)』ㆍ『병풍서(屛風書)』ㆍ『약운 (略韻)』ㆍ『잠서(蠶書)』ㆍ『장감박의(將鑑博議)』ㆍ『천자(千字)』도 각 5회씩 개판되었다. 그 밖에 『구소수간(歐蘇手簡)』 등 26개 책판은 각 3회, 『간이방(簡易方)』 등 78개 책판은 각 2회, 『노걸대(老乞大)』 등 510개 책판은 각 1회씩 개판되었다.

서책시준(書冊市准)은 주로 교서관에서 발간한 34종의 도서에 대한 판매 가격을 기록한 것으로, 인조 14년(1636)간 을해자체 훈련도감자본(訓鍊都監字本) 『고사촬요』부터 수록되어 있다. 서책인지수(書冊印紙數)는 188종의 서적에 대해 인쇄에 필요한 종이의 수량을 기재한 것으로 현종 15년(1674)에 간행된 무신자본(戊申字本) 『고사촬요』부터 수록되어 있다.

의의와 평가

당시 사회 사정을 아는 데 도움이 되며, 주로 서지학적 측면에서 높이 평가되는 자료이다.

참고문헌

  • 김소희, 「조선전기 전라도의 출판문화 연구 - 지방관서의 간행양상을 중심으로」. 『서지학연구』 제62집, 한국서지학회, 2015.
  • 김치우, 「전적의 간행빈도로 본 임란이전 지방문화사정의 분석적 고찰 : 특히 고사촬요 책판목록을 중심으로」, 『한국도서관ㆍ정보학회지』1, 한국도서관정보학회, 1974.
  • 김치우, 「고사촬요(攷事撮要)의 판종고(版種考)」, 『한국비브리오』 1, 한국비블리아학회, 1972.
  • 박권수, 「규장각 소장 『고사신서』에 대하여」, 『규장각』 제36집, 규장각한국학연구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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