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開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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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나 성곽 등의 공사를 위해 터를 닦는 일.

개설

건물이나 성곽을 지을 장소를 물색한 후 공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건물이나 성곽이 앉을 터를 닦는 일이다. 개기(開基)는 공사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일로 ‘터를 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개기는 길일(吉日)을 보아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시작하며, 일반적으로는 땅에 손을 대기 전에 땅을 주관하는 토지의 신[地神]에게 그 땅의 사용을 고(告)하는 고사를 지내는데, 이를 텃고사 또는 개토제라 부른다.

공사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개기는 착공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개기는 개토(開土)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개토라는 용어는 조선시대 왕릉 등의 능 공사에서 땅을 판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개토는 개기와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 및 특징

먼저 개기를 알리는 고사에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술과 과일, 포, 소금, 향, 초 등을 준비하여 토지신에게 고한다. 그런 다음 생땅이 나올 때까지 깊게 땅을 파본 후에 그친다. 한편 일반적인 건축 공사에서 개토제는 모탕고사와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모탕고사는 대목(大木)들이 나무를 깎아 다듬는 일을 진행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천지신명께 고하는 의식을 말하는데, 대목들이 사용하는 작업대를 ‘모탕’이라 부르기 때문에 모탕고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모탕고사는 주로 대목들이 주관하는데 집주인이 돼지머리를 비롯하여 북어, 시루떡, 소금, 고춧가루, 낱알, 정한수, 무명 실타래, 수저, 막걸리 등을 준비한다. 고사가 끝난 다음에는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에서 고춧가루와 소금을 집터에 뿌린다.

변천

개기는 건물이나 성곽 등의 공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로,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세조실록』의 1464년(세조 10) 8월 2일 기사의 “원각사에 거동하여 개기를 살펴보다.”라는 기록과 『순조실록』의 1832년(순조 32) 8월 2일 기사의 “창경궁의 전각을 고쳐 짓는 개기 길일을 8월 초1일로 호조에서 책정하여 아뢰다.”라고 한 기록에서 용례를 살펴볼 수 있다.

개기라는 용어는 조선시대 각종 문집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면, 그 이전의 기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개기는 터를 닦는다는 뜻으로 공사의 시작을 의미하는 일반적인 용어라는 점에서 삼국시대부터 일반적으로 사용된 용어일 가능성이 높다.

공사의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착공’이라는 용어를 개기와 동일하게 본다면, 착공의 용례는 『연산군일기』의 1506년(연산군 12) 3월 7일 기사의 “장의문의 새 정자가 이루어져, 대비를 받들고 진연하다. 장의 이궁 등도 착공되다.”라는 기록에서 볼 수 있다. 그밖에도 조선시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많은 기록에서 착공의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의의

개기는 건물 지을 터를 닦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공사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일이며, 공사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착공이라는 용어로 대체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착공식이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된다. 개기에 앞서 반드시 고사를 지냈던 것은 신선한 땅을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의미와 함께 공사 기간에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기원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참고문헌

  •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 『사우당집(四友堂集)』
  • 경기문화재단 편집부,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 경기문화재단, 2007.
  • 김도경, 『한옥살림집을 짓다』, 현암사, 2004.
  • 신기철·신용철, 『새우리말 큰사전』, 삼성출판사, 1991.
  • 장기인, 『한국건축사전』, 보성문화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