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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7일 (목) 14:04 기준 최신판
에피소드
목차
왕을 낳은 후궁 유빈 박씨의 죽음과 순조의 효심 》 유빈 박씨의 혼궁(魂宮), ‘현사궁(顯思宮)’과 삼년상
Story
후궁의 상례였지만 ‘대왕사친’이라는 특별한 지위에 있었던 유빈 박씨의 죽음을 대하는 순조와 신하들의 생각이 서로 달랐다. 빈궁의 처소를 둘러싼 갈등은 시작에 불과했다. 순조는 창경궁의 선인문 안에 위치한 도총부(都總府)에 유빈 박씨의 혼궁을 마련하라고 하교하였다. 빈궁뿐만 아니라 혼궁도 궁 안에 두도록 한 조치였다. 혼궁은 사당에 신주를 모시기 전까지 삼년상 동안 신주를 모시고 제사 드리는 공간이다. 신하들은 혼궁을 임금이 머무는 공간인 대내에 두는 것은 불가하다는 연명 상소를 계속해서 올렸다. 인조가 그의 사친인 계운궁의 혼궁을 대내에 두지 않고 별궁(別宮)에 두었던 전례를 따르도록 요청하는 상소였다. 영의정 김재찬 또한 궁 밖에 따로 터를 잡아 묘궁(廟宮)을 지어서 장사지낸 후에 신주를 이곳으로 바로 모셔 와서 영구히 신주를 봉안할 장소로 삼도록 하는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신하들의 연이은 상소에도 불구하고 순조는 도총부를 유빈 박씨의 혼궁으로 사용할 용도로 고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순조의 뜻대로 혼궁으로 지정된 도총부 건물에는 이안청과 제기고, 재실 등이 마련되었다. 유빈 박씨의 혼궁은 현사궁(顯思宮)이라 지칭하였다. 물론 순조가 지은 궁호이다. 순조는 궁호를 직접 지었을 뿐만 아니라 ‘현사궁’이라는 세 글자를 직접 써서 내려주었다. 도감에서는 이를 받아서 글자 그대로 새겨서 현판을 제작하여 걸도록 하였다. 보통 왕과 왕비의 혼전은 신하들의 회의를 거쳐 혼전의 전호를 결정하였다. 이와 달리 왕세자나 왕세자빈의 혼궁에는 따로 궁호를 붙이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유빈 박씨는 예외적으로 후궁임에도 불구하고 왕비와 같이 혼전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혼궁에 따로 궁호가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하겠다. 유빈 박씨가 졸서한지 4일째 되는 날에는 유복친들은 모두 성복을 하였다. 후궁인 어머니를 위해 왕인 아들이 입어야 하는 상복은 자최삼년복이 아니라 3개월 시마복이였다. 순조는 비록 유빈 박씨가 낳았을지라도 ‘원자정호(元子定號)’와 ‘내전취자(內殿取子)’의 왕실 문화 전통에 따라 효의왕후의 아들로 왕위에 올랐다. 따라서 순조는 명분상의 어머니인 효의왕후의 상에는 자최삼년복을 입고 삼년상을 치렀다. 하지만, 낳아주신 어머니인 유빈 박씨의 상에는 3개월 시마복을 입어야 했다. 순조의 배우자인 중궁전 역시 시마복을 입었다.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와 세자빈은 상복을 입지 못하였다. 3개월 시마복보다 한 등급 낮은 상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유빈 박씨의 딸인 숙선옹주는 자최기년복을 입도록 하였다. 숙선옹주는 대통(大統)을 이어받은 오빠인 순조와 입장이 달랐기 때문에 자최복을 입되, 1년 동안만 상복을 입도록 한 것이다. 딸인 숙선옹주는 상주가 될 수 없었으므로 삼 년 동안 상복을 입을 의무는 없었다. 3월 7일에는 순조가 시마복 차림으로 졸곡제를 친행하였다. 순조는 삼년상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유빈 박씨의 혼궁인 현사궁에서 지내는 삼 년 안의 모든 제향은 대내(大內)에서 친행하는 것으로 마련하도록 하였다. 순조의 전교는 국가 차원이 아닌 왕실 차원에서 낳아주신 어머니의 삼년상을 지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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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xtual 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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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l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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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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