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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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Meta Data
요약
율곡이 어머니를 여읜 채 상심하여 19세에 불교를 연구해 보려고 금강산으로 들어갔다가 20세 되던 해 봄에 강릉의 외조모가 계신 곳으로 돌아 나와, 자기 수양의 조문을 삼고자 지은 글
내용
- 1. 먼저 그 뜻을 크게 가져 '성인'으로서 표준을 삼아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한 동안은 내 할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니라.
- 2.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말이 적다. 그러므로 마음을 안정하는 것은 말이 적은 데서부터 비롯하느니라. 말할 만한 때가 된 다음에 말을 한다면 그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느니라.
- 3. 오래도록 놓아 버렸던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서 힘을 얻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느냐. 마음이란 산 것이라. 안정된 힘이 이뤄지지 못하면 흔들려서 편안키 어려우니라. 만일 생각이 어지러울 적에 그게 귀찮아 마음먹고 끊어 버리려고 한다면 점점 그 어지러운 생각이 일어났다, 꺼졌다 하며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음을 알리라. 설혹 그것을 끊어 버린다 하더라도 다만 그 끊어 버렸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 가로놓여 있다면 그 또한, 허망한 생각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생각이 어지러울 때에 있어서는 정신을 가다듬어 가만가만 다룰 것이요, 그 생각에 이같이 애쓰기를 오랫동안 하노라면 반드시 차분히 안정되는 때가 있을 것이니, 무슨 일을 하든지 전심전력해 한다면 그 또한, 마음 안정시키는 공부가 되느니라.
- 4. 언제나 조심스레 경계하고 혼자 있을 때에 삼가는 뜻을 가슴 속에 품은 채 시시각각 게으르지 아니하면, 모든 삿된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지 못하리라. 만 가지 악이 모두 다 혼자 있을 때에 삼가지 않는 거기서 생겨나느니라. 혼자 있을 때 삼갈 줄 안 다음에야 참으로 저 자연을 사랑하며 즐길 수 있는 고상한 뜻을 알 수 있느니라.
- 5.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밥 먹은 뒤에는 낮에 할 일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할지니, 만일 일이 없으면 그만두려니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적절하게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 낸 다음에 글을 읽을지니라. 글을 읽는다는 것은 옳고 그름을 분간해서 실천에 옮기려 하는 것이니 만일 사물을 살피지 않고 똑바로 앉아 글만 읽는다면 쓸데없는 학문이 되느니라.
- 6. 재물, 영예, 그건 설사 그 생각을 쓸어 버릴 수 있다 하더라도 만일 일을 처리할 적에 털끝만큼이라도 편의한 것을 택할 생각을 가진다면 그 또한, 이익 탐하는 마음이니 더욱 살펴야 할지니라. 무릇 일을 만났을 적에 만일 해야 할 일이거든 정성껏 하되 싫증내고 게을리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며, 또 안 해야 될 일이라면 딱 끊어 버려 가슴 속에서 옳고 그른 것이 서로 싸우게 하지는 말지니라.
- 7. 언제나 저 <맹자>에서 이른바 '한 가지 옳지 못한 일을 행하고 한 사람의 죄 없는 이를 죽이고서 천하를 얻는대도 하지 않는다.'는 그 생각을 가슴 속에 간직할지니라.
- 8. 횡액과 역경이 닥쳐올 적에 스스로를 돌이켜 보아 깊이 반성함으로써 저쪽을 감화하도록 할지니라.
- 9. 제 집안 사람들이 감화되지 못한다는 것은 다만 성의가 모자라기 때문이니라.
- 10. 밤에 잘 때나 아픈 때가 아니면 눕지 않아야 하고 비스듬히 기대지도 말 것이며 또 밤중일지라도 졸리는 생각이 없으면 눕지 말되, 다만 억지로 할 것은 아니니라. 그리고 낮에 졸음이 오면 마땅히 정신을 차려 바짝 깨우칠 것이요, 그래도 눈까풀이 무겁거든 일어나서 두루 거닐어 깨도록 할지니라.
- 11. 공부에 힘쓰되 늦추지도 말고 보채지도 말며, 죽은 뒤에야 그만둘 것이니, 만일 그 효과가 빨리 나기를 구한다면 그 또한, 이익 탐하는 마음이니라. 만일, 이같이 아니 하면 어버이에게서 물려받은 몸뚱이를 욕되게 함이라. 그게 바로 사람의 아들 된 도리가 아니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