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48영 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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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송시열이 그린 그림을 1755년에 판각(板刻)한 〈소쇄원도〉(瀟灑園圖)에는 양산보의 사돈인 김인후가 1548년 당시 소쇄원을 보고 쓴 48수의 시제가 새겨져 있으니 이를 〈소쇄원 48영〉이라 한다.

하서 김인후의 〈소쇄원 48영은 소쇄원의 건축적 구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각 공간에서 일어난 행위와 감상까지 생생히 전해준다. 시에 나타난 정원의 모습과 이미지는 그 자체를 건축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정도이다. 이 시는 소쇄원의 계획 개념을 핵심적으로 간파한 것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대숲의 바람과 소쩍새 울음, 엷은 그늘과 밝은 달, 그리고 취중에 나오는 시와 노래다. 청각적인 소리, 시각적인 빛과 그늘의 대조, 그리고 관람자의 문학적인 감수성으로 소쇄원의 진가를 포착한 것이다.

소쇄원 48영

  • 제1영 작은 정자의 난간에 의지해

소쇄원의 빼어난 경치 한데 어울려 소쇄정 이루었네 눈을 쳐들면 시원한 바람 불어오고 귀 기울이면 구슬 굴리는 물소리 들려라

  • 제2영 시냇가의 글방에서

창 밝으니 방안의 첨축들 한결 깨끗하고 맑은 수석엔 책들이 비춰 보이네 정신들여 생각하고 마음대로 기거하니 오묘한 계합 천지 조화의 작용이라네

  • 제3영 높직한 바위에 펼쳐 흐르는 물

흐르는 물은 바위를 씻어 내리고 하나의 돌이 개울에 가득하네. 가운데는 잘 다듬어졌으니 경사진 절벽은 하늘의 작품이로다.

  • 제4영 산을 등지고 있는 거북바위

등뒤엔 겹겹의 청산이요, 머리를 돌리면 푸른 옥류(玉流)라 긴긴 세월 편히 앉아 움직이지 않고 대와 각이 영주산 보다 낫구나.

  • 제5영 위험한 돌길을 더위 잡아 오르며

시냇물 돌을 씻어 흘러내리고 한 줄기 바위 온통 골짜기에 깔렸는데 한 필의 비단인가, 날리는 폭포 그 가운데 펼쳤어라 멋있게 기울어진 낭떠러지 하느님이 만든 거라네

  • 제6영 작은 연못에 고기떼 놀고

네모진 연못은 한 이랑도 되지 못되나 맑은 물받이 하기엔 넉넉하구나 주인의 그림자에 고기떼 헤엄쳐 노니 낚싯줄 내던질 마음 전혀 없어라

  • 제7영 나무 홈통을 뚫고 흐르는 물

샘 줄기의 물 홈통을 뚫고 굽이쳐 흘러 높낮은 대숲 아래 못에 내리네 세차게 쏟아져 물방아에 흩어지고 물 속의 인갑들은 잘아서 들쭉날쭉 해

  • 제8영 물보라 일으키는 물방아

온종일 줄줄 흐르는 물의 힘으로 찧고 찧어서 절로 공을 이루네 직녀성이 짜놓은 베틀의 비단 조용히 방아소리를 따르네.

  • 제9영 통나무대로 걸쳐 놓은 높직한 다리

골짜기에 걸쳐서 죽림으로 뚫렸는데 높기도 하여 하늘에 둥둥 떠있는 듯 숲 속의 연못 원래 빼어난 승경이지만 다리가 놓이니 속세와는 더욱 멀어졌네

  • 제10영 대숲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

하늘 가 저 멀리 이미 사라졌다가 다시 고요한 곳으로 불어오는 바람 바람과 대 본래 정이 없다지만 밤낮으로 울려 대는 대피리 소리

  • 제11영 못 가 언덕에서 더위를 식히며

남쪽 고을은 무더위가 심하다지만 이 곳만은 유달리 서늘한 가을 바람은 언덕 가의 대숲에 일고 연못 물 바위 위에 흩어져 흐르네

  • 제12영 매대에서의 달맞이

나무숲 쳐내니 매대는 확 트여서 달 떠오는 때에 더욱 알맞아 구름도 다 걷혀감이 가장 사랑스러운데 차가운 밤이라 아름다운 매화 곱게 비추네

  • 제13영 넓은 바위에 누워 달을 보며

나와 누우니 푸른 하늘에 밝은 달이라 넓은 바위는 바로 좋은 자리가 됐네 주위의 숲에는 그림자 운치 있게 흩어져 깊은 밤인데도 잠 이룰 수 없어라

  • 제14영 담장 밑구멍을 뚫고 흐르는 물

한 걸음 한 걸음 물을 보고 지나며 글을 읊으니 생각은 더욱 그윽해 사람들은 진원을 찾아 거슬러 가지도 않고 부질없이 담 구멍에 흐르는 물만을 보네

  • 제15영 살구나무 그늘 아래 굽이도는 물

지척에 물줄기 줄줄 내리는 곳 분명 오곡의 구비 도는 흐름이라 당년 물가에서 말씀하신 공자의 뜻 오늘은 살구나무 가에서 찾는구나

  • 제16영 석가산의 풀과 나무들

인력을 들이지 않고 만든 산이지만 조물造物이라 도리어 석가산 됐네 형세를 좇아 우거진 숲을 일으켰구나 역시 산야 그대로 이네.

  • 제17영 천연의 소나무와 바윗돌

높은 뫼에서 굴러 내린 조각 바위들 뿌리 얽혀 서있는 두어 자 소나무 오랜 세월에 몸엔 꽃을 가득 피우고 기세 곧아서 하늘 높이 솟아 푸르네

  • 제18영 바윗돌에 두루 덮인 푸른 이끼

바윗돌 오랠수록 구름 안개에 젖어 푸르고 푸르러 이끼 꽃을 이루네 흔히 구학을 즐기는 은자들의 본성은 변화함에는 전연 뜻을 두지 않는다네

  • 제19영 평상바위에 조용히 앉아

낭떠러지 바위에 오래도록 앉았으면 깨끗하게 쓸어가는 계곡의 시원한 바람 무릎이 상한 데도 두렵지 않아 관물하는 늙은이에겐 가장 알맞네

  • 제20영 맑은 물가에서 거문고 비껴 안고

소리내는 거문고 타기 쉽지 않는 건 세상에는 종자기같은 친구 없어서라 맑고 깊은 물에 한 곡조 울리고 나면 마음과 귀만은 서로 안다네

  • 제21영 빙빙도는 물살에 술잔 띄워보내며

물살 치는 돌 웅덩이에 둘러앉으면 소반의 술안주 뜻한 대로 넉넉해 빙빙 도는 물결에 절로 오고가니 띄우는 술잔 한가로이 서로 권하네

  • 제22영 평상바위에서 바둑을 두며

평상바위 조금은 넓고 평평하여 죽림에서 지냄이 대부분이라네 손님이 와서 바둑 한판 두는데 공중에서우박이 흩어져 내려

  • 제23영 긴 섬돌을 거닐며

차분히도 속세를 벗어난 마음으로 소요하며 섬돌 위를 구애 없이 걷네 노래할 땐 갖가지 생각들 한가해지고 읊고 나면 또 희로 애락의 속정 잊혀지네

  • 제24영 홰나무 가 바위에 기대어 졸며

몸소 홰나무 가의 바위를 쓸고서 아무도 없이 홀로 앉아 있을 때에 졸다가 놀래어 일어서는 건 의왕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라

  • 제25영 조담에서 미역을 감고

맑은 조담 깊어도 바닥이 보이고 미역을 감고나도 맑기는 여전해 미덥지 않은 건 인간 세상이라 염정을 걷던 발 때도 씻어버리네

  • 제26영 다리 너머의 두 그루 소나무

콸콸 소리내며 섬돌 따라 흐르는 물 다리 너머에 두 그루 소나무 서 있네 옥이 나는 남전은 오히려 일이 분주해 그 다툼은 조용한 여기에도 미치리라

  • 제27영 낭떠러지에 흩어져 자라는 소나무와 국화

북쪽의 고개는 층층이 푸르고 동쪽 울타리엔 점점이 누런 황국이라 낭떠러지 장식하여 여기저기 심어 있고 세밑 늦가을 풍상에도 버티고 섰네

  • 제28영 받침대 위의 매화

매화의 신기함을 바로 말하려거든 모름지기 돌에 꽂힌 뿌리를 보아야 해 맑고 얕은 물까지 겸하고 있어 황혼이면 성긴 그림자들 드리우네

  • 제29영 좁은 길가의 밋밋한 대나무들

눈에 덮인 대 줄기 곧아서 창창하고 구름에 싸인 대 끝 솔솔바람에 간드러지네 지팡이 짚고 나가 묵은 대껍질 벗기고 띠를 풀어서 새 줄기는 동여준다네

  • 제30영 바위틈에 흩어져 뻗은 대 뿌리

흰 대 뿌리 티끌에 더럽혀질까 하면서도 시시로 돌 위에 뻗어 나오네 어린 대 뿌리 몇 해를 자라났는고 곧은 마음은 오랠수록 더욱 모질다네

  • 제31영 낭떠러지에 집 짓고 사는 새

벼랑 가에서 펄펄 나는 새 때때로 물 속에 내려와 노네 마시고 쪼는 건 제 심성 그대로요 본디 잊었다네, 백구와 저항하기를

  • 제32영 저물어 대밭에 날아드는 새

바위 위 여러 무더기의 대나무 숲 상비의 눈물 자국 아직도 남았어라 산새들 그 한을 깨닫지 못하고 땅거미 지면 제 깃 찾아들 줄 아네

  • 제33영 산골 물가에서 졸고 있는 오리

하늘이 유인에게 부쳐준 계책은 맑고 시원한 산골짜기 샘물이라네 아래로 흐르는 물 모두 자연 그대로라 나눠 받은 물가에서 오리 한가히 조네

  • 제34영 세차게 흐르는 여울물가의 창포

듣자니 여울 물가의 창포 아홉 마디마다 향기를 지녔다네 날리는 여울 물 날로 뿜어대니 이 한가지로 염량을 꿰뚫는다오

  • 제35영 빗긴 처마 곁에 핀 사계화

정작 꽃 중의 으뜸으로 치는 사계화 사시로 청화함을 갖추어서인가 초가지붕 비스듬해 더욱 운치 있어라 매화와 대나무도 곧 알아준다네

  • 제36영 복숭아 언덕에서 맞는 봄 새벽

복숭아 언덕에 봄철이 찾아드니 만발한 꽃들 새벽 안개에 드리워 있네 바윗골 동리 안이라 어렴풋하여 무릉계곡을 건너는 듯하구나

  • 제37영 오동나무 언덕에 드리운 여름 그늘

묵은 오동 줄기 바위 벼랑까지 이어 있어 우로의 혜택이라 항시 맑게 그늘지네 순임금의 은혜 길이길이 밝혀져서 온화한 남풍 지금까지 불어주네

  • 제38영 오동나무 녹음 아래 쏟아지는 폭포

무성한 나뭇가지 녹엽의 그늘인데 어젯밤 시냇가엔 비가 내렸네 난무하는 폭포 가지 사이로 쏟아지니 돌아보건대 봉황새 춤추는 게 아닌가

  • 제39영 버드나무 물가에서의 손님 맞이

나그네 찾아와서 사립문 두드리매 몇 마디 소리로 낮잠을 깨었네 관을 쓰고 미처 인사드리지 못했는데 말 매놓고 버드나무 물가에 서 있네

  • 제40영 골짜기 건너편 연꽃

조촐하게 섰는 게 훌륭한 화훼花卉로다 한가로운 모습 멀리서 볼 만하고 향긋한 기운 골짝을 건너와 풍기네 방안에 들이니 지란보다 더 좋구나

  • 제41영 연못에 흩어져 있는 순채 싹

장한이 강동으로 귀향한 후로 풍류를 아는 이 그 누구던고 반드시 사랑하는 농어회 같이하지 않더라도 기다란 순채 싹 맛보고자 하네

  • 제42영 산골물 가까운에 핀 백일홍

세상엔 무성히 자란 꽃이라도 도무지 열흘 가는 향기 없다네 어찌하여 산골 물가의 배롱나무만은 백일 내내 붉은 꽃을 대하게 하는고

  • 제43영 빗방울 떨어지는 파초잎

어지러이 떨어지니 은 화살 던지는 듯 푸른 비단 파초잎 높낮이로 춤을 추네 같지는 않으나 사향의 소리인가 되레 사랑스러워라. 적막함 깨뜨려 주니

  • 제44영 골짜기에 비치는 단풍

가을이 드니 바위 골짜기 서늘하고 단풍은 이미 서리에 놀래 물들었네 아름다운 채색 고요하게 흔들리니 그 그림자 거울에 비친 경치로다

  • 제45영 평원에 깔려 있는 눈

산에 낀 검은 구름 깨닫지 못하다가 창문 열고 보니 평원엔 눈이 가득 섬돌에도 골고루 흰눈 널리 깔리어 한적한 집안에 부귀 찾아들었네

  • 제46영 눈에 덮인 붉은 치자

듣건대 치자꽃 여섯 잎으로 핀다더니 사람들은 그 자욱한 향기 넘친다 하네 붉은 열매 푸른 잎과 서로 어울려 눈서리에도 맑고 곱기만 하여라

  • 제47영 애양단의 겨울 낮맞이

애양단 앞 시냇물 아직 얼어 있지만 애양단 위의 눈은 모두 녹았네 팔 베고 따뜻한 볕 맞이하다 보면 한낮 닭울음소리가 타고 갈 가마에 들려 오네

  • 제48영 긴 담에 써 붙인 소쇄원 제영

긴 담은 옆으로 백 자나 되어 하나하나 써 붙여 놓은 새로운 시 마치 병풍 벌려 놓은 듯하구나 비바람만은 함부로 업신여기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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