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삼편
red
초기시
단시삼편
바람
바람이 분다
네나 나나 보지는 못하나
나무닙을 흔들고 간다
저녁
햇발이 서산을 넘엇다
우주는 황혼이 되고
넘어 가마귀 제집을 찾네
달빗
명랑한 달빗
꾸여진 창틈으로 빗취여들고
어렷슬 때 모든 생각
뷔인 머리 속으로 새여든다
1931년 5월 15일 매일신보에 발표. 김종회 교수에 의해 「단오명절」과 함께 2010년 9월 발굴되었다.
특징
- 정갈한 언어들이 묘사된 정경을 평화로운 수평적 대상들로 바꾸고 있다.
- 생략과 비유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환기한다.
- 사물들의 동일성을 재구성한다.
- 『골동품』의 언어 감각을 미리 실현하고 있는 시=>단문주의
단문주의
당대의 시적 경향 중에서 단문주의적 양상이 가진 의미는 특별하다. “이미지의 집중과 조각으로 능사를 삼엇슴으로 행과 연이 분산하는 형식을 취해서 시는 거개가 단시가 되엿고 짤브면짤블스록 효과적”이었다는 김광균의 회고는 30년대의 모더니즘에 대한 논평과 직결되는 것.
『골동품』과 「단시삼편」 => 정서를 절제하는 심미적 냉정의 내면
의의
이 시가 같은 시기에 창작된 동요의 수준을 뛰어 넘어 있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언어 능력 때문이다. 하나의 언어 표현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까지 환기하는 차원이 그것이다. 시적 압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언어 능력은 순정한 마음의 동요적 언어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