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정약용의 「수오재기(守吾齋記)」"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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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나와 굳게 맺어져 있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으로는 나[吾]보다 절실한 것이 없으니, 지키지 않는다 한들 어디로 가겠는가. 그 이름이 참 이상하다.”
 
“사물이 나와 굳게 맺어져 있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으로는 나[吾]보다 절실한 것이 없으니, 지키지 않는다 한들 어디로 가겠는가. 그 이름이 참 이상하다.”
  
라고 하였다. [http://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VdkVgwKey=13,03860000,37&pageNo=5_1_1_0 내가 장기(長鬐)로 귀양온 이후 홀로 지내면서] 정밀하게 생각해 보았더니, 하루는 갑자기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다음과 같이 스스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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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였다. 내가 장기(長鬐)로 귀양온 이후 홀로 지내면서 정밀하게 생각해 보았더니, 하루는 갑자기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다음과 같이 스스로 말하였다.
  
 
"대체로 천하의 만물이란 모두 지킬 것이 없고, 오직 나[吾]만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내 밭을 지고 도망갈 자가 있는가. 밭은 지킬 것이 없다. 내 집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집은 지킬 것이 없다. 나의 정원의 꽃나무ㆍ과실나무 등 여러 나무들을 뽑아갈 자가 있는가. 그 뿌리는 땅에 깊이 박혔다. 나의 책을 훔쳐 없애버릴 자가 있는가. 성현(聖賢)의 경전(經傳)이 세상에 퍼져 물과 불처럼 흔한데 누가 능히 없앨 수 있겠는가. 나의 옷과 식량을 도둑질하여 나를 군색하게 하겠는가. 천하의 실이 모두 내가 입을 옷이며, 천하의 곡식은 모두 내가 먹을 양식이다. 도둑이 비록 훔쳐간다 하더라도 한두 개에 불과할 것이니 천하의 모든 옷과 곡식을 없앨 수 있겠는가. 그런즉 천하의 만물은 모두 지킬 것이 없다. 유독 이른바 나[吾]라는 것은 그 성품이 달아나기를 잘하여 드나듦에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으나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유도하면 떠나가고, 위험과 재화가 겁을 주어도 떠나가며, 심금을 울리는 고운 음악 소리만 들어도 떠나가고, 새까만 눈썹에 흰 이빨을 한 미인의 요염한 모습만 보아도 떠나간다. 그런데, 한 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몰라 붙잡아 만류할 수 없다. 그러므로 [https://www.youtube.com/embed/82cqau04BvE 천하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나(吾) 같은 것이 없다. 어찌 실과 끈으로 매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서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대체로 천하의 만물이란 모두 지킬 것이 없고, 오직 나[吾]만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내 밭을 지고 도망갈 자가 있는가. 밭은 지킬 것이 없다. 내 집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집은 지킬 것이 없다. 나의 정원의 꽃나무ㆍ과실나무 등 여러 나무들을 뽑아갈 자가 있는가. 그 뿌리는 땅에 깊이 박혔다. 나의 책을 훔쳐 없애버릴 자가 있는가. 성현(聖賢)의 경전(經傳)이 세상에 퍼져 물과 불처럼 흔한데 누가 능히 없앨 수 있겠는가. 나의 옷과 식량을 도둑질하여 나를 군색하게 하겠는가. 천하의 실이 모두 내가 입을 옷이며, 천하의 곡식은 모두 내가 먹을 양식이다. 도둑이 비록 훔쳐간다 하더라도 한두 개에 불과할 것이니 천하의 모든 옷과 곡식을 없앨 수 있겠는가. 그런즉 천하의 만물은 모두 지킬 것이 없다. 유독 이른바 나[吾]라는 것은 그 성품이 달아나기를 잘하여 드나듦에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으나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유도하면 떠나가고, 위험과 재화가 겁을 주어도 떠나가며, 심금을 울리는 고운 음악 소리만 들어도 떠나가고, 새까만 눈썹에 흰 이빨을 한 미인의 요염한 모습만 보아도 떠나간다. 그런데, 한 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몰라 붙잡아 만류할 수 없다. 그러므로 [https://www.youtube.com/embed/82cqau04BvE 천하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나(吾) 같은 것이 없다. 어찌 실과 끈으로 매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서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2019년 9월 23일 (월) 10:52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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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Quote-left.png 수오재(守吾齋)라는 것은 큰 형님이 자기 집에 붙인 이름이다. 나는 처음에 의구심이 들어 말하기를,

“사물이 나와 굳게 맺어져 있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으로는 나[吾]보다 절실한 것이 없으니, 지키지 않는다 한들 어디로 가겠는가. 그 이름이 참 이상하다.”

라고 하였다. 내가 장기(長鬐)로 귀양온 이후 홀로 지내면서 정밀하게 생각해 보았더니, 하루는 갑자기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다음과 같이 스스로 말하였다.

"대체로 천하의 만물이란 모두 지킬 것이 없고, 오직 나[吾]만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내 밭을 지고 도망갈 자가 있는가. 밭은 지킬 것이 없다. 내 집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집은 지킬 것이 없다. 나의 정원의 꽃나무ㆍ과실나무 등 여러 나무들을 뽑아갈 자가 있는가. 그 뿌리는 땅에 깊이 박혔다. 나의 책을 훔쳐 없애버릴 자가 있는가. 성현(聖賢)의 경전(經傳)이 세상에 퍼져 물과 불처럼 흔한데 누가 능히 없앨 수 있겠는가. 나의 옷과 식량을 도둑질하여 나를 군색하게 하겠는가. 천하의 실이 모두 내가 입을 옷이며, 천하의 곡식은 모두 내가 먹을 양식이다. 도둑이 비록 훔쳐간다 하더라도 한두 개에 불과할 것이니 천하의 모든 옷과 곡식을 없앨 수 있겠는가. 그런즉 천하의 만물은 모두 지킬 것이 없다. 유독 이른바 나[吾]라는 것은 그 성품이 달아나기를 잘하여 드나듦에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으나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유도하면 떠나가고, 위험과 재화가 겁을 주어도 떠나가며, 심금을 울리는 고운 음악 소리만 들어도 떠나가고, 새까만 눈썹에 흰 이빨을 한 미인의 요염한 모습만 보아도 떠나간다. 그런데, 한 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몰라 붙잡아 만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천하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나(吾) 같은 것이 없다. 어찌 실과 끈으로 매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서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잘못 간직했다가 나를 잃은 자이다. 어렸을 때, 과거(科擧)가 좋게 보여서 과거에 빠져 들어간 것이 10년이었다. 마침내 처지가 바뀌어 조정에 나아가 검은 사모[烏帽]에 비단 도포를 입고 미친 듯이 대낮에 큰길을 뛰어다녔는데, 이와 같이 12년을 하였다. 또 처지가 바뀌어 한강을 건너고 조령을 넘어, 친척과 분묘(墳墓)를 버리고 곧바로 아득한 바닷가의 대나무 숲에 달려와서야 멈추게 되었다. 이때에는 나[吾]도 땀이 흐르고 두려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나의 발뒤꿈치를 따라 함께 이곳에 오게 되었다. 나는 나[吾]에게 말하기를,

"자네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가? 여우나 도깨비에게 홀려서 끌려온 것인가? 아니면 해신(海神)이 부른 것인가? 자네의 가정과 고향이 모두 초천(苕川)에 있는데, 어찌 그 본고장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했다. 끝끝내 나[吾]라는 것은 멍한 채로 움직이지 않으며 돌아갈 줄을 몰랐다. 그 얼굴빛을 보니 마치 얽매인 곳이 있어서 돌아가고자 하나 돌아가지 못하는 듯하였다. 마침내 붙잡아서 함께 이곳에 머물렀다. 이때 나의 둘째 형님 좌랑공(佐郞公)께서도 그의 나[吾]를 잃고 나를 쫓아 남해(南海) 지방으로 왔는데, 역시 나[吾]를 붙잡아서 함께 그곳에 머물렀다. 유독 나의 큰 형님만이 그의 나[吾]를 잃지 않고 편안히 단정하게 수오재(守吾齋)에 앉아 계시니, 어찌 본디부터 지키는 것이 있어 나[吾]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큰형님께서 그의 거실에 이름붙인 까닭일 것이다. 큰 형님께서는 항상 말하시기를,

"아버지께서 나에게 태현(太玄)이라고 자(字)를 지어 주셔서, 나는 오로지 나의 태현을 지키려고 하여, 이것으로써 나의 거실에 이름을 붙였다."

고 하시지만, 이것은 핑계대는 말씀이다. 맹자가,

"지킴은 무엇이 큰가? 몸을 지키는 것이 크다."

고 하였으니, 그 말씀이 진실하다.

드디어 내 스스로 말한 것을 써서 큰 형님께 보이고 수오재(守吾齋)의 기(記)로 삼는다.

(원문)

守吾齋者。伯氏之所以名其室也。余始也疑之曰。物之與我。固結而不相離者。莫切於吾。雖不守奚適焉。異哉之名也。自余謫鬐來。嘗獨處思慮靜密。一日恍然有得於斯。蹶然起以自語曰。大凡天下之物。皆不足守。而唯吾之宜守也。有能負吾田而逃者乎。田不足守也。有能戴吾宅而走者乎。宅不足守也。有能拔吾之園林花果諸木乎。其根著地深矣。有能攘吾之書籍而滅之乎。聖經賢傳之布于世。如水火然。孰能滅之。有能竊吾之衣與吾之糧而使吾窘乎。今夫天下之絲皆吾衣也。天下之粟皆吾食也。彼雖竊其一二。能兼天下而竭之乎。則凡天下之物。皆不足守也。獨所謂吾者。其性善走。出入無常。雖密切親附。若不能相背。而須臾不察。無所不適。利祿誘之則往。威禍怵之則往。聽流商刻羽靡曼之聲則往。見靑蛾皓齒妖豔之色則往。往則不知反。執之不能挽。故天下之易失者。莫如吾也。顧不當縶之維之扃之鐍之以固守之邪。吾謾藏而失吾者也。幼眇時見科名之可悅也。往而浸淫者十年。遂轉而之朝行。忽爲之戴烏帽穿錦袍。猖狂馳于白晝大道之上。如是者十二年。又轉而涉漢水踰鳥嶺。離親戚棄墳墓。直趨乎溟海之濱叢篁之中而止焉。吾於是流汗脅息。遑遑汲汲。追吾之蹤而同至也。曰子胡爲乎來此哉。將爲狐魅之所引乎。抑爲海神之所招乎。子之室家鄕黨皆在苕川。盍亦反其本矣。乃所謂吾者。凝然不動而莫之知反。觀其色如有拘留者。欲從以反而弗能也。遂執與之共住焉。是時吾仲氏佐郞公亦失其吾。而追而至於南海之中。亦執與之共住焉。獨吾伯氏得不失其吾。而安然端坐於守吾之齋。豈不以其守之有素而得不失之也乎。此其所以名其齋者歟。伯氏嘗言曰先人字余曰太玄。吾將獨守吾太玄。是以名吾齋。此其託辭也。孟子曰守孰爲大。守身爲大。誠哉言乎。遂書其所自語者。報于伯氏。以爲守吾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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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약용, 『다산시문집』(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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