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불국사 기행」"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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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div style="text-align:justify">장난감 기차는 반 시간이 못 되어 불국사역까지 실어다 주고, 역에서 등대했던(기다리고 있던) 자동차는 십릿길을 단숨에 껑청껑청 뛰어서 불국사에 대었다. 뒤로 토함산을 등지고 왼편으로 울창한 송림을 끌며 앞으로 광활한 평야를 내다보는 절의 위치부터 풍수쟁이 아닌 나의 눈에도 벌써 범상치 아니했다. 더구나 돌 층층대를 쳐다볼 때에 그 굉장한 규모와 섬세한 솜씨에 눈이 어렸다.</div> | + | <div style="text-align:justify"> |
| + | {{Blockquote|장난감 기차는 반 시간이 못 되어 불국사역까지 실어다 주고, 역에서 등대했던(기다리고 있던) 자동차는 십릿길을 단숨에 껑청껑청 뛰어서 불국사에 대었다. 뒤로 토함산을 등지고 왼편으로 울창한 송림을 끌며 앞으로 광활한 평야를 내다보는 절의 위치부터 풍수쟁이 아닌 나의 눈에도 벌써 범상치 아니했다. 더구나 돌 층층대를 쳐다볼 때에 그 굉장한 규모와 섬세한 솜씨에 눈이 어렸다.</div> | ||
초창 당시엔 낭떠러지로 있던 곳을 돌로 쌓아올리고, 그리고 이 돌 층층대를 지었음이리라. 동쪽과 서쪽으로 갈리어 위아래로 각각 둘씩이니 전부는 네 개인데, 한 개의 층층대가 대개 열일곱 여덟 계단이요, 길이는 오십칠팔 척으로 양 가에 놓인 것과 가운데에 뻗친 놈은 돌 한 개로 되었으니, 얼마나 끔찍한 인력을 들인 것인가를 짐작할 것이요, 오늘날 돌로 지은 대건축물에도 이렇듯이 대팰 민 듯한 돌은 못 보았다 하면, 얼마나 그 때 사람이 돌을 곱게 다루었는가를 깨달을 것이다. | 초창 당시엔 낭떠러지로 있던 곳을 돌로 쌓아올리고, 그리고 이 돌 층층대를 지었음이리라. 동쪽과 서쪽으로 갈리어 위아래로 각각 둘씩이니 전부는 네 개인데, 한 개의 층층대가 대개 열일곱 여덟 계단이요, 길이는 오십칠팔 척으로 양 가에 놓인 것과 가운데에 뻗친 놈은 돌 한 개로 되었으니, 얼마나 끔찍한 인력을 들인 것인가를 짐작할 것이요, 오늘날 돌로 지은 대건축물에도 이렇듯이 대팰 민 듯한 돌은 못 보았다 하면, 얼마나 그 때 사람이 돌을 곱게 다루었는가를 깨달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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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은 다보탑 서쪽에 있는데, 다보탑의 혼란한 잔손질과는 딴판으로, 수법이 매우 간결하나마 또한 정중한 자태를 잃지 않았다. 다보탑을 능라와 주옥으로 꾸밀 대로 꾸민 성장 미인(盛裝美人-화려하게 치장한 미인)에 견준다면, 석가탑은 수수하게 차린 담장 미인(淡粧美人-엷은 단장한 미인)이라 할까? 높이 27척, 층은 역시 3층으로 한 층마다 수려한 돌병풍을 두르고, 병풍 네 귀에 병풍과 한데 어울러 놓은 기둥이 있는데, 설명자의 말을 들으면 이 탑은 한 층마다 돌 하나로 되었다 하니, 그 웅장하고 거창한 규모에 놀랄 만하다. | 석가탑은 다보탑 서쪽에 있는데, 다보탑의 혼란한 잔손질과는 딴판으로, 수법이 매우 간결하나마 또한 정중한 자태를 잃지 않았다. 다보탑을 능라와 주옥으로 꾸밀 대로 꾸민 성장 미인(盛裝美人-화려하게 치장한 미인)에 견준다면, 석가탑은 수수하게 차린 담장 미인(淡粧美人-엷은 단장한 미인)이라 할까? 높이 27척, 층은 역시 3층으로 한 층마다 수려한 돌병풍을 두르고, 병풍 네 귀에 병풍과 한데 어울러 놓은 기둥이 있는데, 설명자의 말을 들으면 이 탑은 한 층마다 돌 하나로 되었다 하니, 그 웅장하고 거창한 규모에 놀랄 만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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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6일 (월) 01:33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