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이상자대(異相者對)」"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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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러나와서 그의 대답한 말을 적는다. | 하고, 물러나와서 그의 대답한 말을 적는다. |
2019년 10월 21일 (월) 15:48 기준 최신판
본문
어떤 관상(觀相)장이가 있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르며 상서(相書)를 읽지 않고, 재래의 관상법을 따르지 않았으며, 이상한 상법으로 관상을 보므로 사람들이, "이상한 관상쟁이"라 불렀다. 점잖은 사람, 높은 벼슬아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앞을 다투어서 초빙도 하고 찾아도 가서 상을 보았다. 그 관상장이는 부귀하여 몸이 비대하고 윤택한 사람을 관상하면서는,
“당신 용모가 매우 수척하니 당신처럼 천한 족속이 없겠습니다.” 하고, 빈천하여 몸이 파리한 사람을 관상하면서는, “당신 용모가 비대하니 당신처럼 귀한 족속은 드물겠소.” 하고, 장님을 관상하면서는, “눈이 밝겠소.” 하고, 달음질을 잘하는 사람을 관상하면서는, “절름발이라 걷지 못하는 상이오.” 하고, 얼굴이 잘생긴 부인을 관상하면서는,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한 상이오.” 하고, 세상에서 관대하고 인자한다고 일컫는 사람을 관상하면서는, “만민을 상심하게 할 상입니다.” 하고, 시속에서 매우 잔혹한 사람이라고 일컫는 자를 관상하면서는, “만인의 마음을 기쁘게 할 상이오.” 하였는데, 그의 관상은 거의 이런 식이었다. 다만, 의복(倚伏)의 소자출(어떤 사물이 나온 근본이나 출처)도 잘 말할 줄 모를 뿐 아니라, 상대방의 동정을 살피는 데도 모두 틀리게 보았다. 그러자 뭇사람들은 그를 사기꾼이라 떠들어대며 잡아다가 그 거짓을 심문하려 하였다. 나는 홀로 그것을 말리면서 말하기를, “무릇 말에는 앞서는 딱딱하게 하다가 뒤에서는 순탄하게 하는 말도 있고, 겉으로 듣기에는 퍽 천근하나 이면에는 장원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도 있는 것이다. 저도 역시 눈이 있는 사람인데, 어찌 비대한 사람, 수척한 사람, 눈먼 사람임을 몰라서 비대한 사람을 수척하다 하고 수척한 사람을 비대하다 하며, 눈먼 사람을 눈 밝은 사람이라 하였겠는가? 이것은 필시 기이한 관상이리라.” 하고, 이에 목욕하고 의복을 단정히 입고서 그 관상장이의 우거한 곳에 갔더니, 그는 좌우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자리를 피하게 하고서 말하기를, “나는 모모한 사람을 관상하였습니다.” 하기에, “모모한 사람이란 어떠한 사람이오.” 하였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부귀하면 교만하고 능멸하는 마음이 자랍니다. 죄가 충만하면 하늘은 반드시 엎어버릴 것이니, 장차 알곡은커녕 쭉정이도 넉넉지 못할 시기가 닥칠 것이므로 ‘수척하다’ 한 것이고, 장차 하락하여 필부의 비천이 될 것이므로 ‘당신 족속이 천할 것이다’ 한 것입니다. 빈천하면 뜻을 굽히고 자신을 낮추어 공구수성(恐懼修省:몹시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함.)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막힌 운수가 다하면 터진 운수가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니 육식할 징조가 이미 이르렀으므로 ‘비대하다’고 한 것이고, 장차 만 석(石)의 녹을 누릴 귀(貴)가 있을 것이므로 ‘당신 족속이 귀할 것이다’ 한 것입니다. 요염한 여색이 있으면 쳐다보고 싶고 진기한 보배를 보면 가지려 하며, 사람을 미혹시키고 왜곡되게 하는 것은 눈인데, 이로 말미암아 헤아리지 못할 욕(辱)을 받기까지 하니 이는 밝지 못한 자가 아니겠습니까? 오직 장님이라야 마음이 깨끗하여 아무런 욕심이 없고 몸을 보전하고 욕됨을 멀리하는 것이 현자(賢者)나 각자(覺者)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래서 ‘밝은 자’ 라고 한 것입니다. 날래면 용맹을 숭상하고 용맹스러우면 대중을 능멸하며, 마침내는 자객(刺客)이 되기도 하고 간수(姦首)가 되기도 합니다. 정위(廷尉)가 이를 가두고 옥졸(獄卒)이 이를 지키며 차꼬가 발에 채워지고 형틀이 목에 걸려지면 비록 달음질하려 하나 달음질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절름발이라 걸을 수 없는 자’라 한 것입니다. 무릇 색이란 음란한 자가 보면 구슬처럼 아름답고, 정직한 자가 보면 진흙처럼 추하므로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다’ 한 것입니다. 이른바 인자한 사람이 죽을 때에는 사람들이 사모하여 마치 어린애가 자모(慈母:사랑이 많은 어머니를 일컫는 말)를 잃은 것처럼 눈물을 흘립니다. 그래서 ‘만인을 상심하게 할 것이다’ 한 것입니다. 이른바 잔혹한 자가 죽으면 도로와 항간에서 노래를 부르며 양고기와 술로 서로 하례하고 입이 째져라 하고 웃는 사람도 있고, 손이 터져라 하고 손뼉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만인을 기쁘게 할 것이다’ 한 것입니다.” 나는 놀라 일어서며 말하기를, “과연 나의 말과 같구나. 이것이 실로 관상의 기이한 것이다. 그의 말은 명(銘)이나 규(規:11. 모범(模範)으로 삼다)를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어찌 그가 안색과 모습에 따라 귀상(貴相)에 대해서는 귀문서각(龜文犀角:거북의 무늬에 물소의 뿔)이라 하고, 악상(惡相)에 대해서는 봉목시성(蜂目豺聲:벌과 같은 눈과 승냥이 같은 목소리라는 뜻으로, 흉악한 인상을 이르는 말)이라 하여, 잘못된 데 얽매이고 상례(常例)를 답습하면서 스스로 성스러운 체하고 스스로 신령한 체 하는 자들에게 비하겠는가.” 하고, 물러나와서 그의 대답한 말을 적는다. (원문) 有相者。不知何自而來。不讀相書。不襲相規。以異術相之。故謂異相者。搢紳卿相。男女幼長。爭邀競往。無不使相焉。相富貴而肥澤者曰。子之貌甚瘠矣。族之賤莫子若也。相貧賤而癯羸者曰。子之貌肥矣。族之貴若子者稀矣。相盲者曰。明者也。相捷而善走者曰。跛躄而不能步者也。相婦人之色秀者曰。或美或醜也。相世所謂寬而且仁者曰。傷萬人者也。相時所謂酷之尤深者曰。悅萬人之心者也。其所相率皆類是。非特不能言。倚伏所自。其察容止。皆左視也。衆譁傳以爲詭人。欲執而鞠理其僞。予獨止之曰。夫言有先逆而後順者。外近而內遠者。彼亦有眼。豈不知肥者瘠者瞎者。而指肥爲瘠。指瘠爲肥。指瞎爲明者乎。此必相之奇者也。於是沐浴盥漱。整襟合紐。造相者之所寓。遂屛左右曰。子相某人某人。其曰。某某何也。對曰。夫富貴則驕傲陵慢之心滋。罪之盈也。天必反之。將有糠糲不給之期。故曰瘠也。將傝然爲匹夫之卑。故曰子之族賤矣。貧賤則降志貶己。有憂懼修省之意。否之極焉。泰必復矣。肉食之兆已至。故肥也。將有萬石十輪之貴。故曰子之族貴矣。窺妖姿美色而觸之。覷珍奇玩好以欲之。化人爲惑。枉人爲曲者。目也。由此而至不測之辱。則玆非不明者乎。唯瞎者。淡然泊然。無欲無觸。全身遠辱。過於賢覺。故曰明者也。夫捷則尙勇。勇則陵衆。其終也或爲刺客。或爲姦首。及廷尉繫之。獄卒守之。桎在足。木貫脰。雖欲逸走得乎。故曰跛躄而不能步者也。夫色也淫侈忲異者。視之則瓊瑤之秀也。直方淳質者。視之則泥土之醜也。故曰或美或醜也。夫所謂仁人者。其死之時。蠢蠢蚩蚩。思慕涕洟。怊乎若嬰兒之失母慈。故曰傷萬人者也。所謂酷者。其死也。塗歌巷和。羊酒相賀。有笑而口未闔者。有抃而手欲破者。故曰悅萬人者也。予瞿然起曰。果若吾辭。此實相之奇者也。其言可以爲銘爲規。豈比夫沿色隨形。說貴則曰龜文犀角。說惡則曰蜂目豺聲。滯曲循常。自聖自靈者乎。退而書其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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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규보(李奎報),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文集)』제20권/잡저(雜著) - 운어(韻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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