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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4일 (수) 15:02 기준 최신판
목차
Contents
연구 목적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는 서울이 조선의 수도가 된 이후 가장 화려하고, 재미있고, 생동감 넘쳤던 ‘18세기 서울’을 잘 보여준다. 이에 성시전도시 작품들 속 묘사되는 상업 활동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찰하여 문학 자료의 역사적 성격을 살피고자 한다.
당시 상업 활동을 효과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 특히 역동적으로 묘사된 ‘시장과 저자거리 풍경’을 기반으로 하고자 하는데, 시전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전에서 생업을 통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속에서 한가로이 유흥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시전 풍경에는 당시의 다양한 인물 군상 등장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당시 한양 사람들의 인정과 세태, 사회풍속을 이해해 보려고 한다.
더불어 상업 활동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업 활동을 문화적으로 조망하는 일은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생활상을 살펴보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작품들 속의 시장 풍경 묘사가 당대 현실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며, 그러한 현실이 다시 문학 텍스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양자 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출 것이다.
연구 대상
연구 대상으로 하는 13개의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 작품은 다음과 같다.
작가 | 작품 | 출처 |
---|---|---|
신광하 | 「御題御批 城市全圖七言百約古詩初試壯元親試御考書下有聲畵三字」 | 진택선생문집 |
박제가 | 「城市全圖應令」 | 정유각집 |
이만수 | 「城市全圖百韻文臣應製」 | 극원유고, 내각일력 |
이덕무 | 「城市全圖 七言古詩百韻」 | 아정유고 |
유득공 | 「城市全圖應製御評都是畵, 春城遊記」 | 영재집 |
이집두 | 「城市全圖 七言百約古詩 潭善大夫前行承政院右承旨臣李集斗製進」 | 성시전도시권 |
정동간 | 「城市全圖 七言百約古詩」 | 산고(散稿) |
서유구 | 「城市全圖 試券」 | 내각일력 |
이희갑 | 「城市全圖 百約」 | 동시(東詩) |
김희순 | 「城市全圖」 | 산목헌집 |
신택권 | 「城市全圖 擬應製 百䪨古詩」 | 저암만고 |
이학규 | 「城市全圖 一百韻」 | 낙하생집 |
신관호 | 「奉和 禁直諸臣城市全圖應制百䪨」 | 신대장군전집 |
성시전도시에서 묘사되는 ‘상업 활동’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려는 만큼, 이 중에서도 특히 시장의 풍경 묘사가 가장 생생하고 자세하게 이루어졌다고 평가받는 박제가의 작품을 필두로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방법
주로 시전 풍경으로 묘사되는 구절 속 등장하는 ‘장소(Place)’, 다양한 ‘인물(Figure)’, 그들의 ‘행위(Activity)’, 그 행위의 대상이 되는 ‘물품(Object)’를 정리한다. 꼭 시전에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상업과 관련된 활동이라면 최대한 모두 포함 시키려고 노력했다.
데이터 샘플링
클래스(Class)
명칭(name) | 설명(description) |
---|---|
Poem | 18세기 말 이후에 지어진 성시전도시 작품 |
Line | 성시전도시에서 칠언으로 된 개별 시구 |
Expression | 개별 시구를 네 글자, 세 글자, 두 글자로 분절한 시어 |
Figure | 원문 표현 속 묘사된 상업 활동에 관여하는 인물 |
Object | 원문 표현 속 묘사된 상업 활동의 대상이 되는 물품 |
Activity | 원문 표현 속 언급된 상업 관련 행위 |
관계(Relation)
관계정의 | 관계어(name) | 설명(description) | source | target |
---|---|---|---|---|
부분으로 갖다 | hasPart | 작품과 해당 작품의 시구 간 포함 관계 | Poem | Line |
시구와 해당 시구의 표현 간 포함 관계 | Line | Expression | ||
창작하다 | creates | 어떤 인물이 어떤 작품을 창작했다 | Person | Poem |
가리키다 | refers | 어떤 특정 표현이 어떤 상(商) 행위 관련 인물을 가리키다 | Expression | Figure |
어떤 특정 표현이 어떤 상(商) 행위 관련 물품을 가리키다 | Expression | Object | ||
어떤 특정 표현이 어떤 상(商) 행위를 가리키다 | Expression | Activity |
속성(Attributes)
속성(name) | 설명(description) | 클래스(class) | 예시 |
---|---|---|---|
id | 개별 데이터를 식별하기 위한 정보 자원 | All | PM001 |
대표명(name) | 해당 개체 데이터의 대표적인 명칭 | All | 성시전도시_김희순 |
한글제목(korname) | 개체 데이터의 한글 명칭 | Poem | 성시전도 |
한문제목(chiname) | 개체 데이터의 한자 명칭 | Poem | 城市全圖 |
작가(creator) | 특정 작품(Poem)의 작가 명칭 | Poem | 김희순 |
originalText | 시구의 원문 | Line | 彷彿淪漪隱魴鯉 |
transText | 시구의 번역문 | Line | 물결 속에 방어와 잉어가 숨어 있는 듯하네 |
description | 시어에 대한 주석 | Expression | - |
연구 데이터
데이터 수집 방법
상업 활동은 일상 생활과 매우 밀접해 있다. 상(商)행위는 이러한 특성상 <성시전도시>에서 관례적으로 꼭 한번 언급하는 '시전 풍경 묘사' 부분을 제외하고도 가끔 매우 자연스럽게 묘사되었다. (당시 시전뿐만 아니라 시전 밖에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주막'에 대한 묘사가 그러한 예이다.) 이에 연구자는 13개의 성시전도시를 정독하며 각각의 맥락을 파악하고, 상업 활동으로 보이는 데이터들을 일일이 수집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시전 풍경 묘사에는 물품 이름의 단순 나열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래서 행동을 묘사하는 동사나, 관련 인물을 묘사하는 명사가 원문에 제시되어 있는 경우에 최대한 인물, 활동에 관한 데이터를 추출하려 노력했다. (박제가의 성시전도시에서 '或有吹簫誇絶技 피리 불며 묘한 재주 자랑하는 이도 있네' 구절로부터 '피리 부는 사람'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낸 것이 그 예이다.)
데이터 목록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hHIjQAS_1G6IipQonFtVJOJUeo1p7boprNhALydb0ms/edit?usp=sharing
연구 결과
과거 시장의 모습과 현재 시장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18세기 한양의 시장은 온갖 물화와 인간군상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유일무이 한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성시전도시>에서 묘사되는 시전의 모습과 상(商)행위는 18세기 한양의 시장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크게 유의미하다.
<성시전도시> 속 상업 활동의 대상이 되는 물품들은 대체로 판매품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들이 묘사된 방식의 주로 같은 종륭 품목끼리 묶여 나열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판매품으로서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신광하의 작품 중 '菽粟黍稷稻梁粢 콩 조 수수 기장 벼 조 피'가 그 예시이다.)
이처럼 물품(Object)의 대부분이 시장에 내놓고 파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구매품으로서의 이미지를 갖는 물품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에 필자는 <성시전도시>에서 묘사되는 몇 안 되는 구매의 특성을 갖는 물품이 당시 백성들의 전형적인 소비재였을 거라 예측했다. 그래서 '팔다 賣' 가 아니라 예외적으로 '산다 買'라는 표현과 결부된 물품들만을 모아 보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필수적이던 소비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명령어: '買 사다' 라는 한자가 들어간 표현(Expression)과 refers의 관계를 갖는 '물품(Object)' 전부 출력
쿼리: match (a:Expression) - [r:refers] -> (b:Object)
where a.name contains '買'
return b
이 명령을 통해 柴(땔감) 炭(숯) 鞅(뱃대) 韀(언치) 臙粉(연지분) 이렇게 5가지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아마 '땔감'과 '숯'은 당시 의, 식, 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품이었기에 소비재로서 이미지가 강했을 것이다. '뱃대'와 '언치' 또한 당시 사람들의 이동 수단이던 '말'과 관련되기 때문에 이 같은 말치레를 구매하는 것이 평상적인 행위였을 거라 예측된다. 다만 '연지분'은 그 자체로 필수 소비재였다고 해석하는 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이 표현이 등장한 이집두의 작품을 들여다 보았다.
美人靚粧買臙粉 아리따운 여인은 고운 단장하려고 연지분을 사고
遊子春衫索麻枲 나그네는 봄 적삼 지으려 베와 모시 찾고 있네
여기서 시장 속 '아리따운 여인'과 '나그네'의 모습을 대구를 이용해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지분'은 당시 백성의 전형적 소비재로 해석하기보다는 당시 여인들의 전형적 소비재로 바라보는 게 더욱 타당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필자는 이처럼 성시전도시의 특성상 작품 속에 묘사되는 어떤 대상은 시인의 개인적인 감상이라기보다 당시 사회의 전형성과 대표성을 갖는다는 특징을 발견했다. 그런데 만약 13개의 작품들 사이에서 두 번 이상이나 같은 표현으로 등장한다면, 이는 꽤나 유의미한 대상일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각기 다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두 번 이상 언급된 인간 군상을 전부 추출해 보는 것이 '18세기 한양 상업 활동' 하면 자연스레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명령어: 2개 이상의 작품에서 언급되는 인물(Figure) 출력
쿼리: match (a1:Poem) - [r11:hasPart] -> (b1:Line) - [r12:hasPart] -> (c1:Expression) - [r13:refers] -> (d:Figure)
match (a2:Poem) - [r21:hasPart] -> (b2:Line) - [r22:hasPart] -> (c2:Expression) - [r23:refers] -> (d:Figure)
where not a1.name=a2.name
return d
이 명령어 입력을 통해 '행상, 좌고, 꽃 파는 아이, 거간꾼, 게 파는 여인, 장인, 상인' 7개의 인물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행상, 좌고, 거간꾼, 장인, 상인과 같이 시장 속에서 보기 쉬운 직업을 가진 인물들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필자가 주목한 점은 바로 '꽃 파는 아이', '게 파는 여인' 이 두 가지 인물 데이터이다. 두 인물 데이터가 전부 '판매 물품+명사'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절대 우연히 겹치게 된 표현은 아니라고 추측된다. 아마 어떠한 이유로 당시 한양의 시장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군상이었을 것이다.
'꽃 파는 아이'에 대한 정보는 따로 찾아볼 수 없었지만, 박제가의 작품 속 등장하는 '蟹笥在首兒在背 게 광주리 머리에 이고 아이는 등에 업고' 구절 속 '아이를 등에 없고 게 광주리를 머리에 인 여인'의 그림을 김홍도의 <행상>이라는 그림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가부장제가 굳건했던 조선 시대에는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성들이 생업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아마 그림 속 여인이 머리에 인 광주리에는 이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여성 행상은 이렇게 그림으로 남겨질 정도로 많았고, 그렇기에 서로 다른 <성시전도시> 작품들 속에서도 중복되어 등장했던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겠다.
바로 위에서 명령어를 통해 추출한 데이터들 中 특히 '거간꾼'은 '駔儈', '家僧', '駔𠘎' 이렇게 3가지나 되는 표현으로 쓰였다. 이처럼 하나의 한글 표현에서 여러 한자 표현을 갖는 물품 데이터들을 추출하고, 그 데이터들의 빈도수를 비교해 본다면 당시 사람들이 여러 표현으로 칭했던 물품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사람들에게 중요했던 물품을 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명령어: 물품(Object)의 한자 속성(chiname)은 다른데 한글 속성(korname)은 같은 물품(Object), 한자 속성(chiname), 한글 속성(korname) 전부 출력
쿼리: match (a:Expression) - [r:refers] -> (b:Object)
where b.chiname contains ','
return b, b.chiname, b.korname
이 명령을 통해 한산 모시, 북관 삼베, 연경 비단, 촉나라 비단, 벼, 기장, 말, 비단, 준치, 어물, 구슬, 술, 모래무지, 보석, 종이, 옷, 모시, 삼베, 귤, 쌀' 20개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여기서 필자는 특히 '한산 모시', '북관 삼베', '연경 비단', '촉나라 비단' 과 같이 특정 지역의 특산품을 언급하는 표현이 다양하게 쓰였다는 점을 주목했다. 해당 물품에 대한 표현이 다양할 정도로 유명했던 특산품이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속성 chiname에 ‘,’이 언급된 물품(Object)를 ‘,’의 언급 횟수 기준으로 내림차순으로 출력"한 막대 그래프를 만들어 마지막 쿼리에서 더 나아가 속성 chiname 표현을 가진 물품(Object)을 그 chiname 개수가 많은 순으로 정리해 보고자 했다. chiname 개수를 많이 가질수록 당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 물품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명령어: 속성 chiname에 ‘,’이 언급된 물품(Object)를 ‘,’의 언급 횟수 기준으로 내림차순으로 출력
쿼리: match (a:Expression) - [r:refers] -> (b:Object)
with b, size(split(b.chiname, ',')) AS 언급횟수
where 언급횟수 > 1
return b.korname AS 물품이름, 언급횟수
ORDER BY 언급횟수 DESC
연구 소감
처음에 연구를 계획했을 때는 <성시전도시>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한양 시전 모습을 비롯한 상업 활동 모습을 폭 넓게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시들에 조금씩 묘사된 일부의 시전 풍경으로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풍경을 그려낼 수 없었던 것이 또 아쉽다. 비슷한 맥락에서 시장이나 상(商)행위의 전체적인 풍경을 조망하기보다는 쓰인 한자의 '뜻(義)'에만 집중해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점도 아쉬운 점 중에 하나라고 꼽을 수 있겠다.
계속 아쉬운 점만 언급한 것 같아 긍정적인 측면도 말해 보자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한자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18세기 한양의 전체적인 풍경은 완벽히 알 순 없었지만 13명의 작가들의 시장 묘사 부분을 통해 당시 사람들에게 '시장'이란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한번도 해본 적 없었던 데이터 큐레이션을 접하며 무력감도 많이 느꼈지만 아예 미지의 분야였던 데이터학과 조금이라도 닿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보람이 있었던 작업이었다.
참고 자료
고동환 (2007). 조선시대 서울 도시사. 태학사.
박현욱 (2015). 성시전도시로 읽는 18세기 서울 : 13종 성시전도시 역주. 보고사.
정명섭 (2014). 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북로드.
노경희. (2018).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와 <한양가>에 나타난 조선후기 상업정책과 한양 시장의 풍경. 서울학연구, 70, 1–33.
김석. (2020). 옛 그림으로 보는 조선 시대 밥벌이 풍경 ①삯바느질부터 바둑 기사까지. KBS 뉴스. 게파는여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56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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