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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float:center; background:black; width:100%; height:3px; text-align:right; padding:2px 2px 2px;"></div><br/> | <div style="float:center; background:black; width:100%; height:3px; text-align:right; padding:2px 2px 2px;"></div><br/> | ||
− | < | + | 석경루에서 서옹의 운에 차하다[石瓊樓 次犀翁韻] |
+ | {{OriginTrans4 | ||
+ | |원문1=谷裏靑絲騎. 山中紫荀巾. | ||
+ | |번역1=골짝 속엔 청사의 말고삐라면, 산중에는 죽피(竹皮)의 관이로구려 | ||
+ | |원문2=看花皆昔樹. 把酒亦陳人. | ||
+ | |번역2=꽃을 보니 모두 다 예전의 나무, 잔을 잡으니 역시 묵은 사람만 | ||
+ | |원문3=久惜煙雲變. 每懷光景新. | ||
+ | |번역3=변해가는 연기구름 아깝다지만, 새로운 광경도 늘 그리웠다네 | ||
+ | |원문4=流連今雨好. 街陌多紅塵. | ||
+ | |번역4=싫도록 유련해라 이 비 좋으니, 길거리엔 붉은 티끌 많아 | ||
+ | }} | ||
+ | |||
+ | 석경루에서 여러 제군과 운을 나누다[石瓊樓與諸公分韻] | ||
+ | {{OriginTrans4 | ||
+ | |원문1=十載甘爲靑桂群. 石如解語鳥能文. | ||
+ | |번역1=십 년이라 달갑게 계수의 무리되니, 돌도 말을 아는 듯 새도 글을 능히 하네 | ||
+ | |원문2=亭還'''舊雨'''<ref>'雨’는 ‘友’와 동음이므로 벗의 뜻으로 씀. 옛 친구, 오랜 친구.</ref>非今雨. 簷放朝雲遞宿雲. | ||
+ | |번역2=정자엔 옛 친구들 모여 지금 친구 아니라면, 처마엔 아침 구름 잔 구름과 교대하네 | ||
+ | |원문3='''邱壑'''<ref>언덕과 골짜기라는 뜻으로 산수의 한적하고 청아한 정취, 자연에서 즐기는 삶, 은거 등을 의미하는 말</ref>尋常容置我. 華亭一半許同君. | ||
+ | |번역3=평범한 구학에 나를 두어도 마땅한데, 화정이라 반 분을 그대와 함께 하네 | ||
+ | |원문4=紛紛鞵襪元多事. 地肺天胎此十分. | ||
+ | |번역4=헝클어진 짚신 버선은 본래 일이 많으니, 지폐산 천태산도 여기에 다 있구나. | ||
+ | }} | ||
+ | |||
+ | 황산 동리와 더불어 석경루에서 자다[與黃山東籬 宿石瓊樓]{{OriginTrans4 | ||
+ | |원문1=入室常疑雨. '''無煩'''<ref> 번뇌없는 고요함.</ref>繪水聲. | ||
+ | |번역1=이 집(방)에 들어오면 항상 비가 오는 것 같으니, 번뇌없는 고요함은 잔잔하게 퍼지는 물소리 같다네 | ||
+ | |원문2=晴林朝合爽. 陰壑夜生明. | ||
+ | |번역2=맑은 숲에서 맞는 아침이 상쾌하고, 구석진 골짜기에는 밤에도 빛이 나네 | ||
+ | |원문3=鄭重'''名山'''<ref>석경루가 있던 세검정을 두르고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ref>業. '''飄然'''<ref>가볍게 나부낌.</ref>不世情. | ||
+ | |번역3=정중하게 명맥을 이어온 명산이여, 가볍게 나부끼는 그 풍경은 인간세상의 것이 아니라네 | ||
+ | |원문4=松風涼到骨. 詩夢百般淸. | ||
+ | |번역4=서늘한 솔바람이 뼛속으로 스며드니, 시 한 수 지을 마음은 맑기만 하네 | ||
+ | }} | ||
+ | |||
+ | 중흥사에서 황산시에 차함[重興寺次黃山] {{OriginTrans4 | ||
+ | |원문1=十十年筇屐每同君. | ||
+ | |번역1=십년 동안 항상 그대와 함께 하였으니, | ||
+ | |원문2=衣上留殘幾'''朶雲'''<ref>朶雲 자체가 '편지'라는 의미도 있다. 한자 한 자 한 자 그 자체로 늘어진 구름, 흰 구름 등으로 번역해야 할 지 편지로 번역해야할지 고민이다.</ref> | ||
+ | |번역2=옷 위에는 늘어진 구름이 몇 점 배어 있네 | ||
+ | |원문3=吾輩果無諸'''漏'''<ref>불교 용어, 번뇌</ref>未 | ||
+ | |번역3=과연 우리들은 모두 번뇌가 다 없어졌는가 | ||
+ | }} | ||
+ | |||
+ | 수락산사(水落山寺1){{OriginTrans4 | ||
+ | |원문1=轉世'''風輪'''<ref>바람을 다스리는 신.</ref>導衆迷. 却將表所眩東西. | ||
+ | |번역1=세상을 도는 바람의 신은 뭇 미혹의 길잡이인데, 표말을 앞에 두고 동쪽 서쪽 긴가민가 | ||
+ | |원문2=久忘言說千山寂. 誰遣'''機緣'''<ref>어떤 기회를 통해 맺어진 인연</ref>一鳥啼. | ||
+ | |번역2=말 잊은 지 오래라 사방 산이 고요한데, 누군가 어떤 기회를 통해 맺어진 인연을 보내니 새 한 마리가 운다. | ||
+ | |원문3=平等熱關仍'''淨界'''<ref>정(淨)하고 깨끗한 곳. 곧, 신불(神佛)을 모시는 곳.</ref>. 朅來黃蘗與曹溪. | ||
+ | |번역3=열관과 정계는 밝게 보면 평등하니, 황벽나무와 조계산를 거침없이 오간다네 | ||
+ | |원문4=土山水火如'''拈解'''<ref>선(禪)에서 이치를 깨달음</ref> | ||
+ | . 且讓輸君此着低. | ||
+ | |번역4=땅과 산, 물과 불이 마치 선에서 이치를 깨닫는듯, 이 일은 그대에게 양보하네 | ||
+ | }} | ||
+ | |||
+ | 수락산사(水落山寺2){{OriginTrans4 | ||
+ | |원문1=我見日與月. 光景覺常新. | ||
+ | |번역1=나는 저 해와 달을 쳐다볼 때, 그 모습이 늘 새롭다고 느낀다네 | ||
+ | |원문2=萬象各自在. '''刹刹'''<ref>곳곳, 온 나라 땅, 우주</ref>及塵塵 | ||
+ | |번역2=만물의 형상은 제각각으로 존재하니, 온 우주의 것들이 그러하다네 | ||
+ | |원문3= 誰知'''玄廓處'''<ref>태고의 땅</ref>. 此雪同此人. | ||
+ | |번역3=누가 알까 태고의 땅에, 이 눈이 이 사람과 함께 한 것을 | ||
+ | |원문4=虛籟錯爲雨. '''幻華'''<ref>화려한 환영</ref>不成春. | ||
+ | |번역4=허공에서 울리는 소리는 빗소리 같고, 봄의 화려한 환영은 이룰 수 없네 | ||
+ | }} | ||
+ | |||
+ | 승가사에서 동리와 함께 해붕화상을 만나다[僧伽寺 與東籬會海鵬和尙] | ||
+ | {{OriginTrans4 | ||
+ | |원문1=陰洞尋常雨. 危峯一朶靑. | ||
+ | |번역1=그늘진 골짜기에는 비가 내리기 일쑨데, 아스라히 보이는 저 봉우리 한송이 푸르구나 | ||
+ | |원문2=松風吹掃'''榻'''<ref>돌이나 쇠에 새겨진 글씨나 그림을 그대로 박아내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천으로 榻布(탑포)라고도 함</ref>. 星斗汲歸甁. | ||
+ | |번역2=솔바람은 불어서 탑 쓸어주고, 북두칠성 물 길어 병에 담아 돌아가네 | ||
+ | |원문3= 石證本來面. 鳥參'''無字經'''<ref>언어문자로 표현된 경전 밖의 경전</ref> | ||
+ | |번역3=돌은 본래 모습을 입증하는데, 새는 글자 없는 경전을 더럽히는구나 | ||
+ | |원문4=虛'''苔趺'''<ref>이끼 낀 비석, 여기서는 진흥왕순수비를 말함</ref>空剝落. '''虯篆'''<ref>구불구불한 글자 모양, 전서체의 글씨</ref>復誰銘</font> | ||
+ | |번역4=이끼 낀 비석은 속절없이 긁히고 깎여서 떨어져가니 , 규전을 누가 다시 새길 건지. | ||
+ | }} | ||
+ | |||
+ | 해붕 대사의 영에 제하다[題海鵬大師影] | ||
+ | {{OriginTrans4 | ||
+ | |원문1=海鵬之空兮。非五蘊皆空。之空卽諸法空相。空卽是色之空。人或謂之空宗非也。不在於宗。又或謂眞空似然矣。吾又恐眞之累其空。又非鵬之空也。鵬之空卽鵬之空。 | ||
+ | |번역1=해붕이 말하는 공(空)은 오온개공(五蘊皆空)의 공이 아니라 공즉시색(空則是色)의 공이다. 혹자는 그를 공(空)의 종(宗)이라고 하나 그렇지 않다. 혹자는 또 진공(眞空)이라고 하니, 그럴듯하다. 그러나 진(眞)이 공(空)을 얽맨다면 그 또한 해붕의 공이 아니다. 해붕의 공은 곧 해붕의 공일 뿐이다. | ||
+ | |원문2=尙記鵬眼細而點。瞳碧射人。雖火滅灰寒。瞳碧尙存。見此三十年後落筆。呵呵大笑。歷歷如三角道峰之間。 | ||
+ | |번역2=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눈이 가늘고 검어서 푸른 눈동자가 사람을 꿰뚫는 듯한 해붕의 모습이다. 그는 비록 재가 되었지만 푸른 눈동자는 아직도 살아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보고서 껄껄 웃는 모습이 삼각산과 도봉산 사이에서 뵐 때처럼 역력하다. | ||
+ | }} | ||
+ | |||
+ | 청계산 나무꾼이 영아(靈稏)를 얻었다기에 희작하다[淸溪山樵人得'''靈稏'''<ref>산삼</ref>戲作] | ||
+ | {{OriginTrans4 | ||
+ | |원문1=四千年後老樵斤. 析木天然辨古文. | ||
+ | |번역1=사천 년 지난 뒤에 늙은이의 도끼날이, 장작을 패다 자연스럽게 옛 글을 분별했네 | ||
+ | |원문2=靈卉人形時斸得. 擔頭五葉傲孤雲. | ||
+ | |번역2=신령한 풀 인형을 이따금 캐들고서, 머리에 소나무 잎 얹고 외로이 홀로 떠있는 구름을 내려다보네 | ||
+ | }} | ||
+ | |||
+ | 김군 석준에게 써서 보이다[書示金君奭準] | ||
+ | {{OriginTrans4 | ||
+ | |원문1=小棠東門之役。大肆力。收我大小墨字。盈笥不足。又僮肩頳而墳矣。粤一月。又理'''山屐'''<ref>지팡이와 신발</ref>。從我淸溪山中。復借'''禪榻'''<ref>참선(參禪)할 때에 앉는 의자.</ref>。紙窓燈火。'''佛幌'''<ref>불교 제단의 휘장</ref>甚適。 | ||
+ | |번역1=소당(김석준)이 동문(東門)의 역(役)에 크게 힘을 써서 나의 글씨 대자(大字)ㆍ소자(小字)를 막론하고 모두 거두어들여 상자에 하나 가득 찼는데도 오히려 부족함을 느껴 또 아이 종의 어깨를 벌겋게 부어오르게 하였다. 그 후 한달이 지나서 또 지팡이와 신발을 챙겨가지고 '''청계산중(淸溪山中)'''으로 나를 따라와 다시 선탑을 빌렸는데 종이창 등잔불에 불황이 매우 뜻에 맞아서 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 ||
+ | }} | ||
+ | |||
+ | 김군 석준 에게 주다[與金君 奭準] | ||
+ | {{OriginTrans4 | ||
+ | |원문1=君之來如盈。君之去如虛。 | ||
+ | |번역1=그대가 오니 꽉 찬 것 같았는데 그대가 가니 텅 빈 것 같네. | ||
+ | |원문2=去後消息。果復何如。看何等書。'''臨摹'''<ref>서화 모사의 한 방법</ref>何等法墨。與何等人相見。何等啜茗。何等燒香。何等評畫。又何等飮食。風雨凄然。山川緜邈。靑燈一穗。照人不寐於此間寤言何等。夢醒何等。何等思想。亦有及於靑冠山中。對榻聯枕臥。數鷄鳴時耶。 | ||
+ | |번역2=떠난 뒤 근황은 어떠한가. 어떤 책을 보며 어떤 법서를 임모하며 누구를 만나며 어떤 차를 마시며 어떤 향을 피우며 어떤 그림을 평론하며 또 어떤 것을 마시고 먹고 하는가. | ||
+ | 비바람이 으스스하고 산천은 아득히 멀고 하나의 파란 등불은 사람을 비추어 잠 못 들게 하는데 이 때 어떤 말을 주고받으며 어떤 꿈을 꾸고 깨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역시 청계산, 관악산 속에서 자리를 마주하고 베개를 나란히 하고 누워서 닭 울음을 세던 그때에 미치기도 하는가. | ||
+ | |원문3= 賤狀如君在時。毫無一寸長。草木殘年。去益顢干。種種醜態。人當吐之。雖如君'''嗜痂'''<ref>기호가 변태적이다, 취향이 괴벽스럽다. 이 글에서는 애정이 깊다고 해석해보았다.</ref>恐難與之修飾之也。顧影亦笑。旬間再期。且須牢記。都留不儩。 | ||
+ | |번역3=천한 몸은 그대 있을 때와 같아서 모든 것이 한 치의 자람도 없으며, 초목의 낡은 나이는 갈수록 더욱 뻔뻔해지니, 남이 온갖 추태를 보면 당연히 침을 뱉을 것이다. 아무리 그대 같은 깊은 애정이 아니라면 더불어 같이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림자를 돌아보고 스스로 웃는다네. 열흘 안에 다시 만나자는 기약은 부디 단단히 기억해 두게. 모두 뒤로 미루고, 이만.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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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전 관악산시에 제하다[題丹鄽冠嶽山詩]{{OriginTrans4 | ||
+ | |원문1=冠嶽詩之第四句。一碧幾千年。極爲雄奇。人所易解。且或可能。至於第二句之巖松相鉤連。外看若順筆過去。一尋常接來者。此非胸中有五千卷。筆底具金剛杵。不可能。天然湊泊。雖作者亦不自知。何况凡識'''俗諦'''<ref>속된 사람</ref>。可能而可解也。古人妙處。專在此一境。所以古作者之異於今人也。 | ||
+ | |번역1=관악산 시의 제4구인 “몇 천 년을 한결같이 푸르렀도다(一碧幾千年)”는 극히 우수하고 기이하여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쉽고 또 가능할 수도 있다. | ||
+ | 그러나 제2구의 “바위와 솔이 서로 엇물렸구려(巖松相鉤連)”에 이르러서는 겉으로 보면 평범한 글로 자연스럽게 묘사된 것 같지만 이는 가슴속에 오천 권이 들어 있고 붓 밑에 금강저(金剛杵)<ref>승려들이 불도를 닦을 때에 쓰는 도구인 방망이</ref>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천연스럽게 맞추어져서 비록 작자조차도 스스로 알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평범한 지식과 속된 사람은 지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옛사람의 묘한 곳은 오로지 이러한 경지에 있으니 이 때문에 옛날의 작자는 지금 사람과 다른 것이다. | ||
+ | |원문2= 今汝非有眼圓境熟。能彀得此一境也。古人尙有以五千卷金剛杵。致之以人工。此則自然流出。暗合於古人。 | ||
+ | |번역2=지금 네가 안목이 원만하고 익숙한 경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이 한 경지를 터득했단 말이냐. 옛사람은 오히려 오천 권과 금강저를 가지고도 인공적으로 이루는데(자기 스스로 터득하지 못함) 너는 자연히 흘러나와서 암암리에 옛사람과 합치되었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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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 ='''주석'''= | ||
<div style="float:center; background:black; width:100%; height:3px; text-align:right; padding:2px 2px 2px;"></div><br/> | <div style="float:center; background:black; width:100%; height:3px; text-align:right; padding:2px 2px 2px;"></div><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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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31일 (화) 23:35 판
성북동과 직접 관련된 작품
遊北渚洞記
甲辰春 同幼選...(하략)
與樊巖公 會游北屯
北屯月夜沼上作
出東小門有述
오건(=문라건)과 흰옷이 나부끼어 팔랑거린다.
성곽을 나서니 마음이 맑아져 아득히 높은 하늘 같구나
북둔의복숭아와 자두꽃이 지난날을 기억하는구나
與文初 公會遊北屯
積雨初霽 爲看瀑布 出惠化門 行至貞陵遇雨 入奉國寺 得三絶
廵審都城。登木覓
秋日。與菊軒,一之,趙景瑞 㻐,克卿,族叔求玉 球。出鐘巖。歷訪孫庄
北渚洞
北屯桃花下拈韻 同泠齋諸子
北屯看桃花
日休堂記
日休堂記2
日休堂記3
日休堂記3
人之恒言曰:“老則休”. 此以休身而言, 非休其心之謂也. 心之休, 何待乎老, 而苟得其休, 亦可以樂而忘老矣. 傳云:‘仁者壽’, 又云:‘愷悌君子, 求福不回’, 其道未嘗不由於休其心, 而其身之休不休, 固不足論也.
사람들은 늘 말하기를, “늙으면 쉰다”고들 한다. 그것은 몸을 쉬는 것에 대한 말이지 마음을 쉼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쉼이 어찌 늙음을 기다리겠으며, 진실로 그 쉼을 얻으면 또한 즐기면서 늙음을 잊어버릴 수 있다. 전하는 말로, ‘인자한 사람은 오래 산다’고 했고, 또 『시경』에 이르기를 ‘용모와 기상이 화평하고 단아한 군자는, 복을 구하는 것이 간사하지 않다’고 하였으니, 그 도는 일찍이 마음을 쉬게 하는 데서 연유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그 몸의 쉼과 쉬지 않음은 진실로 (도를) 논하기에 부족하다.
蓉庵傅相於東山別墅, 新搆小堂, 顔之以日休. 或疑之曰:“今吾君待公而爲政, 吾民恃公而爲生, 使公而年已至, 尙不可以言休, 况年未至乎? 且以公體國之誠, 處調元之地, 宜其急病讓夷, 以光世篤之業, 而乃反謙退不居, 以休爲志, 甚非朝野所望於公者也.”
재상 용암(蓉庵) 김병시【인물】 는 동쪽 산의 별서에 작은 집【장소】 을 새로 짓고, 그 이름을 ‘일휴(日休)’라고 하였다. 혹자는 의구심이 들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우리 임금께서는 공을 의지해 정사를 펼치고 계시며, 우리나라 백성들은 공에게 기대어 살아가기에, 공이 연세가 이미 많음에도 오히려 쉰다는 말을 못하게 하였으니, 하물며 연세가 지극하지 않았을 때에라야? 장차 나라를 제 몸처럼 여기는 정성에 공변됨과 국정을 주관하는 재상의 위치에 처함으로, 의당 그 어려운 일을 해소하고 쉬운 일은 남에게 양보하여 대대로 두터운 업적을 빛냈음에도, 곧 도리어 겸손히 물러나 거하지 않고 쉬는 것으로 그 뜻을 삼았으니, 조야(朝野)가 공에게 바라는 바는 절대 아니다.”
昌煕曰:
“否. 今夫晝而作者夕而休, 春而作者冬而休, 作與休相爲循環. 其作也勞, 其休也怠, 而不得其節, 皆凡民也. 賢士大夫亦多不能免焉, 惟公則不然, 其平居無日而不休, 亦無日而不作也. 進思贊襄, 而自守恬靜, 故有至淸不撓之德, 退思調養, 而常存憂愛, 故有至誠無息之功. 凡所以彌綸默運, 匡濟時艱者, 其爲術莫不本之於作與休爲一致也. 是以銓衡絲綸金穀卒乘之泛應曲當, 而未嘗爲勞, 則公雖作焉而其休固自在也. 圖書琴尊園林泉石之隨境取適, 而亦不足爲佚, 則公雖休焉而其作尙未已也. 且公之優閒於此堂, 晩節淸福之所由完也, 可以模楷一世而坐鎭雅俗矣. 公之安慮於此堂, 嘉猷碩畫之所由得也, 可以膏澤斯民而對揚聖化矣. 噫, 子之謂公志已决於釋負而已者, 淺之乎知公之日休也夫。
나(창희)【인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지 않다. 지금 대저 낮에 일하는 자는 저녁이 되어 쉬고, 봄에 일하는 자는 겨울이 되어 쉬니, 무언가를 하는 것과 쉬는 것은 서로 순환한다. 일함은 수고로움이고 쉼은 게으름인데, 그 알맞은 정도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평범한 인민들이다. 현사와 대부 역시 대부분 그것을 면치 못하는데, 오직 공께서는 그렇지 않아서, 그 평소 거처하심에 쉬지 않으시는 날이 없으며, 또한 일하지 않으시는 날이 없다. 조정에 나아가서는 임금을 보좌함에 여념 없으면서도 평온함과 고요함으로 스스로를 지켰기에, 지극히 맑고 흔들리지 않는 덕이 있었으며, 조정에서 물러나서는 자신의 몸을 보살피는 데 여념 없으면서도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늘 품었으므로, 끊임없는 지극한 정성과 쉼 없는 공이 있다. 무릇 미륜(彌綸)하고 묵운(默運)하여 세상의 어려움을 바로잡고 구제하는 것은, 그 방술됨이 일함과 쉼이 일치가 되는 것으로부터 근본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조정에 계시면서) 이조(銓衡)와 승정원(絲綸)과 호조(金穀)와 병조(卒乘)의 업무에 널리 응하고 세세히 잘 대처하시면서도 일찍이 수고롭게 여기지 않으셨으니, 공께서 비록 일을 하시는 와중에도 그 쉼은 참으로 자유자재했던 것이다. (조정에서 나와) 도서(圖書)와 금준(琴尊)과 원림(園林)과 천석(泉石) 사이에서 선경을 따라 유유자적하시면서도 또한 편안히 여기시기에 충분치 않았으니, 공께서 비록 쉬시는 와중에도 그 일함이 오히려 그치지 않으셨던 것이다. 장차 공께서 이 집에서 한가로이 지내심은 만년의 청복이 완연할 연유라, 당세의 모범으로 가만히 앉아서 아속을 진정 시키실만 하다. 공께서 이 집에 편안히 계시면서도 세속을 걱정하심은 훌륭한 계책을 터득하실 연유라, 백성들에게 은택을 내려 성상의 교화를 널리 알리실만 하다. 아! 그대가 공의 뜻이 의정(議政)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이미 결정된 것처럼 이야기한 것은, 공이 의도하신 ‘일휴(日休)’의 뜻을 겉핥기 정도로 아는 것일 뿐이다.”
城北洞泉石亭 幷引
城北洞泉石亭 幷引
城北洞泉石亭, 謁容齋尹議政告退. 相公挽執携筇, 同翫泉石之勝, 指點景槩. 亭之北扁萬松窩, 水閣曰不盈閣. 閣之前, 大石平舖, 可十餘間. 石之南, 詎巖特立, 高數丈, 廣可六七間. 巖之上, 老松二株大可數抱, 長亦數十丈, 枝幹廣達, 全覆石面. 杜鵑躑躅之屬, 雜錯於萬松之間, 閣下溪流, 水通石罅. 鏦錚之韻, 與松籟合奏笙簧琵琶之聲, 眞別洞天也。
성북동(城北洞)【장소】 천석정(泉石亭)【장소】 에서 조정에서 물러난 용재(容齋) 윤 의정(尹議政, 윤용선)【인물】을 배알하였다. 상공은 지팡이를 짚는 것을 만류하고, 전원의 승경을 함께 완상하며 그림 같은 경치를 손으로 가리켜 보였다. 정자의 북쪽 편액은 만송와(萬松窩)이고, 물가의 누각은 불영각(不盈閣)【장소】이라 이름 하였다. 누각 앞에는 큰 돌이 평평하게 펼쳐져 있는데, 10여 칸 즈음 된다. 돌 남쪽에는 얼마큼의 바위가 우뚝 서 있는데, 높이는 몇 장이며 넓이는 6~7칸 즈음 된다. 바위 위에는 늙은 소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크기가 몇 아름은 되고 길이도 수십 장은 되며, 가지와 줄기가 넓게 뻗어 돌 표면을 모조리 덮고 있다. 두견과 척촉 따위가 온갖 소나무 사이에 섞여 있고, 누각 아래로는 시내가 흐르며 물은 돌 틈으로 통한다. 잘그랑 잘그랑대는 울림과 함께 소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이 생황과 비파와 합주하는 소리는, 그야말로 별세계 그 자체다.
城闉咫尺闢桃源。丞相菟裘爰處爰。 一道飛泉松底出。千羣啼鳥石頭喧。 桑楡縱趁懸車限。葵藿猶應戀闕恩。 爲賀玆區遭遇盛。偏因卜築世知尊。
성곽의 지척에 무릉도원이 열렸으니, 승상이 은거해 여기 산다네 한 줄기 폭포아래 소나무 돋아났는데, 뭇 모여 우는 새들은 돌머리에 지저귀네 뽕나무와 느릅나무 현거(懸車)의 경계를 좇는데, 해바라기 오히려 연궐(戀闕)의 은덕에 응하네 (*해석: 늙어버린 몸뚱이는 은거하길 바라는데, 임금님 향한 마음은 대궐로 향하도록 하네) 이 터를 만나 성대해질 것을 경하드리니, 여기 집을 지었기에 세상이 높일 줄 알게 되리라.
題三人臺 幷序
題三人臺 幷序
臺在城北洞品石山房之後, 壁鐫三人臺三字, 傍有辛亥二字. 傳說正廟時有新進學士三人, 讀書于此, 各欲占宅於此, 末乃以三人名臺而刻之云. 園今爲宜石金尙書別業. 壬戌秋。宜石公邀海藏及冕, 徜徉泉石之間, 冕率題焉.
삼인대(三人臺)【장소】는 성북동【장소】 품석산방【장소】 뒤에 있는데, 벽에 ‘삼인대(三人臺)’ 세 글자를 새기고, 옆에는 ‘신해(辛亥, 1791)’ 두 글자를 새겨 놓았다. 전하는 말로는, 정조 임금 때 새로 벼슬에 오른 학사 세 사람이 여기서 글을 읽다가 각자 이곳에 집을 마련하고 싶어 했는데, 나중에는 세 사람의 이름을 가지고 대(臺)로 삼아 새겼다고 한다. 지금은 의석(宜石) 김 상서(金尙書, 김응근)【인물】의 별업이다. 임술년(1862) 가을, 의석공이 해장(海藏, 신석우)【인물】과 나(조면호)【인물】를 맞이해 이곳 전원에서 노닐었는데, 내가 삼인대로 다음과 같이 글을 지었다.
近廓塵無到, 入山境愈新.
主翁與海叟, 對我成三人.
가까이에 먼지조차 닿지 않는데, 산 속이라 경계가 더욱 새롭구나. 주인옹【인물】과 해장옹【인물】 그리고, 나【인물】까지 마주하니 딱 세 사람이 되었구나.
인수위소지(引水爲小池)
百川會不流, 爲沼碧欄頭.
自吾得此水, 少作江湖遊.
온 시냇물 모아 흐르지 못하게 막고서, 연못 만들어 푸른 난간 둘렀어라.
나는 이 연못 생긴 후로, 강호 유람 발길 뜸해졌네.
성북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작품
석경루에서 서옹의 운에 차하다[石瓊樓 次犀翁韻]
석경루에서 여러 제군과 운을 나누다[石瓊樓與諸公分韻]
황산 동리와 더불어 석경루에서 자다[與黃山東籬 宿石瓊樓]
중흥사에서 황산시에 차함[重興寺次黃山]
수락산사(水落山寺1)
수락산사(水落山寺2)
승가사에서 동리와 함께 해붕화상을 만나다[僧伽寺 與東籬會海鵬和尙]
해붕 대사의 영에 제하다[題海鵬大師影]
청계산 나무꾼이 영아(靈稏)를 얻었다기에 희작하다[淸溪山樵人得靈稏[36]戲作]
김군 석준에게 써서 보이다[書示金君奭準]
김군 석준 에게 주다[與金君 奭準]
단전 관악산시에 제하다[題丹鄽冠嶽山詩]
주석
- ↑ 목만중睦萬中. 幼選은 그의 字.
- ↑ 이정운(李鼎運). 公會는 그의 字.
- ↑ 이익운(李益運). 季受는 그의 字.
- ↑ 정약용의 동명의 시 '幽事'에서는 조용한 일이라 번역했고, 허균 한정록 10권에서는 “한가한 곳에서 혼자 살면서 담박하게 아무것도 구하지 않아도 일상 생활하는 일을 幽事라 정의하였기에 한가롭게 지내는 것으로 번역하였다.
- ↑ 桃花
- ↑ 중생을 깨달음의 세계로 이끄는 부처의 교법, 부처가 되는 길
- ↑ 도교에서 신이 사는 곳(선산), 도원명이 묘사한 복숭아꽃 정원의 이상적인 모습
- ↑ 눈썹을 그리는 먹, 먹으로 그린 눈썹
- ↑ 서로 격절된 산
- ↑ 나직하다, 낮게 드리우다
- ↑ 화려한 채색 그림, 산수의 뛰어난 경치
- ↑ 마땅히, 장차
- ↑ 김병시(金炳始). 용암蓉庵은 그의 호號.
- ↑ 개인이 가지고 있는 논밭
- ↑ 별장. 사는 집이 아닌, 경치 좋은 곳에다 짓고 때때로 와서 묵고 쉬는 집
- ↑ 『중용장구』 제14장, “군자는 현재 처한 위치에 알맞게 행동할 뿐이요, 그 이외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 현재 부귀하면 부귀한 처지에 알맞게 행동하고, 현재 빈천하면 빈천한 처지에 알맞게 행동하며, 현재 이적의 가운데에 있으면 그 상황에 알맞게 처신하고, 현재 환난의 가운데에 있으면 그 상황에 알맞게 처신한다. 따라서 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는 것이다(君子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
- ↑ 일휴당기2의 저자, 한장석(韓章錫)
- ↑ '雨’는 ‘友’와 동음이므로 벗의 뜻으로 씀. 옛 친구, 오랜 친구.
- ↑ 언덕과 골짜기라는 뜻으로 산수의 한적하고 청아한 정취, 자연에서 즐기는 삶, 은거 등을 의미하는 말
- ↑ 번뇌없는 고요함.
- ↑ 석경루가 있던 세검정을 두르고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
- ↑ 가볍게 나부낌.
- ↑ 朶雲 자체가 '편지'라는 의미도 있다. 한자 한 자 한 자 그 자체로 늘어진 구름, 흰 구름 등으로 번역해야 할 지 편지로 번역해야할지 고민이다.
- ↑ 불교 용어, 번뇌
- ↑ 바람을 다스리는 신.
- ↑ 어떤 기회를 통해 맺어진 인연
- ↑ 정(淨)하고 깨끗한 곳. 곧, 신불(神佛)을 모시는 곳.
- ↑ 선(禪)에서 이치를 깨달음
- ↑ 곳곳, 온 나라 땅, 우주
- ↑ 태고의 땅
- ↑ 화려한 환영
- ↑ 돌이나 쇠에 새겨진 글씨나 그림을 그대로 박아내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천으로 榻布(탑포)라고도 함
- ↑ 언어문자로 표현된 경전 밖의 경전
- ↑ 이끼 낀 비석, 여기서는 진흥왕순수비를 말함
- ↑ 구불구불한 글자 모양, 전서체의 글씨
- ↑ 산삼
- ↑ 지팡이와 신발
- ↑ 참선(參禪)할 때에 앉는 의자.
- ↑ 불교 제단의 휘장
- ↑ 서화 모사의 한 방법
- ↑ 기호가 변태적이다, 취향이 괴벽스럽다. 이 글에서는 애정이 깊다고 해석해보았다.
- ↑ 속된 사람
- ↑ 승려들이 불도를 닦을 때에 쓰는 도구인 방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