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못된 사조
김규항: 일부일처제라는 게 실은 출발부터 일부일처제가 아니었죠. 남자한테는 외도나 매춘이라는 보조 장치가 허용돼 있었으니까.
김훈: 요새 여자들 보니까 그렇지도 않던데.
(일부일처제가 무너지면 주민등록 정리 등 관(官)이 할 일이 많아질 거라는 등의 이야기가 한참 오고간 뒤)
최보은: 대학원 졸업한 딸을 두신 걸로 아는데 페미니즘 기질은 없나요?
김훈: 우리 딸? 그런 못된 사조에 물들지 않았어요.
최보은: 어쩌다 김훈 선배는 그런 못된 사조에 물드셨어요. 마초…. <시사저널>엔 여기자들도 많은데 그렇게 말하세요? 페미니즘 같은 것에 물들지 말라?
김훈: 걔들은 가부장적인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것 같더라고.
최보은: 네? (웃음) 이런 말 기사화해도 상관없으세요?
김훈: 괜찮아. 아무 상관없어. (웃음)
김규항: 근데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김훈: 여자들한테는 가부장적인 것이 가장 편안한 거야. 여자를 사랑하고 편하게 해주고. (웃음) 어려운 일이 벌어지면 남자가 다 책임지고. 그게 가부장의 자존심이거든.
김규항: 최 선배 열받네.
최보은: 지금 반어법이에요? 진심이에요?
김훈: 난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 안 해.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고 보는 거지. 그래서 여자를 위하고 보호하고 예뻐하고 그러지.
최보은: 그런 이야기하면 <시사저널> 부수 떨어져요.
김훈: 괜찮아. 이제 떨어질 것도 없어. (웃음)
김규항: 후천적인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요인으로 사람을 나누는 건 대단히 위험합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선천적으로 우월하다는 얘기는 백인이 흑인보다, 독일인이 유대인보다 우월하다고 보는 인종차별하고 다를 게 없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보는 게 근대적 사고방식의 기본 아닌가요?
김훈: 인종 사이의 혐오감이란 어쩔 수가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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