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각 절기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때에 따라 모이는 모임:상치회
내용
1) 상치회(尙齒會, 경로 모임)[1]
백거이(白居易)가 낙양(洛陽)[2]에 살 때에 호고(胡杲)[3]·길민(吉旼)[4]·유진(劉眞)[5]·정거(鄭據)[6] 등 여덟 사람[7]과 그의 집에서 모여 술을 마시며 시를 읊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세상에 전하였으니[8], 이를 ‘구로회(九老會)’[9]라 한다. 송나라 문언박(文彦博)과 부필(富弼)[10]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이를 따라서 모임을 만들었으니, 이를 ‘기영회(耆英會)’[11]라 한다.
우리나라의 선배들 역시 종종 이런 모임을 모방하여 만들고 즐겁게 모여 노는 모습을 그렸다. 민간의 자제들이 집안에서 어른들을 모시고 연회를 베풀 때, 마땅히 좋은 날 아름다운 저녁을 골라 자리를 펴고 음식을 차려놓는다, 그리고 이웃의 연세 높은 어른들을 정성스레 초청하여 상치회(尙齒會)를 열고 만경(晩景)[12]을 즐겁게 해 드린다. 《금화경독기》[13][14]
각주
- ↑ 상치회(尙齒會, 경로 모임):노인을 자리에 청하고 음식을 장만해서 놀며 시를 짓고 노는 모임. 중국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연 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 ↑ 낙양(洛陽):중국 당(唐)나라의 수도. 낙수(洛水) 북쪽에 있어서, 옛날에는 강의 북쪽을 양(陽)이라 하였으므로 얻은 이름이다. 하남성(河南省) 서부에 해당한다.
- ↑ 호고(胡杲):?~?. 구로회(九老會)의 1인. 전 회주사마(懷州司馬)로 당시 89세였다.
- ↑ 길민(吉旼):758~847. 길교(吉皎)라고도 한다. 중국 당대(唐代)의 시인. 원화(元和) 초년(初年, 806) 하남(河南) 등봉(登封) 현령이 되었고, 원화 15년(820)에 경조부(京兆府)의 위남(渭南) 현령이 되었으며, 만년 에 위경(尉卿)에 봉해졌으나 치사(致仕)하고 낙양에 살았다.
- ↑ 유진(劉眞):?~?. 전 자주자사(磁州刺史)로 당시 87세였다.
- ↑ 정거(鄭據):?~?. 중국 당(唐)나라 형양(滎陽) 사람. 우용무군장사(右龍武軍長史)를 지냈다. 칠로회시(七老會詩) 1수가 전한다.
- ↑ 여덟 사람:백거이의 시집인 《백향산시집(百香山詩集)》의 〈칠노회시병서(七老會詩幷序)〉에 의하면 845년 3월 24일에 백거이보다 나이가 많은 호고(胡杲)·길민(吉旼)·유진(劉眞)·정거(鄭據)·노진(盧眞)·장혼(張渾) 6명이 향산에 있는 백거이의 집 이도리(履道里)에 모였다. 백거이까지 7명의 노인들은 나이 든 사람을 청하여 차례로 앉히고 시가(詩歌)를 지으며 즐기던 모임인 상치회(尙齒會)를 가졌는데, 술을 마시며 칠언칠운시(七言七韻詩)를 차례로 지으며 흔치 않은 모임에 참여한 데 대해 참석자 모두 기뻐하였다. 같은 해 여름, 2명의 노인이 더 들어와 구로회(九老會)가 되는데, 두 노인은 136세의 이원상(李元爽)과 95세의 승려 여만(如滿)이다. 이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쓰고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붙였는데 이것이 〈향산구로도〉의 기원이다. 향산구로회는 사회적 지위와 성공에서 벗어나 나이와 친교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모임이었다.
- ↑ 그……전하였으니:중국 명(明)나라 주신(周臣)이 그린 〈향산구로도(香山九老圖)〉가 있다.
- ↑ 구로회(九老會):향산 백거이가 주도하여 일명 ‘향산구로회(香山九老會)’라고 하기도 한다.
- ↑ 부필(富弼):1004~1083. 중국 송(宋)나라의 재상. 자는 언국(彦國), 시호는 문충(文忠). 하남(河南) 사람, 당시에 문언박(文彦博)과 명망을 나란히 했다. 거란족이 국경에 접근하여 땅을 요구하자 땅을 내줄 수 없다고 강력하게 거부하고 아울러 화전(和戰)의 이해(利害)를 말하여 거란족을 물러가게 했다. 정국공(鄭國公), 한국공(韓國公)에 봉해졌다.
- ↑ 기영회(耆英會):중국 송(宋)나라 문언박(文彦博)이 서도유수(西都留守)로 있을 때, 양반 중에서 늙고 명망 있는 사람 12명을 부필(富弼)의 집에 모아서 연회를 베푸니 이것을 낙양기영회(洛陽耆英會)라 했다.
- ↑ 만경(晩景):해가 기우는 풍경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사람의 노년을 뜻하는 말이다. 여기서는 후자를 의미한다. 《회남자(淮南子)》에서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져 그림자가 나무 끝에 있는 것을 상유(桑楡)라 한다.”라 해서 ‘상유(桑楡) 만경(晩景)’이라는 구어로도 많이 쓰인다.
- ↑ 출전 확인 안 됨.
- ↑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4,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566~5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