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하):괴석:태호석
태호석(太湖石)
[태호석지(太湖石志)] 태호석은 동정호(洞庭湖) 서쪽에서 나온다. 대부분 파도로 인해 부딪치면서 침식되어 깊은 구멍이 만들어지고, 파도에 잠기고 씻겨서 광택이 밝게 난다. 어떤 돌은 규찬(珪瓚, 제사 때 쓰는 옥잔)처럼 곱고 윤기가 나고, 칼과 창처럼 모나고 뾰족하기도 하거나, 봉우리처럼 포개져 있거나, 병풍처럼 늘어서 있기도 하다. 또는 기름처럼 매끄럽거나, 옻칠처럼 검푸르거나, 사람처럼, 들짐승처럼, 날짐승처럼 생겼다. 호사가들이 이를 가져다 동산이나 정원 섬돌의 완상하는 돌로 쓴다.
태호석 중에서 물속에서 나는 돌은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부딪쳐서 깊은 구멍이 생겨났다. 돌의 표면에 비늘 모양의 딱지가 만들어지면 ‘탄와(彈窩, 탄알 맞은 흔적)’라 하는데, 이 또한 물의 흔적이다. 두드리면 경쇠처럼 쨍하는 소리가 난다.[1]
[운림석보] 태호석(太湖石)은 성질이 단단하면서 윤기가 있고, 깊숙이 뚫린 구멍이 앞뒤로 통해 있으며, 험하고 괴이한 형세가 있다. 어떤 종류는 색깔이 희고, 어떤 종류는 색깔이 푸르면서 검으며, 어떤 종류는 약간 푸르다. 그 바탕에는 무늬와 결이 가로와 세로로 나 있고, 농락(籠絡, 새장이나 그물 같은 무늬)이 나타나기도 하고 숨어 있기도 하면서, 돌의 표면에 패인 구멍이 두루 많다. 이 구멍은 대개 바람과 파도에 부딪쳐서 생긴 것이므로 ‘탄자와(彈子窩)’라 한다.
돌을 수집하는 사람은 쇠망치와 끌을 가지고 깊은 물속에 들어가므로 채굴 작업이 꽤 어렵고 힘들다. 기이하고 교묘한 돌을 헤아려서 취하고, 커다란 동아줄로 꿴다. 큰 배를 띄우고 나무 시렁[架]을 설치하여 여기에 밧줄을 감아서 돌을 꺼내 올린다. 꺼낸 돌들 사이에서 가파른 바위가 우뚝 솟아오르는 형세가 약간 있는 돌이 있으면 곧장 깎고 갈아 교묘하게 만든 뒤, 다시 물속에 넣어둔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바람과 물에 부딪치고 쓸리면 돌의 결이 살아 있는 듯하다.
이 돌 중 높이가 가장 높은 돌은 3~5장이지만, 바닥 너비는 십몇 척을 넘지 않으며 너비가 간혹 1척 남짓한 돌이 있기도 하다. 이런 돌은 오직 헌함(軒檻)에 세워 놓거나 가산(假山)을 꾸미고 다듬는 데에 알맞으며, 또는 원림(園林)에 쭉 배열해도 상당히 기이하여 훌륭하다. 크기가 작으면서도 기이하여 궤안 사이에 놓아 둘 수 있는 돌도 간혹 있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