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절신상락:관연절의 연꽃 감상

pungseok
정정기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7월 23일 (목) 14:58 판 (새 문서: ==관연절의 연꽃 감상== 《내관일소(內觀日疏)175》에 “6월 24일을 관연절(觀蓮節)로 삼는다.”176라 했다. 대개 고금의 연꽃을 감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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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연절의 연꽃 감상

《내관일소(內觀日疏)175》에 “6월 24일을 관연절(觀蓮節)로 삼는다.”176라 했다. 대개 고금의 연꽃을 감상하는 놀이 가운데 그 풍류와 운치를 기록할 만한 내용이 3가지가 있다. 첫째, 단성식(段成式)177의 《유양잡조(酉陽雜俎)》178에 “위나라 정시(正始)179 연간(240~249)에 정각(鄭慤)180이 삼복(三伏)181에 빈객과 동료들을 데리고 사군림(使君林)182에서 더위를 피할 때에 큰 연잎을 따다가 벼루받침대 위에 놓고 술 3되를 담아두고는, 비녀로 연잎을 찔러 구멍을 내어 연 줄기와 통하게 해놓고, 연 줄기를 위로 코끼리 코처럼 둥그렇게 올려서 돌려가며 빨아마셨다. 이를 ‘벽통배(碧筩杯)’라 한다.”183라 했다. 둘째, 섭몽득(葉夢得)184의 《피서록화(避暑錄話)185》에 “구양수(歐陽修)186가 양주(揚州)187에 있을 때 평산당(平山堂)188을 짓고 매년 여름 한창 더울 때 새벽을 틈타 빈객들을 데리고 가서 노닐었다. 그리고 사람을 보내어 연꽃 1,000여 송이를 따다가 그림이 그려진 화병[畫盆] 100개 정도에 나누어 꽂고 손님들과 서로 사이에 두도록 했다. 술잔 돌리는 차례가 되면 곧 기생을 시켜 한 송이의 꽃을 가져다 손님들에게 돌리면서 차례대로 그 꽃잎을 따게 했다. 그러다 꽃잎이 다 떨어지면 그 차례의 손님이 곧 술을 마셨다. 이따금 밤이 이슥하도록 노닐다가 달빛을 배에 가득 싣고서 돌아오기도 한다.”189라 했다. 셋째, 도종의(陶宗儀)190의 《철경록(輟耕錄)》191에 "일찍이 하씨(夏氏)192의 청월당(淸樾堂)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술이 반쯤 취했을 때 활짝 핀 연꽃을 뚝 꺾어다가 그 속에 작은 금 술잔을 놓아두고 노래 부르는 기생에게 명하여 꽃을 받들고서 술을 돌리게 했다. 손님들이 기생에게 나아가 꽃을 받되, 왼손으로는 꽃의 줄기를 잡고 오른손으로 꽃잎을 벌려 입을 잔에 대고 술을 마신다. 이것을 ‘해어배(解語杯)’193라 한다.”194라 했다. 이상의 세 가지 놀이는 혹 태수(太守)의 풍류에서 나오기도 하고 혹 부호들이 호사스러운 놀이로 경쟁하는 데에서 나오기도 했으니, 산야에 사는 선비들이 어찌 비슷하게 모방할 수 있겠는가. 손님이 꼭 유명 인사나 관료일 필요는 없고 다만 소박한 마음을 가진 예닐곱 사람이 더불어 운자를 뽑아 시를 짓고 청담을 나누면 좋겠다. 화병이 꼭 그림 그려진 화병일 필요는 없고, 그저 거위 목처럼 목이 긴 화낭(花囊, 꽃을 꽂는 주머니)이나 가대(茄袋)195 화낭 10여 개에 많지도 적지도 않게 꽃을 꽂아두어도 좋겠다. 술잔도 꼭 금술잔일 필요는 없고, 그저 나무옹이로 만든 술잔이나 도자기 술잔 가운데 깊이 가 얕은 잔이거나 자그마한 술잔이어도 좋겠다. 술을 돌리는 이도 꼭 기녀일 필요는 없고, 그저 눈매가 맑고 눈이 반짝이는 시골 아이에게 왕발(王勃)196의 〈채련곡(採蓮曲)197〉을 부르게 해 술잔을 권하게 하면 좋겠다. 옛날에 원굉도(袁宏道)198가 지은 〈상정(觴政)199〉에“옥·무소뿔·마노(瑪瑙)200로 잔과 국자를 만들면 상품(上品)이다. 웅백(熊白)201과 서시유(西施乳)202로 안주를 삼으면 별품이다.”203라 했다. 게다가 “겨우 각색 물목들을 조금 갖추어 놓았을 뿐이나, 지방의 빈한한 선비들이 어디에서 이 항목에 맞는 물품들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그저 옹기그릇이나 채소를 담는 그릇이라 하더라도 또한 고상한 운치에 무슨 손상이 되겠는가.”204라 했으니, 내가 이에 대해 또 말했던 것이다. 《금화경독기》205[1]

  1.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4,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1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