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지:절식:정월대보름의 절식:잡과반 만들기
잡과반 만들기
1) 잡과반(雜果飯, 약밥) 만들기(잡과반방) 찹쌀로 밥을 짓고 대추살·곶감·찐밤·잣을 뒤섞은 다음 다시 벌꿀·참기름·묵은 간장을 치고 푹 찐 다. ‘약반(藥飯, 약밥)’이라 부르며 정월대보름의 좋은 음식이다.
신라 시대의 옛 풍속이다. 《동경잡기(東京雜記)》[1]를 살펴보면 신라 소지왕(炤智王)[2] 10년 정월 15일에 천주사(天柱寺)[3]에 행차했다가 날아가는 새가 왕에게 경고해줘서 모반을 꾀했던 중을 활로 쏘아 죽였다고 한다. 나라의 풍속에서 정월대보름에 찹쌀밥을 지어 그 새의 은혜에 보답하는 제사를 지냈다. 《한양세시기》 [4]
이수광(李晬光)[5]의 《지봉유설(芝峯類說)》[6] 에서도 “우리나라의 약밥은 신라에서 까마귀에게 제사지내는 데서 처음 비롯되었다.”[7]라 했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대부들이 까마귀를 제사지내는 밥으로 조상제사를 모신다는 말이 되니, 이는 예가 아니다.[8]
위거원(韋巨源)[9]이 저술한 《식보(食譜)》[10] 〈부장수미가(附張手美家)〉 에 수록된 절식 이름을 살펴보면 상원유반(上元油飯, 대보름에 먹는 기름밥)이 있는데, 이는 ‘유화명주(油畫明珠)[11]’라 불린다. 유반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비록 자세하지 않지만 대개 참기름을 써서 밥을 찌고 색은 명주(明珠, 진주)와 같아야 하는 것이 요점이다. 역시 우리나라의 약밥과 같은 종류이다. 약밥이 신라 시대에 처음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런지는 알지 못하겠다. 《금화경독기》[12]
약밥 만드는 법 : 가장 좋은 찹쌀 10승을 곱게 찧고 물에 담가 하룻밤 두었다가 건져서 시루에 얹어 찐다. 찹쌀고두밥이 7/10~8/10 정도 익으면 꺼내고 식어서 따뜻해지도록 둔다. 말린 대추는 씨를 제거 하고, 삶은 밤은 껍질을 제거하여 거칠게 자른 대추와 밤 각각 2승, 곶감 잘게 자른 것 0.5승, 벌꿀 1승, 참기름 0.9승, 달인 간장[淸醬] 1작은 잔을 찹쌀밥과 함께 뒤섞는데, 충분히 고르게 섞어서 자그마한 덩어리라도 지지 않게 한다. 섞은 것을 다시 시루에 얹어 다시 찌다가 두루 푹 익으면 꺼내서 쓴다 【 대추씨를 물에 넣고 즙을 낸 뒤 섞어서 찌면 색이 붉어져서 보기에도 좋다 】. 《증보산림경제》[13]
각주
- ↑ 동경잡기(東京雜記) : 동경(東京)은 고려 때 경주의 별칭으로, 경주의 지지(地誌)이다. 현행본은 주로 1845 년(헌종 11) 성원묵(成原默)이 증보한 중간본이나, 서유구가 본 책은 1711년(숙종 37) 남지훈(南至熏)이 첨보(添補)한 재간본으로 추정된다.
- ↑ 소지왕(炤智王) : 신라 제21대 왕. 재위기간은 479~500년이다
- ↑ 천주사(天柱寺) :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에 있었던 절. 신라의 궁궐 안에 창건한 사찰로,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 ↑ 출전 확인 안 됨 ; 《京都雜志》 卷2 〈歲時〉 “上元”(《조선대세시기》 3, 75~81쪽) ; 《金華耕讀記》 卷4 〈上元藥飯〉, 19쪽.
- ↑ 이수광(李晬光) : 1563∼1628.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 호는 지봉(芝峯), 시호는 문간공(文簡公)이다. 왕족의 후예로 태어났으나 그에 기대지 않고 실력으로 청현직(淸顯職)을 두루 거쳤다. 30세 때인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전란 수습에 힘썼고, 광해군 때인 1614년 계축옥사가 일어나자 사직한 뒤 1년 만에 《지봉유설(芝峯類說)》 을 편찬했다.
- ↑ 지봉유설(芝峯類說) : 1614년(광해군 6)에 이수광이 편찬한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 총 25부문 182항목에 걸쳐 3,435조목을 해설했다. 권별로는 권1 천문·시령(時令)·재이(災異), 권2 지리·제국(諸國), 권3 군도(君道)·병정, 권4 관직, 권5∼7 유도(儒道)·경서·문자, 권8∼14 문장, 권15 인물·성행(性行)·신형(身形), 권16 어언(語言), 권17 인사·잡사, 권18 기예(技藝)·외도(外道), 권19 궁실(宮室)·복용(服用)·식물, 권20 훼목(卉木)·금충(禽蟲)으로 구성된다. 명나라를 3차례 다녀오면서 접한 서양문물과 천주교를 소개했다.
- ↑ 우리나라의……비롯되었다 : 《芝峯類說》 卷1 〈時令部〉 “節序”(한국고전종합 DB).
- ↑ 이수광(李睟光)의……아니다 : 《金華耕讀記》 卷4 〈上元藥飯〉, 19쪽. 이하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 ↑ 위거원(韋巨源) : 631~710. 중국 당나라의 관료. 사빈소경(司賓少卿)과 재상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식보(食譜)》 가 있다.
- ↑ 식보(食譜) : 중국 당나라 위거원이 편찬한 음식 관련 문헌. 《설부(說郛)》 권95에 수록되어 있다.
- ↑ 유화명주(油畫明珠) : 각 절기에 먹는 음식 항목 중 정월대보름[上元]에 먹는 음식명. 《說郛》 卷95 〈食譜〉 “附張手美家”.
- ↑ 출전 확인 안 됨.
- ↑ 《增補山林經濟》 卷8 〈治膳〉 上 “飯粥諸品” ‘藥飯’(《農書》 4, 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