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서재의 고상한 벗들(상):붓:붓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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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6) 붓걸이

옥붓걸이에는 산 모양이 있고, 누운 신선 모양이 있다. 옥으로 만든 새끼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 모양의 오래된 붓걸이가 있는데, 길이가 0.6~0.7척이 다. 백옥으로 어미 고양이를 만들고 가로로 뉘여 앉혀 놓았으며, 그 몸에는 새끼 6마리를 업고 있어 그울퉁불퉁한 부분을 붓걸이로 썼다. 붓걸이는 순황 색이나 순흑색이 있고, 흑색과 백색이 섞인 것이 있으며, 황흑색을 띠며 대모(玳瑁)무늬인 것이 있다. 옥붓걸이는 옥의 얼룩진 곳을 취하여 형체를 만들었 다. 무늬가 서로 끌어안고, 달라붙고, 눈을 뜨고, 감싸는 형상을 띠어 여러 모양이 매우 아름다우니, 진실로 특별한 물건이다.
구리붓걸이에는 무쇠그릇에 2마리 교룡이 얽혀 있는 붓걸이가 있는데, 매우 정밀하다. 구리로 된봉우리 12개 모양 부분을 붓걸이로 쓴 옛것이 있었 고, 교룡 1마리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붓걸이로 쓴것이 있었다.
자기붓걸이에는 가요(哥窯) [1] 에서 만든 산 3개나 5 개 모양이 있는데, 만드는 방법이 예스럽고 빛깔이 반들반들하다. 정요(定窯) [2] 에서 만든 백자 붓걸이가 있는데, 이 붓걸이는 누운 꽃이나 어린아이 모양이고 밝은 백색을 띠며 정교하다.
나무붓걸이에는 늙은 나무뿌리와 가지가 구불구불 빙빙 감긴 수많은 모양이 있다. 길이는 0.5~0.7 척에 그치지만 굽은 모양이 실물처럼 움직이는 용의 비늘·뿔·발톱·이빨과 같은 모양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마치 용이 옥을 쥐고 노니는 듯하여 진실로 하늘이 만들어낸 붓걸이라 할 수 있다. 또 기남(棋 楠, 침향과 속향을 섞어 만든 향)·침향(沈香)·속향(速香)으로 만들어 사람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니니, 더욱 얻기 어렵다.
돌붓걸이에는 뾰족한 봉우리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붓걸이로 쓴 것이 있고, 용처럼 구불구불한 부분을 붓걸이로 쓴 것이 있는데, 도끼와 끌을 대지 않은 것이 빼어나다. 《동천청록》 [3]

옥붓걸이를 만드는 옥으로는 오직 흑옥·백옥·낭간(琅玕) [4] 3종류만 있다. 옥은 반드시 새겨야 쓸 수있으니, 산봉우리가 수려하게 솟아오른 모양을 본떴으나 속되지 않아야 좋다. 또는 맷돌에 갈아 교룡을 만들면 더욱 좋다. 예전에 어떤 사대부가에서 옥으로 두 어린아이가 팔짱을 끼고 노는 모습으로 만든 붓걸이를 보았더니 얼굴은 희고 머리는 검으며, 다리는 붉고 배는 흰 형태로 붓걸이를 만들었는데, 매우 특이했다. 더러 밑동이 작은 산호로 붓걸이를 만들면 그 산호에 가지가 있어 붓걸이가 될 수 있다.《동천청록》[5]

구리붓걸이는 기이하면서 예스러운 것을 상품(上品)으로 친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붓걸이를 사용한 적이 드물었다. 지금 보이는, 구리로 주조한 교룡이 똬리 튼 모양은 형태가 둥글고 가운데가 비어 있어 옛날 사람들이 이것으로 종이를 눌렀지, 붓걸이는 아니다. 《동천청록》[6]

돌붓걸이는 영벽석(靈壁石)[7]·영석(英石)[8]가운데 자연스레 산의 모양을 이룬 것이 쓸 만하다. 돌 아래에는 작고 주칠을 한, 높이 0.05척 정도의 받침대를 만드는데, 기이하고 아취가 있어 아낄 만하다. 《동천청록》[9]

예전에 저절로 산의 형세를 이룬 진사(辰砂)[10]를사용하여 붓걸이를 만들고, 강진향(降眞香, 소방목으로 만든 향)으로 받침대를 만든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매우 아취가 있었다. 《금화경독기》[11][12]

각주

  1. 가요(哥窯):중국 절강성(浙江省) 처주(處州)에 있던 도요지로, 송나라 5대 도요지로 꼽혔다.
  2. 정요(定窯):중국 하북성(河北省) 보정시(保定市) 곡양현(曲陽縣)에 있던 도요지로, 송나라 5대 도요지로 꼽혔다.
  3. 출전 확인 안 됨
  4. 낭간(琅玕):중국에서 나는 옥으로, 진한 녹색이나 청록색을 띤다.
  5. 《洞天淸錄集》 〈筆格辯〉 (《叢書集成初編》 1552, 17쪽).
  6. 《洞天淸錄集》, 위와 같은 곳.
  7. 영벽석(靈壁石):중국 안휘성(安徽省) 영벽현(靈壁縣)의 경석산(磬石山) 깊은 곳의 모래 속에서 나는 돌로, 모양이 특이하여 전국시대(戰國時代)부터 왕궁으로 진상되었다.
  8. 영석(英石):중국 광동성(廣東省) 영덕현(英德縣)의 계곡에서 나는 돌로, 색깔과 모양이 다양하여 수석이나 완상품으로 쓰였다.
  9. 《洞天淸錄集》, 위와 같은 곳.
  10. 진사(辰砂):수은과 유황의 화합물로, 붉은색을 띤다. 한약재나 안료로 쓰였다. 주사(朱砂)·단사(丹砂)라 고도 한다.
  11. 출전 확인 안 됨.
  12.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2,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28~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