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산재청공(상):다구:솥
솥[鍑] 【음은 ‘보(輔)’다. 때로는 ‘부(釜, 가마)’라 쓰고, 때로는 ‘부(鬴, 가마솥)’라 쓴다.】 솥은 생철(生鐵, 주철)로 만든다. 요즘 대장장이가 말하는 ‘급철(急鐵)’196인데, 그 쇠는 밭 가는 보습 중에 망가진 것을 제련해서 주조한다. 주조할 때 거푸집의 내부는 흙으로 하고, 바깥은 모래로 한다. 흙으로 하면 내부가 매끄러워 문질러서 씻어내기 쉬우며, 모래로 하면 바깥이 껄끄러워 화염을 잘 흡수 한다. 솥의 손잡이는 네모나게 만들어 솥을 부리는 일을 바르게 하고, 그 가장자리를 넓게 만들어 열을 멀리 퍼지게 하고, 그 배꼽부분을 길게 만들어 중심을 지키도록 한다. 배꼽부분이 길면 솥 가운데부터 끓는데, 솥 가운데부터 끓으면 찻가루가 올라오기 쉽고, 찻가루가 쉽게 올라오면 그 맛이 순해진다. 홍주(洪州)197에서는 자기(瓷器)로 솥을 만들고, 내주(萊州)198에서는 돌로 만든다. 자기와 돌로 만든 솥은 모두 고아한 기물이지만, 그 성질이 견실하지는 않아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 은(銀)으로 솥을 만들면 지극하게 깨끗하기는 하지만 너무 분수에 넘치고 화려하다. 솥이 고아하면 고아한 대로, 깨끗하면 깨끗한 대로 좋긴 하지만 만약 항상 쓸 물건이라면 결국에는 쇠솥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운지 권2 296~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