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문방아제:우리나라의 먹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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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연(純煙, 순수한 그을음) 10근·아교(阿膠) 4근·물 10근을 준비한다. 먼저 물 9근에 아교를 담가 구리동이에 붓고 불 위에 놓는다. 물과 아교가 융화되면 그을음을 넣고 잘 섞는다. 남은 1근의 물로는 구리동이를 씻고 다른 그릇에 담아 두었다가, 아교와 그을음을 찧을 때 이 물을 손으로 뿌리면서 만 번을 찧는다. 이때 손바닥에 그을음이 물들지 않을 때까지만 한다. 먹자루를 만들 때는 먹자루를 얇은 틀에서 꺼내어 밀실에서 평평한 널빤지 위에 축축하게 젖은 재를 0.1척 정도 두께로 펴되 평평하게 깐다. 그런 다음 종이를 깔고, 종이 위에 먹을 올리고, 먹 위에 다시 종이를 깐다. 다시 축축하게 젖은 재 0.1척 정도를 펴고 3일 밤이나 1일 밤이 지난 뒤에 먹자루마다 칼로 깎아 네 모퉁이를 평평하게 하여 네모지고 반듯하게 만든다. 그런 다음에 다시 마른 재 0.1척 정도를 널빤지 위에 펴고 이전처럼 먹의 위아래에 종이를 깐다. 다시 그 위에 마른 재 1촌 정도를 깔고서 3일 밤이나 1일 밤이 지난 뒤에 재에서 꺼낸다. 밀실의 평평한 널빤지 위에 펼치고 며칠 동안 마를 때까지 이리저리 뒤집는다. 《고사촬요(攷事撮要)[1][2]


송매묵(松煤墨, 소나무 그을음으로 만든 먹) 만드는 법:소나무 그을음을 많이 채취하여 자루에 넣고 푹 쪄서 익힌다. 그을음이 마르면 제조하는데, 아교와 물의 양은 위에서 말한 제조법과 같다. 먹자루를 만들 때는 먹의 크기와 두께에 따라 적당히 조절한다. 단, 반드시 만 번까지 찧어주어야 한다. 《고사촬요》[3]


산철쭉의 뿌리로 숯을 만들어 아주 곱게 가루 낸 뒤, 비단체로 여러 번 걸러내고 제조법대로 먹을 만들면 광채가 뛰어나다. 《황간인방(黃磵人方)》


일본의 먹은 남도(南都)[4]에서 생산되는 먹을 최고로 치는데, 그중에서 호마유(胡麻油)[5] 그을음으로 만든 먹을 최고로 친다. 여기에 용뇌(龍腦)·사향(麝香)·장향(藏香)[6]을 더하고, 홍화즙(紅花汁)[7]으로 광택을 낸다. 유연(油煙, 호마유 그을음)을 채취할 때는 수백 개의 등잔불을 태우되 칸막이로 바람을 막고, 여기에 생긴 그을음을 긁어서 채취한다. 또 송연(松煙)과 섞은 유연도 있는데, 품질이 순수한 유연묵보 다 낮다. 《화한삼재도회》[8]


  1. 고사촬요(攷事撮要):조선 중기의 학자 어숙권(魚叔權, ?~?)이 1554년(명종 9) 명종의 명을 받아 편찬한 책으로, 조선시대의 사대교린을 비롯하여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선조 때 허봉(許篈, 1551~1588)이 증보하였고, 박희현(朴希賢, 1566~?)이 속찬(續纂)하였으며, 인조 때 최명길(崔鳴吉, 1586~1647)이 보완·수정하였다.
  2. 출전 확인 안 됨;《山林經濟》 卷4 〈雜方〉 “造墨”, 87쪽.
  3. 《攷事撮要》 卷下 〈雜用俗方〉 “造松煤墨法”, 103~104쪽.
  4. 남도(南都):일본 나라현[奈良縣]의 북부 일대. 일본의 옛 수도인 교토[京都]의 남쪽이란 뜻으로, 남도(南都)라고 했다.
  5. 호마유(胡麻油):검은 참깨를 볶지 않고 짜낸 기름.
  6. 장향(藏香):중국 서장(西藏, 티베트) 지역에서 나는 선향(線香). 백단(白檀)·정향(丁香)·침향(沈香)·안식향(安息香) 등의 향료 가루를 가늘고 긴 선 모양으로 만들어 굳힌 향이다.
  7. 홍화즙(紅花汁):홍화는 엉거시과에 딸린 두해살이풀로, 7~8월에 붉은빛이 도는 노란색 꽃이 줄기 끝과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핀다. 씨는 기름을 짜고, 꽃은 약재·염색용으로 사용한다.
  8. 《和漢三才圖會》 卷3 〈技藝〉 “墨”, 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