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각 절기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절일의 세부 내용:이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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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30) 8월 8일의 이죽회(대나무 옮겨 심는 날의 모임)
정우문(程羽文)이 정리한 월별 행사에 5월 13일을 죽취일(竹醉日)로 삼았다. 이는 대개 유정목(兪貞木)[1]의 《종수서(種樹書)[2]》 문장에서 연원한 것이다. 그러나 유정목의 《종수서》는 본래 잘못된 곳이 많다. 지금 가사협(賈思勰)[3]의 《제민요술(齊民要術)[4]》을 고찰해보면 8월 8일을 ‘죽취일’이라 한다.[5] 예부터 8월을 ‘죽소춘(竹小春)’이라 한 이유는, 또한 8월에 대나무를 옮겨 심으면 살리기 쉽기 때문이다.
일찍이 구영(仇英)[6]의 〈종죽도(種竹圖)〉[7]를 보니, 낮은 언덕이나 평평한 텃밭에 자그마한 시내가 가로지르고, 붉은 난간이 굽이도는 자리엔 곳곳마다 돌로 만든 평상과 등나무 걸상이 아름다운 돌과 짝지어져 있었다. 평상 1개당 2~3명이 있는데, 혹 궤안(几案)에 기대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혹 술잔을 마주하여 시를 읊기도 한다.
정원사 십수 명 중에는 가래와 삽을 들고 있는 이, 연뿌리나 대나무 대를 캐어 메고 왕래하는 이가 있고, 어지럽게 파헤쳐진 연못에 연꽃은 이미 시들어 있다. 방 절반만큼이나 큰 아름다운 돌이 있고, 그 돌 왼쪽에 있는 파초는 키가 10여 척이나 된다. 이런 그림을 보고 중추의 풍경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동산에 물을 대서 대나무를 심고자 하는 이는, 8월 8일에 대밭 안으로 들어가서 벗들을 모아 술을 마시며 차군(此君)[8]과 함께 술에 취해야 한다. 이 그림을 가지고 분본(粉本)[9]을 삼아 그리면 좋겠다. 《금화경독기》[10][11]

각주

  1. 유정목(兪貞木):1331~1401. 중국 명(明)나라 초기의 문인, 자는 정목(貞木). 후에 이름을 정목이라 하고자를 유립(有立)이라 새로이 고쳤다. 덕행과 문학에 모두 뛰어나 당대에 추앙을 받았다. 저서로 《종수서(種樹書)》외에도 《입암집(立菴集)》·《헌휘록(獻徽錄)》·《명인소전(明人小傳)》·《명시기사(明詩紀事)》등이 있다.
  2. 종수서(種樹書):중국 명나라의 문인 유정목의 저서. 상권은 1년 12개월마다 알맞은 나무 심기를 다루고 중권과 하권은 오곡·상마(桑麻, 뽕과 삼)·채소·과일·꽃나무 재배방법을 다루었다.
  3. 가사협(賈思勰):?~?. 6세기경 중국 후위(後魏)의 농학가로, 고양태수(高陽太守)를 지냈다.
  4. 제민요술(齊民要術):중국 후위의 농학가 가사협이 지은, 중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합 농서. 전 10권. 6세기 전반에 간행하였다. 오곡·야채·과수·향목(香木)·상마(桑麻)의 종식법(種植法)·가축의 사육법·양조법과 가공·판매·조리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임원경제지》에 대부분이 인용되었다.
  5. 제민요술……한다:《제민요술》에서는 ‘죽취일’에 대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산가청사(山家淸事)》 〈종죽(種竹)〉에 “《악주풍토기(岳州風土記)》나 《문심조룡(文心雕龍)》에서는 5월 13일을 용의 ‘생일(生日)’이라 하고, 《제민요술》에서 8월 8일을 ‘취일(醉日)’이나 ‘미일(迷日)’이라 하였는데 모두 의심스럽다. 늙은 정원사의 말을 들어보니 ‘대나무 심기는 따로 때가 없다. 줄기가 남쪽으로 뻗은 나무를 취하여 심는다.’라 했다.”라 했다.
  6. 구영(仇英):1498~1552. 중국 명(明)나라의 화가. 자는 실보(實父), 호는 십주(十洲)·십주선사(十洲仙史). 주신(周臣, 1460~1535)에게 그림을 배우고 당송의 명화를 모작하여 일가를 이루었다. 인물화가 그의 장기이고, 작품의 주제는 전통적인 산수와 누각 가운데 시녀나 미인을 배치하고 부채(賦彩, 먹으로 바탕을 그린 다음 색을 칠한 그림)의 아름다움과 세밀한 묘사를 특색으로 한다. 작품으로 《죽림품고(竹林品古)》·《한궁춘효도(漢宮春曉圖》·《왕자유종죽도(王子猷種竹圖)》등이 있다.
  7. 종죽도(種竹圖):구영(仇英)이 그린 그림으로, 못과 대를 옮겨 심는 일꾼들과 파초가 있는 그림.
  8. 차군(此君):대나무. 진(晉)나라의 왕휘지(王徽之)가 항상 집에 대나무를 심게 했는데, 혹자가 그 까닭을 묻자 “어찌 하루라도 ‘이 군[此君]’이 없을 수 있겠는가.”라 한 말에서 유래한다. 《진서(晉書)》 〈왕휘지전(王徽之傳)〉.
  9. 분본(粉本):일종의 초벌그림 또는 밑그림. 사실을 고증하는 바탕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10. 출전 확인 안 됨.
  11.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4,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553~5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