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색을 내는 도구:채색: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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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사(硃砂)[1]
주사, 수은, 은주(銀朱)[2]는 원래 같은 물건이다. 이름이 다른 이유는 이것들의 곱고 거침이나 오래되었는지 새것인지를 기준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주사는 진주(辰州)와 금주(錦州)[3]【지금은 마양(麻陽)이라 한다.】와 서천(西川)[4]에서 나는데, 안에 수은[澒][5]을 함유하고 있지만 승화[6]시키지 않는다. 대개 광명사(光明砂), 전촉사(箭鏃砂), 경면사(鏡面砂) 등의 주사는 그 값이 수은보다 3배나 비싸기 때문에 가려내어 주사로 판다. 만약 수은을 승화시키면 오히려 값이 떨어진다. 오직 품질이 떨어지는 다음 등급의 주사만 승화시켜 수은을 만들고, 수은을 또 승화시켜 은주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상등급의 주사는 흙을 10장 남짓은 파야 얻는다. 그 노두(露頭)가 처음 나타날 때는 흰 돌무더기인데, 이를 ‘주사상(朱砂牀)’이라 한다. 주사상 가까이에 있는 주사는 크기가 달걀만 한 것도 있다. 그다음 등급의 주사는 약으로 쓰지 않고, 다만 갈아서 그림 재료로 쓰거나 수은으로 승화시킨다. 그 노두는 반드시 흰 돌일 필요는 없고, 노두의 깊이도 몇 장만 파면 얻는다. 주사상 바깥에는 청황색 돌이나 모래가 섞여 있기도 하다. 흙 안에 품은 수은이 꽉 차면 그 바깥쪽에 있던 주사석은 대부분 저절로 갈라진다. 이런 종류의 주사는 귀주(貴州)의 사남(思南),[7] 인강(印江),[8] 동인(銅仁)[9] 등의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고 상주(商州),[10] 진주(秦州)[11]에서도 널리 난다.
일반적으로 다음 등급의 주사를 채굴할 때 그 전체 갱도가 엷은 흰색을 띠면 갈아서 주사를 만들지 않고 모두 수은으로 승화시킨다. 만약 주사의 재질이 엷으면서 빛나 붉은빛을 띠면 채굴할 때 큰 쇠맷돌홈통[鐵碾槽]에 넣고 작은 먼지처럼 잘게 부순다. 그런 다음 이를 항아리에 넣고, 맑은 물을 부어 맑게 가라앉힌다. 3일 후에 이 물을 휘저어서 그 위에 뜨는 것을 다른 항아리에 붓는데, 이를 ‘이주(二硃)’라 한다. 그 아래에 가라앉은 앙금은 햇볕에 말리는데, 이를 ‘두주(頭硃)’라 한다. 일반적으로 수은으로 승화시킬 때는 엷은 흰색 주사의 다음 등급의 주사나 휘저은 뒤 항아리 표면으로 떠올라 거둔 이주(二朱)를 쓴다. 이를 물에 개고 비벼 엿가락 모양의 큰 가락으로 만든 뒤 30근씩 한 솥 안에 넣어 수은으로 승화시키는데, 그 아래에 넣는 숯도 30근을 쓴다.
일반적으로 수은으로 승화시킬 때는, 가마 위에 솥 1개를 덮는다. 솥 한가운데에 작은 구멍을 1개 내고, 가마와 겹치는 솥 둘레를 염니로 단단히 막는다. 솥 위에는 쇠를 재료로 하여 굽은 활 모양의 관 1개를 두드려 만든다. 그 관은 삼끈으로 끝까지 단단하게 감고 여기에 그대로 염니를 발라 막는다. 불을 지필 때 굽은 관의 한쪽 끝을 솥 가운데에 꽂아 공기를 통하게 하고,【꽂는 곳은 실로 단단히 밀봉한다.】 다른 쪽 끝은 물 2병을 부은, 중간 크기의 도가니를 준비하여 굽은 관 꼬리 부분을 그 안에 꽂는다. 솥 안의 공기가 도가니 안의 물에 도달하면 멈추게 된다. 불을 모두 10시간 정도 때면 그 안의 주사 가루가 모두 수은으로 변해 한 솥 가득 퍼진다. 하루를 그대로 식힌 다음 꺼내서 쓸어 내린다. 이것이 가장 현묘한데, 만드는 법은 모두 중대한 기밀이다.[12] 【본초서의 터무니없는 주석에 “땅에 구멍을 1개 파고 사발 1개에 물을 담아 놓는다.”라 되어 있다.】
【 안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는 호연(胡演)의 《단약비결(丹藥秘訣)》을 인용해 “주사에서 수은을 빼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기병에 주사를 담되 양은 구애받지 않는다. 종이로 아가리를 봉한 뒤 향탕(香湯)에 하루 동안 끓인 다음 주사가 든 병을 수화정(水火鼎)[13]이라는 솥 안에 넣는다. 숯으로 솥 아가리를 막고 쇠쟁반으로 덮어 고정한다. 땅에 구멍을 1개 파고 사발 1개에 물을 담아 놓는다. 쇠쟁반과 마주하도록 솥을 사발 위에 뒤집어엎고, 염니로 단단하게 틈을 메운 뒤 주위에 불을 지핀다. 식기를 기다려 꺼내면 수은이 저절로 사발로 흘러 들어가 있다.” [14]라 했다. 여기서 설명한 방법을 자세히 보면, 대개 주사를 병에 담고 그 병을 솥에 안치하고서 이 솥을 사발 위에 놓은 뒤 주위를 불로 지필 뿐이다. 이렇게 하면 비록 10년 동안 불을 지핀다 해도 결코 수은이 저절로 병을 통과하고 솥을 통과해 사발 안으로 흘러 들어갈 리가 없으니, 《천공개물》의 저자 송응성(宋應星)[15]이 터무니없는 주석이라 비난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 우안 수은은 색을 내는 도구가 아니지만 수은을 승화시키면 은주가 되니, 은주는 본래 색을 내는 도구이다. 게다가 유리거울에 수은을 입히는 등의 방법으로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공업 제도에 유념해야 하는 사람들이 수은을 승화시키는 방법을 모르면 안 되기 때문에 자세하게 실었다.】
일반적으로 수은을 다시 승화시켜 주사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은주(銀朱)’라 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아가리가 비어 있는[16] 진흙 도가니를 쓰거나 위아래 2단으로 된 솥을 쓴다. 수은 1근에 석정지(石亭脂)[17]【유황으로 만든 것이다.】【 안 본초서에서 “유황 중에 붉은빛이 많은 것을 ‘석정지’라 한다.” [18]라 했으며, 일명 ‘석류적(石琉赤)’이고 ‘석류단(石流丹)’이다. 이는 대개 유황의 일종이지만 유황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2근을 넣고 반짝이는 것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간 뒤에 볶아 청색의 주사 알갱이[靑砂頭]【 안 호연(胡演)의 《단약비결》에는 청사두(靑砂頭)가 청사(靑砂)와 두사(頭砂)로 되어 있다.】가 되면 도가니 안에 쟁여 넣는다. 그 위를 쇠잔으로 덮어 고정하고 잔 위를 쇠자[鐵尺] 1개로 누른다. 이어서 철사로 바닥에서부터 동여매 묶고, 염니로 아가리 봉한 곳을 단단히 막는다. 그 아래에는 쇠막대 3개를 땅에 꽂아 솥 다리를 만들고서 도가니를 그 위에 올린다. 향 3개가 타는 동안 불을 때면서, 못 쓰는 붓을 물에 담갔다가 잔 표면을 자주 쓸어 주면 수은이 저절로 가루가 되어서 도가니 위에 붙는다. 그중 아가리에 붙은 것은 은주의 색이 더욱 선명하고 화려하다. 은주를 그대로 식힌 뒤 쇠잔을 들고 긁어내 쓸어 모은다. 남은 석정지는 도가니 바닥에 가라앉아 있기에 다시 쓸 수 있다.
수은 1근을 승화시키면 주사 14냥과 다음 등급의 주사 3.5냥을 얻는데, 얻는 양은 유황의 질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승화시켜 만든 주사와 갈아 만든 주사는 효용 또한 서로 비슷하다. 황실이나 권문세가의 물감은 모두 진주(辰州)와 금주(錦州)의 단사(丹砂)를 갈아서 만든 것이라 이 은주를 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은주는 서재에서 아교로 길쭉한 덩어리를 만들어 돌벼루에 갈면 본래의 선홍색이 나타나는데, 만약 주석벼루에 갈면 곧바로 진회색 즙이 만들어진다. 칠장이들이 물건의 채색을 선명하게 할 때 오직 동유(桐油)만 넣어 섞으면 선홍색이 드러나고, 옻을 넣으면 또한 색이 어두워진다.
【 안 본초서의 여러 전문가들의 설에 의거하면, 화공(畫工)이 쓰는 주홍(朱紅)은 다만 단사 하나의 재료 외에는 다시 다른 재료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연경에서 수입한 주홍은, 민간에서는 ‘당주홍(唐朱紅)’이라 하는데, 약에 쓰는 단사와는 색과 질이 상당히 다르니, 단사 외에 따로 주홍 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금비원》에 ‘주정자(朱挺子) 만드는 법’ [19]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또한 주사 한 재료만을 쓴다고 하니, 주사와 주홍은 또 원래 두 종류는 아닌 듯하다. 이에 대해서는 연경 가는 사람을 쫓아가 다시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천공개물》[20] [21]


각주

  1. 주사(硃砂):진사(辰砂)라고도 하고, 주성분은 황화수은(HgS)이다. 석회암에서 나고, 주홍색이다. 공기 중에서 가열하면 원소 상태의 수은을 얻을 수 있다.
  2. 은주(銀朱):수은과 유황을 합성한 ‘황화수은’으로, 연금술사들은 수은으로 황화수은을 만들었다고 한다.
  3. 진주(辰州)와 금주(錦州):지금의 호남성 마양(麻陽)과 진계(辰溪) 일대.(《天工開物》, 409쪽 주4)
  4. 서천(西川):사천성(四川省)의 옛 익주(益州) 지구로, 지금 성도(成都) 동쪽 일대.
  5. 수은[澒]:금속원소 수은(Hg)으로, 상온에서는 액체이다.(《天工開物》, 409쪽 주6)
  6. 승화:고체가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체로 변하거나, 기체가 직접 고체로 변하는 현상.
  7. 사남(思南):중국 귀주성(貴州省) 동인(銅仁)의 북동쪽 오강(烏江)에 있는 현.
  8. 인강(印江):중국 귀주성 동인에 있는 토가족(土家族)과 묘족(苗族)이 스스로 다스리는 현.
  9. 동인(銅仁):중국 귀주성에 있던 현.
  10. 상주(商州):지금 섬서성(陜西省) 동남부의 상현(商縣) 일대.(《天工開物》, 410쪽 주3).
  11. 진주(秦州):지금 감숙성(甘肅省) 동부 천수현(天水縣) 일대.(《天工開物》, 410쪽 주4).
  12. 이상에서 설명한 주사 가는 법과 수은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보여 주는 《천공개물》의 그림은 다음과 같다. 그림 삽입 예정.
  13. 수화정(水火鼎):수화정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그림은 기제식수화정(既濟式水火鼎)이다. 趙匡華, 《中國古代化學》, 商務印書館, 1996. 이 책 제3장 <중국 연단술과 제약학 중의 화학 성취(中國煉丹術和制藥學中的化學成就)>에 이 그림이 나온다. 이 책에서는 《중국연단술(中國煉丹術)》, 송대 단경(丹經, 도교 경전)인 《금화충벽단경비지(金華沖碧丹經秘旨)》, 《치천진인교정술(稚川眞人校正術)》, 《단방수지(丹房須知)》 등의 책에서 단(丹)을 제련하는 각종 화로 도형을 취했다. 기제식수화정 1 기제식수화정 2
  14. 《本草綱目》 卷9 <金石部> “水銀”, 524쪽.
  15. 송응성(宋應星):1587~1648. 명나라 말기의 지방관으로, 농촌 대책을 담당했다. 농업과 공업에 필요한 기술개발에 관심을 가져 《천공개물》을 지었다.
  16. 비어 있는:원문의 ‘磬’을 옮긴 것이다. ‘磬’은 ‘罄’과 같은 의미이다. 《天工開物》, 411쪽 주2 참조.
  17. 석정지(石亭脂):묽은 유황으로, 수은과 더불어 동양의 연금술(鍊金術)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의 하나이다.
  18. 《本草綱目》 卷11 <金石部> “石硫赤”, 668쪽.
  19. 《古今秘苑》 <一集> 卷3 “造朱挺子”, 1~2쪽.
  20. 《天工開物》 卷16 <丹靑> “朱”, 409~413쪽.
  21.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2,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7), 276~2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