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불로 요리하는 도구:양조하는 데 쓰는 여러 도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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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 독

질그릇 중 가장 큰 그릇으로, 또한 날마다 쓰는 가장 필요한 물건이다.[1] 일반적으로 술을 빚거나, 장을 담그거나, 식초를 만들거나, 채소를 절이는 데에도 모두 이 그릇을 쓴다. 《자서》를 살펴보면 “옹(甕)은 앵(罌)이다. 또한 물 긷는 그릇이다.”[2]라 했고, “한나라 포선(鮑宣)의 처는 독을 지니고 나가 물을 길었다.”[3]라 했고, “진나라의 유령(劉伶)은 술병과 술통을 들었다.”[4]라 했으니, 옹(甕)과 앵(罌)은 모두 작아서 몸에 지닐 수 있는 그릇이다. 장자(莊子)는 독[甕盎]을 큰 혹덩어리[大癭]에 비유했고,[5]《포박자》에서는 “사독(四瀆)[6]의 흐림이 옹 속의 물이 맑음만 못하다.”[7]라고 하여, 독(瀆)으로 지극히 큰 물을 비유하고 옹으로 지극히 작은 물을 비유했으니 옹이 큰 그릇이 아니었음을 더욱 알 수 있다.
그러나 후위(後魏)[8] 가사협(賈思勰)[9]의 《제민요술》에는 서미주(黍米酒),[10] 당량주(當梁酒),[11] 갱미주(秔米酒)[12] 등을 빚는 방법이 있다.[13] 그 물과 누룩의 양을 계산해 보면 처음 다시 빚고 두 번째 다시 빚고 세 번째 다시 빚는 데 쓴 쌀이 20〜30두가 훨씬 넘는데도 오히려 옹이 다 차지 않았다고 했으니, 옹 또한 작은 그릇은 아니었다.그러니 이 어찌 옹이란 질그릇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라, 크기에 관계없이 똑같이 옹이라 이름 붙인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옹 중에 큰 것은 물 40~50두를 담고 작은 옹도 15~16두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곳곳의 도공들이 소나무숲이 있는 곳에다가 가마를 설치하여 옹을 구워 만든 다음 배로 나르거나 사람들이 지고 들이 넓은 지역에 나가서 판다. 일반적으로 술 빚는 집에서는 독을 특별히 가려서 모아야 한다. 모래알만 한 틈이라도 있으면 술이나 장이 빠져나가고, 독에서 진이 나오면 양조한 결과물의 맛이 변한다.《금화경독기》

남쪽 지방에는 오지독이 있는데 백토로 날그릇을 만들고 석간주(石間朱),[14] 검검수(儉黔水)[15]를 고루 섞어서 발라 가마에 넣고 구워서 만든다. 다른 질그릇보다 훨씬 오랫동안 버티어 견딜 수 있다.《금화경독기》

일반적으로 술을 빚고 식초를 만들 때는 기름종이와 조릿대 잎으로 아가리를 봉하여 나무뚜껑으로 덮는다.【갈이틀로 나무를 깎아 가늠해서 만드는데, 뚜껑의 지름은 독 아가리의 크기를 가늠해서 전을 덮을 수 있게 한다.】 일반적으로 장을 담그는 독은 아가리가 넓은 것을 써서 햇볕을 쬘 수 있어야 하고, 그 뚜껑으로 아가리가 넓은 소래기[大盥盆] 같은 그릇을 쓴다.【안 제도는 아래에 자세하다.】 낮에는 뚜껑을 열어 놓았다가 밤에 다시 덮어 주어 서리나 이슬을 피한다. 어쩌다 한낮에라도 비가 오면 또한 소래기를 덮어 준다. 큰 삿갓을 씌우거나 대나무를 깎아 산개(傘蓋)[16] 모양을 만들고 여기에 종이를 발라 기름을 먹이면 또한 비나 이슬도 피할 수 있다.《금화경독기》

지금 민가에서는 볏짚을 엮어 부들방석 모양을 만들고서 이를 독 뚜껑으로 쓰는데 그 두께는 0.2척쯤이다. 겨울에는 독에 김치를 넣고서 독을 땅속에 묻고 이 뚜껑으로 덮으면 심한 추위로 얼어붙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여름에는 벌레들이 이를 통해 숨어들까 우려된다.《금화경독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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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 고르는 법

일반적으로 독은 7월에 만든 날그릇을 최상으로 치고, 8월에 만든 날그릇을 그다음으로 치며, 그 나머지 날그릇을 최하로 친다. 가마에서 막 나와 뜨거운 상태일 때 기름을 바른 독이 매우 좋다.《제민요술》[18]

독을 살 때는 독이 새것인지 옛것인지에 관계없이 먼저 모래알 틈이 있는지를 살핀다. 땅을 쓸어 평평하게 하고 그 땅에서 섶을 태워 불꽃이 잦아들면 독을 거꾸로 뒤집어서 연기를 덮는다. 그런 다음 땅 위 흙을 모아 독 아가리를 막되, 틈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독의 몸통 주위를 자세히 살펴 연기가 새어 나오면 바로 이곳이 모래알 틈이다.《금화경독기》[19]


3) 독에 기름 바르는 법

일반적으로 독은 크기에 관계없이 모두 기름을 발라 길들여야 한다. 독에서 진이 나오면 만들어 둔 온갖 재료가 모두 나빠져 음식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니, 이 점을 특별히 유의해야 하는 까닭이다. 시장에서 파는 독은 먼저 기름을 발라 길들여야지 급히 물을 담아서는 안 된다.【주 아직 기름을 바르기 전에 비를 맞아도 나쁘다.】

바르는 법:땅을 파서 작고 둥근 구덩이를 만들고,【주 구덩이 가장자리 양쪽으로 길을 내서 바람이나 불을 끌어들인다.】 구덩이 속에서 생숯에 불을 붙인 다음 독 아가리를 구덩이 위에 맞춰 놓고 연기를 쏘인다.【주 불이 세면 독이 쉽게 깨지고 약하면 독을 뜨겁게 하기 어려우니 불의 세기를 알맞게 조절하도록 힘써야 좋다.】 자주 손으로 만져 보다가 손을 델 정도로 뜨거우면, 바로 독을 내려놓는다. 뜨거운 기름을 독 속에 붓고 기름이 천천히 흐르도록 독을 돌리면서,[20] 독 안 전체에 고루 퍼지게 하여 기름이 더 이상 스며들지 않으면 그친다.【주 소나 양의 기름이 가장 좋고 좋은 돼지기름 또한 괜찮다. 일반인들이 삼씨기름을 쓰는 것은 사람들을 잘못에 빠지게 하는 일일 뿐이다. 만약 기름이 천천히 흐르도록 하지 않고 바로 한 번에 두루 비비기만 하면 역시 독에서 진이 나오는 일을 면하지 못한다. 일반인들은 독을 솥 위에 놓고 찌기도 하는데 수증기 또한 좋지 않다. 농정전서 ‘황랍이 매우 좋지만 값이 비싸니 송진을 써도 된다.’[21]】 끓는 물 몇 말을 독 속에 부어 깨끗이 씻고 쏟아 버린 다음 찬물을 가득 채워 며칠 두면 쓰기에 알맞다.【주 쓸 때는 다시 깨끗이 씻어 햇볕에 쬐어 말린다.】《제민요술》 [22][23]


4) 독 때우는 법

항아리가 터져서 때울 곳이 있으면【안 항아리나 독 모두 질그릇이라 때우는 법이 같다. 그러므로 여기에 붙여 개략적인 방법을 밝힌다.】 먼저 독을 대껍질 테로 고정시키고 뙤약볕에 때울 곳을 쬐어 말린 다음 역청(瀝靑)을 불에 녹여 바른다. 바를 때는 역청이 이어 붙인 틈에 가득 차도록 넣어 준다. 다시 불로 대략 그을려서 역청을 바른 부분이 펴지도록 한다. 그러면 물조차도 새지 않으니, 그 효과가 유회(油灰)보다 낫다.《왕정농서》[24]


또 다른 방법:침사(針砂)[25]에 간수를 섞어서 때울 곳에 이를 아교로 고정시켜 그늘진 곳에 놓는다. 1달 정도 그대로 두면 터지기 전과 같아진다.《산림경제보》[26]

항아리나 술단지가 터진 곳에는 쇳가루를 식초에 타서 발라 주는데, 여기서 녹이 생기면 새지 않는다. 또는 토란 끝을 외제(煨製)[27]하되 절반만 익혀 터진 곳을 문지르기도 한다.《증보산림경제》[28][29]

각주

  1. 질그릇……물건이다:독의 모양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2. 출전 확인 안 됨.
  3. 독을……길었다:《후한서》 권114 〈열녀전〉 74 ‘포선처(鮑宣妻)’ 및 《동관한기(東觀漢記)》 권22 〈열전〉 17 ‘포선처(鮑宣妻)’ 등에 내용이 보인다. 다음과 같은 고사 중에 나오는 말이다. 포선(鮑宣)이 환소군(桓少君)의 아버지에게 학문을 배웠는데 환소군의 아버지가 포선의 청렴함을 높이 사서 그에게 소군을 시집보내고 더불어 많은 재물을 보냈다. 하지만 포선이 이를 기뻐하지 않자, 소군이 재물을 친정으로 다 돌려보내고 혼례가 끝나자 직접 물동이를 들고 물을 길으면서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하였다.
  4. 술병과……들었다:《진서(晉書)》 권49 〈열전〉 19 ‘유령(劉伶)’ 조에 보이는 유령의 〈주덕송(酒德頌)〉의 한 구절로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5. 독을……비유했고:이 내용의 출전은 다음과 같다. “독[甕㼜]만 한 큰 혹이 달린 꼽추가 제환공에게 유세하자, 제환공은 그의 말을 듣고 기뻐했다. 그 뒤로 제환공은 온전한 사람을 보면 목이 가늘어 측은해 보였다.(甕㼜大癭說齊桓公, 桓公說之. 而視全人, 其脰肩肩.)” 《莊子》 卷2 <德充符> 第5.
  6. 사독(四瀆):나라의 운명과 관계되었다 여겨진 4개의 강. 장강, 제수, 황하, 회수를 의미한다.
  7. 《抱朴子》 外篇 卷4 〈喩蔽〉 第43.
  8. 후위(後魏):선비족 탁발부(拓跋部)가 중국 화북 지역에 세운 북조 최초의 왕조(386~534). 북위(北魏). 후에 황실이 원(元)씨로 개성하여 원위(元魏)라고도 함.
  9. 가사협(賈思勰):?~?. 《제민요술》의 저자이나 생애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10. 서미주(黍米酒):기장을 주재료로 하여 담근 술
  11. 당량주(當梁酒):대들보 아래에 술항아리를 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3월 3일 기장밥으로 담근다.
  12. 갱미주(秔米酒):쌀을 주재료로 하여 담근 술. 쌀, 누룩, 물의 양을 동일하게 하여 담근다.
  13. 《齊民要術》 卷7 〈法酒〉 第67(《齊民要術校釋》, 525~526쪽).
  14. 석간주(石間朱):산화철을 포함한 흙으로 만든 안료. 검붉은색을 띤다.
  15. 검검수(儉黔水):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겠다.
  16. 산개(傘蓋):불좌나 높은 좌대를 덮는 우산 모양의 장식품.
  17.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57~360쪽.
  18. 《齊民要術》 卷7 〈塗甕〉 第63(《齊民要術校釋》, 477쪽).
  19.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60~361쪽.
  20. 기름이……돌리면서:원문의 ‘廻轉濁流’를 옮긴 것이다. ‘濁流’는 《제민요술》에 ‘獨流’로 적힌 판본도 있으나, 모두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실제로는 기름이 독에 스며들 수 있도록 천천히 돌려 주어야 한다. 《齊民要術校釋》, 477쪽 주2 참조.
  21. 《農政全書》 卷42 〈製造〉 “營室”(《農政全書校注》, 1209쪽).
  22. 《齊民要術》 卷7 〈塗甕〉 第63(《齊民要術校釋》, 477쪽).
  23.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61~363쪽.
  24. 출전 확인 안 됨. 인용문헌을 잘못 적은 것 같다. 대신 《농정전서》에 보인다. 《農政全書》 卷42 〈製造〉 “營室”(《農政全書校注》, 1225~1226쪽).
  25. 침사(針砂):바늘을 만들기 위하여 쇠를 갈 때 나오는 고운 쇳가루. 한약재로도 쓰였다
  26. 출전 확인 안 됨.
  27. 외제(煨製):약재로 약을 만들거나 각종 제형으로 만들기 전 가공하는 포제법(炮製法)의 하나이다. 축축한 밀가루 반죽, 축축한 습지(濕紙) 등의 보료(補料)를 이용하여 약재의 겉면을 둘러싸고 연기가 나지 않는 뜨거운 잿불에 파묻어 굽는다.
  28. 《增補山林經濟》 卷16 〈雜方〉 “補缸罈方”(《農書》 5, 175쪽).
  29.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63~3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