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불로 요리하는 도구:곡물을 가루 내는 여러 도구:맷돌 돌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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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4) 중국의 맷돌 돌리는 법(中國轉磨法)

밀은 까부른 뒤에 물로 일어 깨끗이 씻는다. 먼지나 때가 깨끗이 없어지면 다시 햇볕에 말린 다음 맷돌에 넣는다. 일반적으로 밀에는 자주색과 누런색 두 종류가 있는데, 자주색 밀이 누런색 밀보다 낫다. 일반적으로 좋은 밀은 1석마다 120근(觔)의 가루를 얻을 수 있지만, 질이 나쁜 밀은 거기서 1/3이 더 깎인다.
일반적으로 맷돌의 크기에는 정해진 규격이 없다. 큰 맷돌은 살찌고 거세한 힘센 수소를 이용하여 끌어서 돌리게 한다. 소가 맷돌을 끌 때에는 유동(油桐) 열매의 껍질로 눈을 가려 주어야 한다. 눈을 가려 주지 않으면 소가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소의 배에는 통을 달아 배설물을 받아 내야 한다. 배설물을 받아 내지 않으면 맷돌 주위가 더러워진다. 그보다 작은 맷돌은 나귀를 이용하여 가는데, 무게가 조금 가볍다. 그보다 더 작은 맷돌은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밀고 당긴다.
일반적으로 힘센 수소는 하루에 밀 2석을 갈고 나귀는 그 절반을 가는데, 사람은 힘센 사람이라야 3두를 갈고 힘이 약한 사람은 그 절반만 간다. 수력으로 가는 물맷돌은 〈공도〉[1] 편의 물레방아 제도[2]와 서로 같은데, 물맷돌이 소로 가는 맷돌보다 3배나 편리하다. 일반적으로 소나 말, 그리고 수력으로 가는 물맷돌은 모두 맷돌 위에다 자루를 달아 놓는데, 자루의 위는 넓고 아래는 좁다. 밀 몇 두(斗)를 자루 속에 담아 맷돌의 가운데 구멍으로 떨어뜨려 넣는다.[3] 하지만 사람 힘으로 미는 맷돌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맷돌에는 두 종류가 있고, 밀가루의 품질은 맷돌 재료인 돌에 따라 나뉜다. 강남 지역에는 곱고 흰 상품 밀가루가 적은데, 이는 돌에 모래 찌꺼기가 있어 맷돌이 서로 갈려 불이 나면 그 밀기울도 함께 부서져서 까맣게 탄 밀기울이 밀가루 속에 뒤섞여 체로 제거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강북 지역의 돌은 성질이 차고 매끄러운데, 그중에서도 지군(池郡)[4]의 구화산(九華山)[5]에서 나는 돌이 매우 좋다. 이 돌로 맷돌을 만들면 맷돌에서 불이 나지 않으며, 밀기울을 쭉정이까지 납작해지도록 눌러도 부서지지 않아서 까맣게 탄 밀기울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아 밀가루가 지극히 하얘진다. 일반적으로 강남 맷돌은 20일이면 이가 나가지만 강북 맷돌은 6개월은 지나야 비로소 이가 나간다.
【안 우리나라의 철원, 연천, 장단 등 강에 접한 지역에서는 청흑석(靑黑石)이 나는데, 이 돌에는 벌레 먹은 모양 같은 타고난 자국이 있다. 그곳 토박이들은 이 돌을 쪼아 맷돌로 만들고 ‘괴석매[怪石磨, 괴상한 돌로 만든 맷돌]’[6]라 부른다. 이 돌은 단단하고 결이 치밀하면서 차고 매끄러워 오래 써도 이가 나가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서 나는 일반적인 돌로 만든 맷돌은 1개월도 안 돼 번번이 이가 나간다. 대체로 북쪽 지역의 돌이 좋고 남쪽 지역의 돌이 나쁜 점은 중국과 거의 비슷하다.】
남쪽 맷돌로 밀가루 100근을 얻는다면 북쪽 맷돌로는 80근을 얻는다.【안 남쪽 맷돌로 간 밀가루는 대부분 까맣게 탄 밀기울이나 모래 가루가 섞여 있어 양이 많지만, 북쪽 맷돌로 간 밀가루는 이런 불순물이 없기 때문에 양이 적다.】《천공개물》[7][8]

전마(轉磨, 연마連磨)[9]는 큰 톱니바퀴를 2층에 만들고 그 중앙에 쇠 축을 꽃아 건물 안에 세운 뒤 기계를 설치하여 돌린다. 톱니바퀴는 마치 자명종의 톱니 같은 돌기가 서로 맞물린 모양과 같다. 건물 안의 네 구석에도 2개 층에 맷돌판을 놓고 판 가장자리에도 톱니 같은 돌기를 만들어 큰 바퀴의 톱니와 맞물리게 한다. 큰 바퀴가 한 번 돌면 8개의 맷돌판이 다투어 돌아 잠깐 사이에 밀가루가 눈처럼 쌓인다. 작동 방법이 문신종(問晨鐘)[10]과 서로 비슷하다.
【안 이것이 바로 옛날의 팔마(八磨)[11] 제도이다. 혜함(嵇含)[12]은 《팔마부(八磨賦)》에서 “나의 고종형 유경선(劉景宣)이 맷돌을 만들었는데 기이하고 교묘하기에 이를 계기로 부(賦)를 지었다. ‘네모난 나무 곱자처럼 우뚝하고, 둥근 바퀴 그림쇠처럼 돌아가네. 아래는 고요하여 곤(坤, 땅)과 같고 위는 움직이니 건(乾, 하늘)과 같다네. 큰 바퀴 안에서 굳건하고, 여덟 짝 딸린 바퀴 밖에서 돌아간다네.’”[13]라고 했다.[14]
우안 북위의 최량(崔亮)[15]이 옹주(雍州)[16]에 있을 때 〈두예전〉을 읽다가, 유경선이 팔마(八磨)를 만든 것을 보고 그가 당시에 필요한 일에 도움을 주었다고 높이 평가했다.[17] 대개 그 제도가 멀리 위진(魏晉)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널리 퍼져 천하가 그 이로움을 누리는데도 오직 우리나라 사람들만 모르고 있다. 지금 서울 마포, 서강(西江) 등지에 맥류가루 만드는 집이 무려 천여 호(戶)나 되지만 한 호에서 한 해에 보리나 밀 수백 곡(斛)을 갈 때 모두 사람의 힘으로 밀고 당겨서 하니, 낑낑거리면서 힘들여 일하며 날을 소모해 버린다. 그런데도 끝내 편리한 기계를 이롭게 쓰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니 정말 이들의 생각 없음이 심하다.
우안 이 책에는 단지 기계를 설치하여 돌린다고만 말하고 기계를 돌리는 방법은 자세하지 않으니, 어찌 유경선의 방법을 그대로 써서 소를 채찍질하여 돌린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면 자명종의 제도를 본떠 추를 달고 바퀴를 돌린 것인가? 마땅히 연경에 가는 사람이 그 방법을 자세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열하일기》[18][19]


5) 우리나라에서 인력으로 맷돌 돌리는 방법(東國人轉法)

아(丫) 자 모양으로 가장귀진, 팔뚝이나 장딴지만 한 나무를 평평하고 곧게 깎고 다듬는데, 길이는 10척 남짓이다. 다시 나뭇가지 하나를 길이 5척으로 깎아 전탕(田盪)의 모양처럼 갈라진 끝에 가로로 꿰어 만든다.[20]【안 전탕은 논을 고르게 하는 연장으로, 《본리지》 〈그림으로 보는 농사 연장〉에서 자세히 설명한다.[21]】 다른 한쪽 끝에 구멍을 뚫고【다른 한쪽 끝은 바로 갈라지지 않은 곳이다.】 맷손(맷돌 손잡이)을 그 구멍에 끼운다.【맷돌 위짝 옆에는 쪼아서 얕은 홈을 만들고 세로로 나무 자루 하나를 그 홈에 끼운다. 다시 대나무를 둘러 테로 고정시키고 작은 쐐기를 단단히 박는다.】 맷돌을 방앗간에 두고 굵은 새끼로 갈라진 끝에 가로지른 나무의 양 끝을 각각 묶어 들보 위에 매단다. 한 사람은 맷손을 잡아 돌리고 2~3명은 갈라진 곳에 가로지른 나무를 잡아 밀고 당기면서 돌리는 작업을 돕는다.[22] 그러나 두세 사람이 힘을 합쳐도 끝내 나귀 한 마리에 미치지 못한다.《금화경독기》[23]

각주

  1. 《天工開物》 卷4 〈粹精〉 “攻稻”.
  2. 물레방아 제도를 보여 주는 그림은 다음과 같다. 1개만 설치하는 조선의 물레방아와 달리 방아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다. 이 물레방아는 《王禎農書》에 나오는 기대(機碓)와 구조가 유사하다. 《본리지》 권11〈그림으로 보는 농사 연장〉 하 “찧기 기구와 고르기 기구” ‘기대’를 참조 바람.
    물레방아제도.png
  3. 물맷돌의 구조를 보여 주는 그림은 다음과 같다.
    물맷돌.png
  4. 지군(池郡):지금의 안휘성(安徽省) 지주시(池州市)이다.
  5. 구화산(九華山):지금의 안휘성 청양현(靑陽縣) 서남쪽에 위치한 산.
  6. 괴석매[怪石磨]:《본리지》 권11 〈그림으로 보는 농사 연장〉 하 “찧기 기구와 고르기 기구” ‘우리나라 매’에도 나온다.
  7. 《天工開物》 卷4 〈粹精〉 “攻麥”, 135~136쪽.
  8.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73~377쪽.
  9. 전마(轉磨):전마는 위의 기사에서 설명한 ‘위짝’이 아니라 《왕정농서》에서 소개하고 이를 《본리지》에서 반영한 연마이다. 그러나 《왕정농서》와 《본리지》에서 보여 준 연마 그림은 여기서 설명하는 전마의 구조와는 다르다. 여기서는 맷돌을 상하 2층으로 2개씩 4곳에 설치했다면, 《왕정농서》의 연마는 큰 톱니바퀴 주위에 맷돌 8대를 설치했다. 왕정이 기록한 당시에 팔마(八磨)의 실물은 전하지 않아 상상으로 그렸으므로, 연마(또는 전마)의 제도에 대해서는 실물을 목도한 박지원의 설명이 이 당시의 현실에 더 부합할 것이다. 연마에 대해서는 《본리지》 권11 〈그림으로 보는 농사 연장〉 하 “찧기 기구와 고르기 기구” ‘연마’를 참조 바람.
  10. 문신종(問晨鐘):고동을 누르면 시각을 알려 주는 탁상용 시계.
  11. 팔마(八磨):팔마는 연마(連磨)라고도 하는데, 소가 가운데 들어간다. 《왕정농서》에 실린 그림을 옮긴 《본리지》의 그림은 378쪽을 참조 바람.
  12. 혜함(嵇含):263~306. 서진(西晉)의 정치가로 글을 잘 지었다. 중국 최초의 식물학 문헌인 《남방초목장(南方草木狀)》을 썼다.
  13. 이 《팔마부》의 내용은 음양론과 《주역》의 원리를 반영한 것이다. 음은 고요하고 그 상징은 곤(坤)이며, 양은 움직이고 그 상징은 건(乾)이다. 그러므로 혜함은 돌아가지 않는 아래짝을 음에 비유하고, 돌아가는 위짝을 양에 비유하여 동정(動靜)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건(乾)은 건(健), 또는 건(建)과 통한다. 그러므로 《주역》 건(乾)괘에서는 “하늘의 운행은 건실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쉬지 않는다(天行健君子以自强不息).”고 하였다. 가운데 큰 바퀴가 굳건하다는 것은 바로 이 “하늘의 운행은 건실하다”는 의미가 반영된 것이다.
  14. 혜함은……했다:《王禎農書》 卷16 〈農器圖譜〉 9 “杵臼門”, 287~288쪽.
  15. 최량(崔亮):460~521. 북위의 대신. 옹주 자사를 지냈으며 이부상서로 있을 때 정년 제도를 만들었다.
  16. 옹주(雍州):지금의 섬서(陝西), 감숙(甘肅), 청해(靑海)성 일대.
  17. 《魏書》 卷66 〈列傳〉 第54 “崔亮”, 1481쪽.
  18. 《熱河日記》〈馹汛隨筆〉 “車制”.
  19.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77~379쪽.
  20. 전탕의 모양은 다음과 같다.
    전탕.png
  21. 《본리지》 권10 〈그림으로 보는 농사 연장〉 상 “갈이 연장과 삶이 연장” ‘전탕’.
  22. 이상에서 설명한 맷돌 돌리는 법은 다음과 같은 그림에서 비교적 잘 보인다.
    토매 돌리는 법.png
  23.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80~3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