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몸 씻는 도구와 머리 다듬는 도구:몸 씻는 여러 도구: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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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3) 탕관(湯罐)
일찍이 중국에서 만든 백동관(白銅罐)을 본 적이 있는데, 제도가 완자(卍字)탕기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크고 길어 둘레가 2배, 높이가 5배정도였다. 관(罐) 안 한가운데에 적동(赤銅)으로 만든 통을 세워서 그 속에 숯을 쟁여 넣어 불사르는 모습도 완자탕기와 비슷하다. 통의 길이는 관이 끝나는 곳까지로 하고 지름은 0.3척이다. 통 바닥에는 영롱담 무늬를 아로새겨 바람이 통하면서 불똥이 나오게 한다. 통 아래는 쟁반으로 받치는데 쟁반 위에는 둥근 담이 있다. 담의 높이는 0.7~0.8척으로, 윗부분은 좁게 만들고 아랫부분은 넓게 만들며, 영롱담 무늬를 아로새긴다. 담 위에는 탕관을 놓는다.
탕관 아가리에는 뚜껑이 있는데 화개(華蓋)[1]처럼 꼭대기가 솟고 꼭지가 있다. 통의 아가리 부분에는 빙 둘러 구멍 수십 개를 뚫어서 불기운이 통하게 한다. 탕관의 안쪽 바닥에는 작은 구멍 1개를 뚫고 백동으로 만든 짧은 관을 가로로 끼우는데, 관의 모양은 붓두껍과 같다. 관의 아가리에는 나선 모양의 구멍, 즉 암나사를 만들고 다시 따로 백동으로 나선 모양의 못, 즉 수나사를 만든다. 나선 모양이 끝나는 곳에는 납작하고 네모나면서도 작고 짧은 손잡이를 만들어 손으로 잡고서 이를 돌려서 끼우거나 돌려서 뺄 수 있게 한다.
매번 불 붙은 숯 3~5덩이를 통 속에 쟁여 넣고 물을 탕관 속에 부은 뒤 뚜껑을 덮는다. 조금 뒤에 솔바람 소리나 계곡의 물소리와 같은 소리가 들리면 탕은 이미 끓은 것이다. 그러면 바로 수나사를 돌려서 빼고 그릇을 관에 받쳐 끊인 물을 받는다. 받는 양은 뜻대로 하되, 그만 담으려면 수나사를 돌려서 끼워야 물 몇 방울조차도 다시는 새지 않는다.[2] 어떤 이는 그것을 중국에서 차 끓이는 데 쓰는 도구라고 하지만, 차관(茶罐, 찻물 끓이는 용기)이 이처럼 큰 것은 없다. 내 생각에는 안방에서 불시에 향탕(香湯, 향을 넣어 끓인 물)을 얻는 도구일 듯하다.《금화경독기》[3]

각주

  1. 화개(華蓋):우산 또는 일산에 해당하는 의구(儀具)로, 가장 화려하게 꾸민 것을 화개(華蓋)라고 하였다.
  2.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그려 본 탕관의 형태와 세부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다.
    탕관의 구조
  3.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2,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188~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