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몸 씻는 도구와 머리 다듬는 도구:머리 다듬는 여러 도구:구리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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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0) 구리거울[銅鏡][1]
일반적으로 거울을 주조할 때 틀은 겨를 태운 재와 가는 모래를 쓰고, 거울은 구리에 주석을 섞어 만든다.【아연[倭鉛]은 쓰지 않는다.】 《주례》 〈고공기〉에서도 “구리[金]와 주석을 반반씩 넣는 것이 거울과 금수(金燧, 오목거울)를 만드는 배합 [2]이다.” [3]라 했다. 거울 면이 빛을 반사하는 것은 수은이 더해져서 된 것이지 구리 속에 이와 같은 광을 내는 성분이 있어서가 아니다. 당나라 개원(開元) 연간(717~741)의 궁중 거울은 모두 백은(白銀, 은)과 구리를 같은 양으로 주조해서 만들었다.《천공개물》 [4]

일반적으로 거울을 만들 때는 당금(唐金)과 백목(白目)을 섞고【당금은 철과 아연을 섞어서 만들고, 백목은 납과 주석을 섞어서 만든다.】 거푸집에 부어 거울을 만든 뒤 후박나무숯으로 여러 번 간다. 거울 위에다 매초(매실식초) 약간을 붓고 납【태운 가루】과 수은【각각 조금씩 넣는다.】을 떨어뜨린 뒤 손가락으로 여러 번 문질러 주면 바로 선명하게 사물을 비춘다. 만약 거울의 한 면 안에서 경계를 만들어 문지르면 보이는 물체 또한 여러 개가 된다. 또 만약 그 거울 면이 볼록하면서 거울 안이 평평하면 비치는 모습이 이상한 모양이 된다.《화한삼재도회》[5]

옛사람들은 거울을 주조할 때, 거울이 크면 평평하게 만들고, 거울이 작으면 볼록하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거울이 오목하면 거울에 비치는 사람 얼굴이 커 보이고, 볼록하면 거울에 비치는 사람 얼굴이 작아 보인다. 작은 거울은 사람 얼굴을 전부 보여 줄 수 없기 때문에 거울을 약간 볼록하게 만들어 사람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하면 거울이 비록 작아도 사람 얼굴 전체를 보여 줄 수 있다. 그대로 다시 거울의 크기를 헤아려 볼록한 정도를 더하거나 덜어서 사람 얼굴과 거울의 크기가 언제나 서로 맞도록 한다. 이는 장인의 교묘한 지혜로, 뒷사람들은 이를 만들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옛 거울을 얻었는데 모두 거울 면을 갈아 평평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것이 음률의 명인이었던 사광(師曠)이 지음(知音, 곡조를 잘 알아주는 벗)이 없어 애태운 까닭이다.[6]《몽계필담》 [7]

옛날에는 거울을 주조할 때 구리와 주석 외에는 다른 재료가 없었는데, 후세에 유리거울이 나왔다. 그러나 구리거울 중에 압록강 넘어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은 극히 드물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구리거울은 모두 일본에서 만든 것이다. 둥글고 얇으면서 손잡이가 있고, 가죽을 입힌 뒤 금물을 바르고 옻칠로 그림을 그린 거울을 ‘금갑경(金匣鏡)’이라 한다. 둥글고 두꺼우면서 손잡이가 없고, 나무로 갑을 만들거나 온통 금칠을 하거나 옻칠하고 금물로 그림을 그린 거울을 ‘마제경(馬蹄鏡)’이라 한다. 서재에서는 마제경을 써야 하고, 안방에서는 금갑경을 써야 한다.《금화경독기》[8]


11) 거울 닦는 법
수은,【1냥】 가장 좋은 주석,【여름과 가을에는 7분, 봄과 겨울에는 8분을 쓴다.】 백반[明礬]【여름과 가을에는 1.2전, 봄과 겨울에는 1.5전을 쓴다.】을 준비한다. 먼저 주석을 녹여 여기에 수은을 넣고 골고루 섞어 응고시킨 다음 백반과 함께 고운 밀가루[飛麪]처럼 곱게 간다. 대략 흰 백반[霜礬]이 서리처럼 일어나지 않아야 효과가 빼어나다. 사슴정수리뼈[鹿頂骨]를 넣으면 더 효과가 빼어난데, 사슴뿔을 태운 재를 넣는다고도 한다.《고금비원》 [9]

오래된 거울 닦는 법:돼지·양·개·거북이·곰의 쓸개 5개를 각각 그늘에서 말렸다가 합쳐서 가루 낸다. 물로 거울을 적시고 이 가루약을 위에 뿌린 다음 땅에 엎어 두면 저절로 선명해진다.《속사방》[10]

거울 닦는 법:사슴정수리뼈,【태운 재】 백반,【말린 것】 은모사(銀母砂).[11]【각각 같은 양】 이상의 약재를 곱게 가루 내어 골고루 섞는다. 이에 앞서 닦을 거울을 깨끗이 문지르고, 다시 이 가루로 닦아 광을 낸다. 1번 닦아 두면 1년 이상 간다.《속사방》 [12][13]

각주

  1. 구리거울[銅鏡]:구리를 재료로 만든 거울로, 앞면은 반들반들하게 하여 물체를 비추고 뒷면은 무늬가 있다.
    조선의 구리거울 뒷면(국립민속박물관)
    손잡이가 있는 조선의 구리거울 뒷면(국립민속박물관)
    손잡이가 있는 조선의 구리거울 앞면(국립민속박물관)
  2. 거울과……배합:주나라에서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의 제조 방법으로 6가지[六齊]를 규정했는데, 그중 하나이다. 구리와 주석을 1:1로 섞는 배합으로 거울과 빛을 한 점에 모으는 오목거울을 만들 때 쓴다. 거울은 사물을 잘 비춰 주고 표면이 고르며 색상과 광택이 밝게 하기 위해 수은도 50%를 넣는데, 옛날 거울에는 수은을 30% 이상, 오목거울에는 50%를 넣었다.(황진주, 〈한국 청동거울에 대한 미세조직 및 성분조성의 비교 연구〉, 《보존과학연구》 통권 32호, 2011, 국립문화재연구소, 157~158쪽)
  3. 《周禮注疏》 卷40 〈冬官考工記〉 “冶氏”(《十三經注疏整理本》 9, 1285쪽).
  4. 《天工開物》 卷8 〈冶鑄〉 “鏡”, 223쪽.
  5. 《和漢三才圖會》 卷25 〈容飾具〉 “鏡”(《倭漢三才圖會》 3, 409쪽).
  6. 이는……까닭이다:사광은 중국 춘추시대의 음(音)을 잘 판별했다는 진(晉)나라의 악사이다. 지음(知音)은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중국 춘추시대 금(琴)의 명수인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이야기에 나온다. 이 말은 곧 사람의 얼굴을 작아 보이게 하면서 얼굴 전체를 비추기 위해 거울을 볼록하게 만든 장인의 기술을 알아서 이를 따라 만드는 뒷사람이 없음을 안타까워한 비유이다.
  7. 《夢溪筆談》 卷19 〈器用〉(《夢溪筆談》 下, 7쪽).
  8.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2,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200~203쪽.
  9. 《古今秘苑》 〈一集〉 卷4 “磨鏡丹方”, 2쪽.
  10. 출전 확인 안 됨.
  11. 은모사(銀母砂):은의 일종인 모사은(母砂銀)으로 보이나,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
  12. 출전 확인 안 됨.
  13.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2,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6), 203~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