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건물 짓는 제도:흙손질:장생옥 짓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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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6) 장생옥(長生屋) 짓는 법
《서방요기(西方要紀)》에, “서양의 집 짓는 법은 중국과는 조금 다르다. 큰 도시에서는 벽돌로 벽을 만들고, 벽의 기초는 벽 높이를 고려하여 깊이를 맞춘다. 벽의 재료로는 순전히 벽돌・모래・회만 쓰고 나무 기둥이나 판재를 댄 벽은 적게 쓴다. 편안히 오래 살기를 도모하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1]라고 했다. 내 생각에 서실이나 곡간에는 참으로 이 제도를 본받아 쓸 만하겠지만, 사람이 사는 방은 창을 많이 내므로 목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왕정농서》에 나오는 ‘장생옥 짓는 법’에 의거하여 법제(法製)한 회반죽을 모든 노출된 목재에 두껍게 바르면, 불을 막을 뿐만 아니라 목재가 바람으로 건조해지거나 비가 스며드는 일도 면할 수 있다. 그 안전함과 견고함, 내구성이 서양 벽돌집과 다름이 없다.《금화경독기》[2]

하늘이 ‘다섯 재료[五材]’[3]를 냈고 백성들이 이것들을 아울러 쓴다. 하지만 물과 불은 모두 재앙이 될 수 있고 그중에 불의 재앙이 더욱 모질다. 사람의 음식은 불이 아니면 만들지 못하고, 잠자는 곳도 불이 아니면 따뜻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불의 재앙은 조심하지 않는 데에서 생기니, 조그만 곳에서 시작하지만 연달아 모두 태우고 나서야 끝난다.
또 불은 나무를 얻어 생기고, 물을 얻어 꺼지며, 흙에 이르러 없어진다. 그러므로 나무는 불의 어머니[4]이다. 사람이 사는 방이 모두 나무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 쉽게 근심이 생긴다. 물은 불의 수컷이어서 불을 이길 수 있음[5]을 사람들이 다 알지만, 흙은 불의 자식[6]이나 불을 막을 수 있음을 사람들이 아직 모른다.
물은 이미 벌어진 뒤에 수습하고, 흙은 아직 벌어지기 전에 막는다. 이미 벌어진 뒤에 수습하면 효과를 내기 어렵지만, 벌어지기 전에 막으면 힘쓰기가 쉽다. 이것이 불나기 전의 곡돌사신(曲突徙薪, 굴뚝을 굽어지게 만들고 땔나무를 옮겨 불을 미리 막는다)의 계책이 불난 뒤의 초두난액(焦頭爛額, 머리를 그슬리고 이마를 데어 가며 불을 끈다)의 공로보다 나은 까닭이다.[7]
내가 일찍이 옛사람들의 불을 끄는 방법을 본 적이 있다. 춘추시대 송나라에서 불이 났을 당시에 낙희(樂喜)[8]가 정사를 담당했는데, 백씨(伯氏)에게 마을을 다음과 같이 관리하게 했다. 불이 아직 옮겨붙지 않은 곳에서는 작은 집을 허물고, 큰 집에는 흙을 바르며, 흙을 옮길 삼태기와 들것을 진열해 놓고, 두레박줄과 두레박을 갖추고, 물동이를 준비하고, 물을 모아 놓고, 흙과 진흙을 쌓아 두고, 불길을 표시했다.[9] 그런데 이는 모두 이미 벌어진 뒤에 수습하는 일들이다.
일찍이 예전 복리(腹裏)[10]에 있는 여러 고을의 거주지를 보았더니, 기와집은 벽돌로 산첨(杣簷)[11]을 둘러싸고, 초가는 진흙으로 위아래를 흙손질했다. 불이 번질 일을 미리 막고 나아가 불끄기도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또 별도로 창고를 설치하여 겉을 벽돌과 진흙으로 쌌다. 이를 ‘토고(土庫)’라 하는데, 이곳으로는 불이 들어갈 수 없다.
이로써 미루어 보면, 일반적으로 농가의 방, 부엌, 누에 방, 창고, 외양간은 모두 법제한 진흙 반죽을 써야 한다. 먼저 장대한 재목을 골라 집의 뼈대 얽기가 완성된 뒤, 서까래 위에 나무판을 깔고 나무판 위에는 진흙을 편다. 그런 다음 진흙 위에다 법제한 유회(油灰)[12] 반죽을 발라 꾸미고서 햇볕에 말리면 사기그릇[瓷石]처럼 단단하여 기와를 대신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집 안팎의 노출된 나무와 문・창・벽・담은 모두 법제한 석회 반죽으로 흙손질한다. 흙손질할 때는 두께가 고르고 단단하게 밀폐되도록 애써서 조금의 틈새도 없게 한다면 불에 타는 사태를 면할 수 있다. 이를 ‘법제장생옥(法製長生屋)’이라 한다.
이것은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는 방법이라, 참으로 좋은 계책이니, 어찌 농가에만 마땅한 방법이겠는가? 지금의 높다란 집이나 크고 넓은 집, 위험스러울 만큼 높은 누각과 굉장히 큰 누각은 진귀한 보배를 보관하고 몸을 봉양하는 곳인 까닭에 참으로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하루아침에 근심이 생기고, 아주 작은 곳에서 흠이 난다면 눈 굴리고 발 구르는 사이에 잿더미와 기와 조각 더미가 되고, 천금같이 귀한 몸도 보존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참으로 슬프고 안쓰럽다.
평소 여유 있는 날에 진실로 이에 의거하여 장생옥을 만들 수 있다면, 큰불에도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이나 비를 막아 썩지도 않을 것이다. 번화한 상가 같은 곳은 거주민이 많이 모여 있어 모든 곳을 이 방법대로 할 수야 없겠지만, 그 가운데 한 곳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곳이 불길을 막기 때문에 그 주변이 다 타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일시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까워하여 어찌 오래도록 안전하고 완전할 계책을 쓰지 않는다는 말인가?《왕정농서》[13][14]

회반죽 법제하는 법:벽돌 부스러기 가루 낸 것, 흰 선니(善泥),[15] 동유(桐油) 말린 것,【동유 말린 것이 없으면 동유로 대신한다.】 부탄(莩炭),[16] 석회, 찹쌀풀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앞의 다섯 재료는 같은 분량으로 가루 내고 찹쌀풀로 적절히 섞어 갠다. 땅바닥에서 벽돌을 만들 때는 벽돌 틀에서 벽돌을 빼내 잘 고른 땅 위에 놓고 습기를 뺀 뒤, 진흙으로 흙손질하여 벽돌 한 개를 만든다. 반 년이면 말라서 돌이나 벽돌처럼 단단해진다.
집에 흙손질할 때는 반죽에 지근(紙筋)[17]을 넣고 함께 반죽하여 쓰면 회벽이 갈라지지 않는다. 목재에 발라서 꾸밀 때는 지근을 넣은 석회를 쓴다. 목재의 반들반들한 곳 같으면, 미끄러워 접착이 잘 안 되므로 작은 대나무 못들을 박고 삼 보풀로 반죽과 엉기게 하면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왕정농서》[18][19]

각주

  1. 《西方要紀》 卷1 〈宮室〉.
  2.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35~136쪽.
  3. 다섯 재료[五材]: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
  4. 나무는……어머니:오행(五行)의 상생 관계에서는 목(木)이 화(火)를 생겨나게 한다(木生火).
  5. 물은……있음:수컷은 양(陽)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물이 불을 이긴다는 말은 양으로 음을 누른다는 의미이다.
  6. 흙은……자식:오행의 상생 관계에서는 토(土)는 화(火)에서 생겨난다(火生土).
  7. 이것이……까닭이다:불날 일에 대비해 굴뚝이 초가지붕에 닿지 않도록 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의 섶을 옮기라는 나그네의 충고는 무시하고, 막상 불이 난 뒤에 뛰어와 머리를 그슬리고 이마를 데어 가며 불을 끈 이웃들의 공로만을 아는 어리석음을 비판한 고사에서 온 말이다. 《한서(漢書)》 권68 〈곽광전(藿光傳)〉에 나온다.
  8. 낙희(樂喜):?~?. 춘추시대 송나라의 현신(賢臣)으로, 송 평공(平公) 때 사성(司城)을 지냈다. 위의 고사는 ‘사성’의 지위에 있을 때의 일이다.
  9. 춘추시대……표시했다:《春秋左傳》 卷30 〈襄公〉 傳 9年(《十三經注疏整理本》 18, 986~989쪽).
  10. 복리(腹裏):원(元) 초의 제도로 중서성(中書省)에서 다스리던 산동성 서쪽과 하북 지역을 이른다. 《元史》 上卷 58 〈志〉 20.
  11. 산첨(杣簷):미상. 경사 지붕의 양측 박공(박공지붕의 옆면 지붕 끝머리에 ‘∧’ 모양으로 붙여 놓은 두꺼운 널빤지)이 있는 면을 가리키는 듯하다.
  12. 유회(油灰):동유(桐油)·석회·솜 등을 섞어 만든 물질로, 구멍이나 틈을 메워 고르게 하는 용도에 주로 사용된다.
  13. 《王禎農書》 雜錄 〈法製長生屋〉, 435~436쪽;《農政全書》 卷42 〈製造〉 “食物”(《農政全書校注》, 1222~1223쪽). 이상의 내용은 《王禎農書》에 다음 그림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판본에 따라 이 그림이 없는 본도 있다.
    법제장생옥(《사고전서》에 수록된 《왕정농서》)
  14.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36~140쪽.
  15. 흰 선니(善泥):선니는 원래 남색이 도는 흙으로, 물가나 논에 많다. 《섬용지》 권2 〈집 짓는 재료〉 “기와와 벽돌” 참조. 흰 선니는 선니의 다른 종류인지, 색만 다르게 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16. 부탄(莩炭):곡식의 껍질을 태워 만든 재로 추측되나 확실하지는 않다.
  17. 지근(紙筋):종이를 마름질하고 남은 종잇조각. 종이쪽[紙條]이라 한다. 자세한 내용은 권2의 〈집 짓는 재료〉 “흙 재료” 참조.
  18. 《王禎農書》, 위와 같은 곳, 436쪽;《農政全書》 卷42 〈製造〉 “營室”(《農政全書校注》, 1223~1224쪽).
  19.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40~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