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건물 짓는 제도:우물: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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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8) 수고(물 저장고)

거주지가 바닷가에 있어서 우물에 장독(瘴毒)[1]이나 소금기가 있거나, 고산지대나 넓은 평야지대여서 샘의 근원이 매우 멀리 떨어져 있으면 빗물과 눈 녹은 물을 모음으로써 멀리서 물을 길어 오는 노고를 대신해야 한다. 우르시스(熊三拔)[2]의 《태서수법》에 수고 만드는 법이 있는데, 모두 본받을 만하다. 다만 공사비가 상당히 많이 드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력이 적으니 작게 만들어야지 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금화경독기》[3][4]

수고(水庫)는 물못이다. 창고라고 한 이유는 아래로는 바닥을 단단히 하여 물이 새지 않게 하고 위로는 뚜껑을 덮어 물이 손실되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사행(四行)[5] 가운데 흙의 성질이 가장 건조하여 불보다도 심하다. 땅속에 있는 물은 바람이 불어도 줄고 해가 비춰도 준다. 여름에 날이 몹시 가물면 쇠나 돌도 녹아 흐를 듯하고 흙이나 산도 탈 듯한데 물만 남아 있겠는가? 그러므로 바닥을 단단하게 하고 뚜껑을 덮는 것이다.
수고를 만드는 일에는 9가지가 있다. 1, 준비. 준비는 재료를 갖추는 일이다. 2, 반죽[齊]. 반죽은 재료를 고루 섞는 일이다. 3, 파기. 파기는 물을 담을 수 있게 하는 일이다. 4, 쌓기. 쌓기는 우물의 형태[6]를 만드는 일이다. 5, 바르기. 바르기는 물이 새지 않게 단단하게 가두는 일이다. 6, 덮기. 덮기는 위를 덮는 일이다. 7, 물 붓기. 물 붓기는 물을 저장하는 일이다. 8, 물 긷기. 물 긷기는 수고에다 사용할 물을 받아 오는 일이다. 9, 보수. 보수는 수고의 틈을 임시로 막는 일이다.
【주 덮개는 물의 증발을 막고 또 불결함을 막는다. 옛사람들이 사용한 우물에는 본래 덮개가 있었으니, 《주역》에서 “우물물을 긷고 뚜껑을 덮지 않는다.”[7]라고 했다. 제(齊)는 제(劑, 배합)와 같다.】


1, 준비. 수고를 만드는 재료에는 6가지가 있는데, 이것으로 쌓기·덮기·바르기에 대비한다. 6가지 중에 쌓기와 덮기 재료에는 3가지가 있는데, 마름돌·벽돌·돌알이다. 또 바르기 재료에는 3가지가 있는데, 석회·모래·기왓개미(기와의 가루)이다. 바르기 재료 3가지를 합쳐 삼화회(三和灰)라 하고, 모래나 기왓개미 가운데 하나가 빠지면 이를 이화회(二和灰)라 한다.
석회를 달구어 만드는 석회석은 푸르거나 흰색이며 결이 촘촘하고 윤기가 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석회가 성글어서 잘 붙지[昵] 않는다. 땔나무나 석탄으로 석회석을 달구되, 2.5일 동안 불길이 그치지 않도록 달구어야 한다. 석회석을 잘 달구었는지 시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석회석을 하나 가져다 저울로 잰 다음 다른 돌들과 섞어 달군다. 다 달구어 꺼낸 뒤 다시 석회석을 저울로 재어서 무게가 처음보다 1/3이 줄었으면, 이 석회석은 재질이 좋고 불도 고루 받은 것이다.
모래에는 3가지가 있다. 곧 호수에서 채취한 모래, 땅에서 채취한 모래, 바다에서 채취한 모래이다. 이 중에서 바다에서 채취한 모래가 가장 좋고, 땅에서 채취한 모래가 그다음이며, 호수에서 채취한 모래가 또 그다음이다. 모래에는 3가지 색이 있다. 이 중에 붉은색이 가장 좋고, 검은색이 그다음이며, 흰색이 또 그다음이다. 순수한 모래를 분별하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비볐을 때 소리가 선명하면 순수한 모래이고, 모래를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 알갱이 각각에 모서리의 뾰족한 곳이 있으면 순수한 모래이며, 베나 비단 위에 모래를 흩어 놓았다가 떨어냈을 때 모래가 모두 떨어지고 티끌이 남지 않으면 순수한 모래이다. 이와 같지 않으면 모래에 흙이나 잡물이 섞여 있는 것이니, 이 모래로 반죽을 만들면 반죽이 견고하지 않다.
기왓개미는 가마 아궁이[陶]에서 나올 때 망가진 기와나 벽돌[瓴甋]을 쇠나 돌공이로 절구에 빻아 체로 쳐낸[簁] 가루이다. 새것이 없으면 옛것을 물로 씻고 햇볕에 말려 완전히 마른 다음 빻고 체로 쳐낸다. 이렇게 체로 쳐낸 기왓개미는 3등급으로 나뉜다. 입자의 곱기가 석회와 같으면 고운 기왓개미이고, 입자가 약간 커서 모래와 같으면 중간 기왓개미이고, 거듭 체로 쳐낸 나머지 그 크기가 콩알만 하면 찌꺼기[査]이다.
【주 마름돌이나 벽돌은 미리 준비된 것으로 벽과 덮개를 만드는데, 두 재료 모두 정해진 기준이 없다. 벽을 만들 때는 반듯하고 네모난 돌을 사용하되, 너비・길이・두께에 정해진 기준은 없다. 벽이 두꺼우면 수고가 단단하고, 단단하면 오래간다. 덮개를 만들 때는 둥글게 만들기도 한다. 둥근돌은 합치면 그 둥근 모양이 반원형이 된다. 둥글게 만드는 방법은 3가지가 있는데 아래에 자세히 나온다.
돌알은 거위알처럼 생긴 돌로, 미리 준비한 돌로 바닥을 만든다. 돌알이 없으면 작은 돌로 대신한다. 큰 돌알은 1근을 넘지 않아야 하고, 작은 돌알은 여기에 적당히 섞는다. 일반적으로 돌알이나 작은 돌알은 단단하면서 윤이 나며 결이 촘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이 단단하지 않게 된다.
‘직(昵)’은 붙는다는 뜻이다. 2.5일은 석회석을 60시간은 달구어야 충분하다는 뜻이다.
‘도(陶)’는 가마 아궁이이다. ‘영적(瓴甋)’은 벽돌이다. 일반적으로 기왓개미의 재료로 기와 흙이 벽돌 흙보다 나으니 벽돌을 쓴다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사(簁)’는 민간에서 사(篩)로 쓰는데, 체로 쳐내는 일이다. ‘사(査)’는 찌꺼기이다. 찌꺼기는 체를 쓸 필요도 없이 지나치게 큰 덩이만 골라 버리면 된다.
‘삼화회’는 지금 장인들이 대부분 쓰고 있는데, 그 재료 중 하나가 흙이다. 흙을 쓰면 반죽이 견고해지지 않지만 기왓개미를 쓰기 때문에 더 낫다. 바로 다음에 나오는 방법으로 반죽을 만들면 더욱 낫다.
서양에는 흙 같지만 흙이 아니고 돌 같지만 돌도 아닌 재료가 땅속에서 난다. 캐내면 크게는 탄알만 하고 작게는 콩알만 한데 색은 누렇고 검다. 온통 구멍이 뚫려 있어서 모양이 좀이 쏜 구멍 같다. 분명히 돌이지만 본래의 성질이 아주 가볍고 비비면 가루가 된다. 이 재료를 빻아 모래를 대신하거나 기왓개미를 대신하면 횟물이 이 재료의 빈 공간에 들어가서 굽이굽이 스며들기 때문에 굳어진 다음에는 강철보다 단단하다.
최근 몇십 년 전에 옛 물길을 발굴한 적이 있었다. 발굴터의 흙을 파낸 뒤에 가래나 괭이가 들어가지 않아 온갖 계교를 다 써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얼마 뒤 그 아래쪽에 구멍을 내고서야 무너져 내렸다. 물길의 벽돌에 바른 회를 보니 바로 이 재료를 썼는데 두께가 겨우 0.05척 정도일 뿐이었다. 이 물길은 유래가 매우 오래되어 지나온 햇수를 계산해 보면 한 무제 연간(BC 141~BC 87)에 해당되었다. 그 뒤로는 일반적으로 회반죽에 썼기 때문에 이 재료를 매우 귀하게 여겼다. 또는 집의 틀을 만들 때 회에 개어 바르기도 하는데 틀을 높고 크게 짓거나 깊숙하게 짓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틀이 다 만들어진 다음에는 단련한 구리나 무쇠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매장된 곳도 적지 않으니 진(秦)[8]·진(晉)[9]·농(隴)[10]·촉(蜀)[11]처럼 높고 볕이 잘 드는 모든 지역을 살펴보면 반드시 많이 있다.
그 모양은 큰 덩어리가 부석(浮石)[12]처럼 생겼지만 알갱이는 이보다 더 자잘하고 색은 붉고 누런색이며 재질이 무른 점이 다르다. 본초서를 확인해 보면 이 재료는 아마도 토은얼(土殷蘖)[13]의 한 종류 같다. 그 돌이 나는 데는 건조한 곳으로, 흙이 유황 기운을 띠는 곳이나 유황이 생산되는 곳이나 온천·부싯돌·화정(火井)[14]에 가까운 곳이나 땅속에서 때때로 도깨비불이 나오는 곳에 있다.
이 돌을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풀이 무성하지 않고 여리고 부드럽고 짧고 메말랐으며, 또 얕은 풀 속에 갑자기 됫박 정도의 크기나 방석 정도의 크기로 풀이 전혀 자라지 못하는 곳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땅을 몇 척만 파도 이 돌을 당연히 얻을 수 있다. 서양에서는 이를 ‘포촐라나(巴初剌那, pozzolana)’[15]라고 한다. 이것을 구하면 흙이나 돌로 하는 공사에 매우 이롭다. 혹시 기왓개미와 모래가 모두 없으면 청석(靑石)이나 백석(白石) 가루로 이들을 대신하는데, 이 가루 입자 크기의 등급은 기왓개미와 같다.】

2, 반죽. 일반적으로 반죽은 말[斗]들이나 곡(斛)들이 용기를 이용해 재료를 계량해서 이를 물로 갠다. 재료의 배합 비율은 전체를 3등분하여 그중 석회가 1을 차지하고, 모래가 2를 차지하게 한 뒤 이를 반죽할 때는 죽처럼 만드는데, 이 반죽을 ‘추제(甃齊, 벽돌쌓기 반죽)’라 한다. 그 추제를 3등분하고 물을 그중 1만큼 더하여 개는데, 이 반죽을 ‘축제(築齊, 벽 쌓기 반죽)’라 한다.
도제(塗齊, 미장 반죽)에는 3가지가 있다. 반죽할 때는 3가지 모두 죽처럼 만든다. 먼저 전체를 4등분하여 기왓개미 찌꺼기가 2를 차지하고, 모래가 1을 차지하고, 석회가 1을 차지하면, 이 반죽을 초제(初齊)라 한다. 전체를 3등분하여 중간 기왓개미가 2를 차지하고, 석회가 1을 차지하면, 이 반죽을 중제(中齊)라 한다. 전체를 5등분하여 고운 기왓개미가 3을 차지하고, 석회가 2를 차지하면, 이 반죽을 말제(末劑)라 한다.
일반적으로 반죽을 만들 때는 반죽을 숙성시키고 또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반죽을 서둘러 써도 안 되고 반죽할 때 힘을 아껴도 안 된다. 하루에 2번 반죽하여 5일이 되어야 신제(新齊, 새 반죽)가 된다. 신제를 저장할 때는 항상 물로 촉촉하게 한다. 낮고 습한 곳에 땅광을 만들어 반죽을 저장하고서 그곳을 흙으로 밀봉하면 반죽이 오래 지나면서 더 좋아진다.
【주 일반적으로 석회의 양을 잴 때는 반드시 가마에서 나온 석회를 쓰고, 기왓개미를 잴 때는 반드시 절구에서 나온 가루를 쓰며, 모래의 양을 잴 때는 반드시 햇볕에 말린 모래를 써야 한다. 즉 모두 건조시킨 상태에서 양을 재야 한다는 말이다.
‘죽처럼 만든다.’는 말은 지금 장인들이 쓰는 벽 쌓기, 벽 바르기를 할 때 반죽을 떠서 벽돌 위나 벽에 평평하게 바를 때 쓰는 반죽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반죽이 너무 마르면 벽돌이나 벽에 붙지 않고, 너무 질면 벽돌이나 벽에 안착하지 못하고 흘러내리게 된다.
물을 더하여 축제(築劑)를 만들면 묽은 죽과 같으니, 물을 대 준 반죽이다. 일반적으로 집을 짓거나 성벽을 축조하거나 묘역을 조성할 때는 모두 이상의 여러 반죽을 짐작하여 헤아려서 사용한다. 반죽을 개는 물은 샘물·강물·빗물을 써야지 잡스런 소금기가 섞인 물을 써서는 안 되고, 새로 받은 눈 녹은 물도 써서는 안 된다.
‘범(凡)’은 전체의 수이다.】

3, 파기. 못에는 2가지가 있다. 그것은 집못[家池]과 들못[野池]이다. 여기서 가(家)는 가정에 공급한다[共]는 뜻이고 야(野)는 들판에 공급한다는 뜻이다. 가정에 공급한다는 말은 음료와 요리, 설거지와 빨래용이라는 뜻이고, 들판에 공급한다는 말은 가축을 기르고 논밭에 물을 대는 데 쓴다는 뜻이다. 집못을 만들 때는 여러 낙숫물을 고려하여 이를 일일이 취합하고 거두어들여 모은다. 들못을 만들 때는 언덕과 높은 언덕에 있는 농지의 물길 굽이를 고려하여 물을 취합하여 모은다. 집못을 만들 때는 반드시 2개 이상을 두어 물을 번갈아 저장하고 번갈아 사용해야 한다. 이에 반해 들못을 만들 때는 1개만 있어도[專] 되지만 저수량[容積]에 따라 물을 써야 하기에 1년 동안 쓸 물의 양을 모두 계산하여 최대 저수량으로 삼는다. 즉 2년 이상 저장할 못은 그만큼 차례로 곱해 주는데[遞倍], 수고의 최대 저수량을 곱해 주기도 하고[倍其容] 수고가 있는 곳[處]을 곱해 주기도 한다.
집못을 만들 때는 못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바닥 중앙에 구덩이를 만든다. 구덩이 깊이는 2척으로 하여 물때[垢]를 그곳에 고이게 한다. 못 바닥의 지름을 3등분하여 그중 가운데 1을 구덩이 지름으로 삼는다. 못의 담이 네모나면 걸맞고 둥글면 단단하다. 큰 못은 둥글게 만들고 작은 못은 네모나게 만든다. 큰 못은 둥글고 작은 못은 네모나면 못의 깊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못 담 둘레에는 벽을 세우기도 하고, 못의 아랫부분은 넓게 만들면서[侈] 윗부분은 좁게 만들기도[弇] 한다. 넓게 만들거나 좁게 만드는 치수에는 정해진 기준이 없어서 심지어는 모래 부대의 주둥이 크기로 만들어도 된다. 만약 윗부분을 넓게 만들고 아랫부분을 좁게 만들면 최대저수량이 적어지고, 가운데 부분을 넓게 만들고 위아래 부분을 좁게 만들면 담을 만들기 어려우니 이런 방법을 취할 필요는 없다.
혹은 겹못[複池]을 만들기도 하는데, 겹못은 담으로 못의 경계를 짓고 담 중간에 물구멍을 만들어 두 못이 서로 통하게 한다. 작은 겹못에는 구멍에 나무말뚝을 박아 막고, 큰 겹못에는 물문[牐]을 설치하여 서로 물을 이동시키면 맑은 물을 퍼내고 탁한 물을 제거하면서 물을 번갈아 저장하고 번갈아 쓸 수 있다. 산기슭이나 높은 언덕에 있는 농지처럼 비탈진 곳에는 물시계의 물그릇 모양의 못[壺漏]을 만들어 위의 못과 아래의 못이 서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물을 이동시키도록 한다.
들못을 만들 때는 얕은 못을 이롭게 여기니, 여러 가축에게 떼 지어 물을 마시게 하고 또 논밭에 물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못의 담은 네모나게 쌓되, 그중 한쪽을 비스듬하게 만들어 그곳을 길로 삼는다. 못을 깊게 만들고 싶으면 바닥을 비스듬히 만들어 점차 깊게 파되 바닥에 구덩이는 만들지 않는다. 들못을 만들 때는 메마르고 거친 땅을 고르되, 농사짓기에 알맞지 않으면서도 물이 잘 모이는 곳이면 된다. 이것이 쓸모없는 땅을 쓸모 있는 땅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주 공(共)은 공(供, 공급하다)과 같다. 유(霤)는 처마의 기왓골이다. 용(容)은 수고의 높이와 너비에 따라 물을 받아들이는 양의 많고 적음을 통틀어 말한 수치이다. 못의 가로·세로·높이의 길이를 재서 최대 저수량[容]의 많고 적음을 계산하는 것이다. 반(盤)으로 곳간이나 땅광의 용적(容積)을 헤아리는 계산법은 《구장산술(九章算術)》의 〈속미(粟米)〉 편에 있다.[16] ‘전(專)’은 홀로 있다는 뜻이다.
‘차례로 곱해 준다[遞倍].’는 말은 2년이면 2배, 3년이면 3배를 곱해 준다는 뜻이다. ‘최대저수량을 곱해 준다[倍容].’는 말은 부피를 곱해 준다는 뜻이고, ‘있는 곳을 곱해 준다[倍處].’는 말은 못의 수를 곱해 준다는 뜻이다. 부피를 곱해 주는 법도 입방(立方, 육면체),[17] 입원(立圓, 구)[18]의 계산법으로 헤아려 만드는데, 이 사례들은 《구장산술》의 〈소광〉 편에 있다.
네모나면 걸맞다.’는 말은 방의 네모난 모양과 걸맞거나 마당의 네모난 모양과 걸맞아서 집못과 집 또는 마당의 네모난 모양이 서로 걸맞다는 뜻이다. 담을 네모나게 만들면서 규모를 크게 하면 못이 혹시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에 우물 둘레처럼 둥글게 만들어야 서로 지탱하면서 단단해지는 것이다. 못의 윗부분이 좁아도 무너지지 않는 현상 또한 이런 이치이다. ‘치(侈)’는 넓게 만든다는 뜻이고, ‘엄(弇)’은 좁게 만든다는 뜻이다.
아래 ‘수고 1도(圖)’의 갑(甲)・을(乙)・병(丙)・정(丁)이 방지(方池, 네모난 못)이고, 신(辛)・임(壬)・계(癸)・자(子)가 원지(圓池, 둥근 못)이다. 이 2가지 형태 외에 직사각형도 있지만 이는 방지에 속하고, 육각·팔각 이상의 다각형도 있지만 이는 원지에 속한다. 다만 이런 모양을 만드는 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논할 겨를이 없다. 방지의 무기(戊己)와 원지의 축인(丑寅)은 바닥의 구덩이이고, 방지의 을경(乙庚)과 원지의 신임(辛壬)은 벽을 세운 담이다. 위가 좁은 원지[弇上圓池]의 묘진오미(卯辰午未)와 위가 좁은 방지[弇上方池]의 술방저항(戌房氐亢)은 위를 좁게 만든 못이고, 위가 좁은 원지의 묘미(卯未)와 위가 좁은 방지의 술각(戌角)은 모래 부대의 주둥이 크기이다.
‘겹못’은 못 두 개가 나란히 있는 못이다. 겹못을 나누는 담에 설치하는 물구멍은 갯수·크기· 높이를 못의 규모에 따라 임의로 만든다.
‘얼(槷)’은 나무말뚝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물문과 쐐기로 옆의 못으로 물을 빼내기도 하는데, 나무말뚝에 난목(煖木)[19] 껍질을 붙여서 구멍을 막아 둔다.
‘물시계의 물그릇 모양의 못[壺漏之池]’은 위의 못부터 아래의 못까지 배열할 때 그 자리를 물시계[刻漏]의 물그릇[漏壺]처럼 차례로 두고 못과 못 사이에 구멍을 뚫어 물을 이동시키는 구조가 물시계의 물을 서로 이어 받는 구조와 같은 못이다.
예를 들어 아래 ‘수고 2도’의 갑을(甲乙)은 겹못이고, 병정(丙丁)은 경계를 짓는 담이고, 오(午)·미(未)·신(申)은 물구멍이다. 무(戊)·기(己)·경(庚)·신(辛)은 물시계 물그릇 모양의 겹못이고 임(壬)은 이 겹못의 물구멍이다. 계자(癸子)·축인(丑寅)·묘진(卯辰)은 물시계 물그릇 모양의 세겹못이고, 유(酉)와 술(戌)은 모두 이 세겹못의 물구멍이다. 세겹못 이상은 지형에 따라 임의로 만든다. 겹못이 연결된 곳, 예를 들어 경(庚)에서 기(己), 축(丑)에서 자(子)는 그 깊이와 높이 또한 지형에 따라 임의로 만든다.
‘비스듬하게 만들어 그곳을 길로 삼는다.’는 말은 사람이나 가축들이 모두 비탈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서 항상 물가에 이를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언덕 아래나 산기슭은 땅에 물이 스며들면서 기름지기 때문에 농사짓기에 알맞지 않지만, 그 형세가 물동이를 뒤집어 놓은 듯하여 물이 그곳으로 모여든다. 그 결과 가축이 언덕을 내려와 물을 먹기 편하기도 하고, 그 물을 끌어 그 아래에 있는 농지에 대도 아래로 흘러내려 쉽게 농지에 도달한다.

4, 쌓기. 쌓기에는 2가지가 있다. 그것은 아래로 바닥을 쌓는 일과 옆으로 담을 쌓는 일이다. 바닥을 쌓을 때는 못을 다 만들고서 바닥을 평평하게 하는데, 그러려면 나무달굿대나 돌달구로 달구질한다. 나무달구나 돌달구로 달구질할 때는 바닥이 단단해질 정도로 해야 한다.
못 둘레에 의지하여 담을 만들 때는 네모난 돌이나 벽돌을 쓴다. 추제(甃齊)용 회반죽으로 쌓되, 쌓을 때는 반드시 돌과 돌 사이 또는 벽돌과 벽돌 사이의 틈을 메워야 한다[乘其界]. 담은 못의 크기와 깊이를 헤아려 두께를 정하지만 담이 두꺼워도 상관없다.
겹못의 경우는 공동 못을 만든 뒤에 그 가운데에 못의 경계를 짓는 담을 쌓되, 쌓으면서 물이 다닐 물구멍을 만든다. 물시계 물그릇 모양의 겹못은 따로 각각 못을 만든 뒤에 물이 다닐 물구멍을 뚫는다. 담을 다 만들면 거위알만 한 돌알이나 작은 돌알을 바닥에 깐다. 바닥의 두께는 0.5척 이상으로 하되 더 두꺼워도 상관없다. 돌알을 다 깐 다음에는 다시 나무달굿대나 돌달구로 달구질하는데, 바닥이 단단해져도 상관없으니 힘을 아끼지 말고 바닥을 평평하게 해야 한다. 단단해지고 평평해지면 축제(築齊)용 회반죽을 붓고 또 붓는다. 회반죽이 가득 차서 돌알 사이의 빈틈을 채운 뒤 평평하게 돌을 덮으면 회반죽 붓기를 멈추고 다시 달구질을 한다. 이때 틈이 있으면 회반죽을 다시 붓고 가득 채워서 빈틈을 채운 뒤 바닥이 평평해지면 그친다. 가운데 바닥에 만든 구덩이 또한 달구질하고 담도 만들고 바닥에 돌알을 깔고 회반죽 붓기를 앞의 방법대로 하여 만든다. 일반적으로 바닥과 담이 만나는 곳에 돌달구나 나무달굿대가 미치지 않으면 이곳은 구석달굿대[邊杵]로 다진다. 바닥에 돌알을 까는 공정과 회반죽을 붓는 공정은 반드시 신중하게 살펴 효과를 배가시켜야 할 것이다.
물시계 물그릇 모양의 겹못에 만든 구멍은 못에 담긴 물이 맞부딪히는 곳이니, 반드시 신중하게 살펴 효과를 배가시켜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담은 모두 네모나고 긴 돌로 가장자리[緣]를 만든다. 만약 이 과정에서 땅속에서 큰 바위가 나오면 바위를 깎아서 못을 만드는데, 이 바위로 바닥과 담과 가장자리를 만들고 바로 그 위에 회반죽을 바른다. 만약 큰 바위 주변에 빈틈이 있으면 회반죽을 보충하고서 역시 달구질하고, 담을 만들고, 가장자리를 만들고, 바닥에 돌알을 깔고, 회반죽 붓기를 앞의 방법대로 하여 만든다. 들못도 못이 흙으로 이루어졌든 바위로 이루어졌든 상관없이 모두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주 ‘틈 메우기[乘界]’를 민간에서는 기봉(騎縫, 이음매)이라 한다. ‘가장자리[緣]’는 못의 바닥과 담들이 합쳐지는 입[20]이다. ‘봉(縫)’은 보충한다는 뜻이다.
아래 ‘수고 3도’의 갑(甲)·을(乙)·병(丙)이 나무달굿대이고, 정(丁)은 구석달굿대이며, 무(戊)는 돌달구이다. 기신(己辛)과 기경(己庚)은 쌓은 담이고, 경신(庚辛)은 돌알을 깐 곳이다. 앞의 ‘수고 2도’의 갑을(甲乙)은 바로 ‘공동 못[共池]’이다.
생각해 보면 강가나 바닷가, 평원이나 들은 흙이 성글어 잘 무너지니 반드시 담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진(秦)이나 진(晉)과 같은 산간 지역은 그 흙이 매우 붉고 단단하여 토굴을 파고 살아도[21] 벽이 저절로 세워져 있어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런 곳에 땅을 파서 연못을 만들면 담을 쌓지 않고 바로 회반죽을 바르더라도 괜찮지 않겠는가?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못을 시험해 보았으면 한다.】

5, 바르기. 쌓기 공정이 끝난 뒤 못 바닥이 8할 정도 마르면 청소한다. 지나치게 말랐으면 물을 뿌린 뒤 바른다. 바를 때는 먼저 초제(初齊)를 쓰는데, 두께는 0.05척이다. 못이 크면 여기에 1/2을 더하여 0.075척으로 한다. 못 바닥 및 둘레는 연이어 발라 준다. 연이어 발라 주면 둘레와 바닥이 만나는 곳에 틈이 생기지 않는다. 바르기가 끝난 뒤에는 바른 곳을 목격(木擊)으로 두드려 주어서 평평하고 빈틈이 채워지도록 해야 한다. 다음 날 또 목격으로 두드려서 틈이 생기면 쇠 평미레로 평미레질을 해 준다. 초제가 말랐으면 물로 적셔 주면서 평미레질하여 틈이 없어지면 그친다. 3일째 이후에도 모두 이와 같게 한다.
초제가 6할 정도 마르면 중제(中齊)를 바른다. 중제의 두께는 초제의 1/2로 줄여서 바른 다음 역시 반죽을 두드려 주고 평미레질을 해 준다. 다음 날 이후에도 모두 이와 같게 한다. 중제가 6할 정도 마르면 말제(末齊)를 바른다. 말제의 두께는 중제의 1/2로 줄여서 바른 다음 역시 반죽을 두드려 주고 평미레질을 해 준다. 다음 날 이후에도 모두 이와 같게 한다. 말제가 5할 정도 마르면 쇠 평미레로 문질러서 틈이 생기면 물로 적셔 주면서 문지른다.
못의 둘레와 바닥, 가운데 구덩이의 둘레와 바닥, 겹못의 물구멍도 모두 이와 같게 한다. 일반적으로 둘레와 바닥이 만나는 곳과 물구멍 같은 곳은 반드시 신중하게 살펴 효과를 배가시켜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벽돌담에 회반죽을 바를 때 혹시 벽돌담이 건조해서 반죽이 잘 붙지 않으면 담에 석회물을 고르게 뿌려 흰색이 나게 하고서 석회물이 마른 뒤에 반죽을 바르면 반죽이 잘 붙는다. 일반적으로 바르기 공정은 돌못과 흙못, 들못과 집못을 만들 때 모두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두드려 주기 공정에서는 반죽을 돌처럼 단단하게 해야 하고, 문지르기 공정에서는 반죽을 기름처럼 치밀하고 거울처럼 빛이 나게 해야 한다. 바른 반죽이 단단하고 치밀하여 빛이 난다면 다시 천년만년이 지나도 물이 새지 않을 것이다.
【주 아래 ‘수고 4도’의 갑(甲)은 목격(木擊)이고, 을(乙)은 쇠 평미레이다. 일반적으로 삼화회는 쓸 수 없는 곳이 없다. 두껍게 바르고 싶으면 4번 바르거나, 5번 바르거나, 여기에 임의로 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4번 바를 때는 초제 1번, 중제 2번, 말제 1번을 바르고, 5번 바를 때는 초제 1번, 중제 3번, 말제 1번을 바른다. 말제로는 집의 담을 꾸미기도 하는데, 담에 빛이 나게 하려 할 때는 계란 흰자나 동유(桐油)를 법식대로 반죽에 개어 바른 다음 반죽을 두드려 주고 문질러 준다. 담에 색을 넣으려 할 때는 내려는 색의 물감을 기왓개미 대신 섞는다. 물감은 석재 물감이 가장 좋고 풀 물감이나 나무 물감은 가장 좋지 않다.】

6, 덮기. 집못의 덮기 공정에는 2가지가 있다. 이는 평평하게 덮기와 둥글게 덮기이다.
평평하게 덮는 덮개는 2가지가 있다. 돌판과 나무판이다. 이들 모두 평평하게 덮고서 판에 구멍을 내어 물을 푸거나 넣는다.
둥글게 덮는 덮개는 3가지가 있다. 권궁(券穹)과 두궁(斗穹)과 개궁(蓋穹)이다. 방지(方池)는 모두 권궁으로 덮지만 이 중 정방지(正方池, 정사각형의 못)는 두궁으로 덮기도 하며, 원지(圓池)에 속하는 종류는 모두 개궁으로 덮는다. 권궁은 엎어 놓은 엄쪽(두 쪽으로 나눈 어음 중 한쪽)과 같은 모양이고, 또 대나무를 자르고 그 절반을 쪼개서 엎어 놓은 모양과 같고, 양쪽의 마주 보는 빈 공간에는 담을 세운다. 두궁은 엎어 놓은 말박과 같은 모양으로, 모서리를 네모나게 하면서 네 담이 꼭지를 향하게 하되 모두 둥근 모양으로 만든다. 개궁은 우산과 같은 모양으로, 가운데가 높고 옆 둘레는 모두 아래로 드리워져 있다.
일반적으로 둥글게 덮을 때 공간은 모두 반원이고 모두 가장자리에서 위로 1척 띄워서 쌓는다. 덮개를 쌓을 때는 모두 나무를 걸쳐 올려서 덮개의 틀을 만들고서 그 모형에 의지하여 만든다. 덮개를 돌로 쌓으면 돌을 다듬어서 둥글게 하고, 벽돌로 쌓으면 둥근 틀을 따라 덮개를 만든다. 나무로 만든 틀이 없으면 돌이나 벽돌에 추제를 더하거나 덜어 바르면서 위로 갈수록 점점 좁게 만든다. 둥근 덮개의 아래에는 물구멍을 만들어 물이 드나들게 한다. 들에 있는 못에는 둥근 덮개를 덮거나 아니면 이엉을 덮어 주거나 아예 덮지 않기도 한다.
【주 평평한 덮개에는 물이 드나드는 구멍이 2개가 있다. 하나는 덮개 가운데를 차지하면서 바닥 구덩이의 위쪽에 위치하는 구멍으로, 이 구멍을 통해 구덩이에 고인 찌꺼기를 퍼낸다. 다른 하나는 못의 가장자리 근처에 있는 구멍으로, 이 구멍을 통해 물을 부어 넣거나 길어 퍼낸다. 구멍의 크기는 모두 정해진 기준이 없다.
아래 ‘수고 4도’의 병정무기경(丙丁戊己庚)은 권궁인데, 정무(丁戊)와 무기(戊己)는 방지의 양쪽 가장자리이고, 정병무(丁丙戊)는 마주 보는 벽이며, 병경(丙庚)은 권궁의 등줄기이다.
신임계자축(辛壬癸子丑)은 두궁인데, 신임계축(辛壬癸丑)은 방지의 가장자리이고, 자(子)는 둥근 덮개의 꼭지이다. 먼저 가장자리인 축신(丑辛)에 의지하여 직선으로 담을 만들되 너비를 점점 좁히고 위로 올리면서 꼭지인 자(子)로 간다. 여기서 축자(丑子)와 신자(辛子)는 모두 둥근 선이다. 나머지 삼면도 이와 같게 만들어 자(子)에서 끝맺게 한다.
인묘진오미(寅卯辰午未)는 개궁인데, 인묘미진(寅卯未辰)은 원지의 가장자리이고, 오(午)는 둥근 덮개의 꼭지이다. 옆 둘레에서 위로 갈 때는 모두 둥근 선이다. 그 전체의 공간은 구의 절반과 똑같다.
‘공간이 모두 반원이다.’는 말은 권궁의 정병무(丁丙戊), 두궁의 축자임(丑子壬), 개궁의 미오인(未午寅)이 모두 반원형이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만들면 덮개가 단단하다.
‘가장자리에서 위로 1척 띄운다.’는 말은 못 입구가 물길이 되니 못을 가로질러 들보를 놓으려 한다는 뜻이다.39 둥글게 올라가는 형세를 지금의 장인들은 ‘귤방형(橘房形)’이라 한다.】

7, 물 대기. 일반적으로 집못은 대나무나 나무를 기왓골의 낙숫물을 받는 홈통으로 써서 이를 순서대로 이어서 못에 도달하게 한다. 물이 집못에 들어가게 하려 할 때는 집못까지 가는 길목에 노지(露池, 덮개 없는 못)를 만들어 이곳에 모여드는 물을 받고 잠시 저장하고서 물속의 찌꺼기를 가라앉게 하여 앙금이 진[澱] 뒤에 집못으로 보낸다. 이때 노지의 가장자리에 물구멍을 내서 물이 집못으로 들어가게 한다. 노지의 바닥 쪽에도 물구멍을 내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게 하는데, 이때 물구멍에는 모두 물문이나 쐐기를 달아 배수를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비가 처음에 떨어질 때는 반드시 빗속에 찌꺼기가 있고, 해가 긴 여름에 내리는 비에는 반드시 몹시 심한 열기가 있으니, 이때는 노지의 아래 물구멍을 열어 물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찌꺼기나 열기가 어느 정도 빠져나가고 들어올 만한 물이 들어온다고 판단되면 아래 물구멍을 막고 위 물구멍을 열어 물을 집못으로 보낸다. 만약 노지에 물이 들어온 양이 지면과 나란해질 정도로 가득 차서 아래 물구멍을 쓸 수 없게 되면 찌꺼기를 앙금이 지게 하여 수시로 빼내 준다. 새 못을 만들면 못이 완전히 말랐는지 살펴 물을 대 주되, 새로 대 준 물은 먹지 않고 1개월이 지나 다시 물을 대 준 다음에 먹는다. 못을 2개 만들었으면 해마다 지난해에 받아 둔 물을 먹고, 못을 3개 만들었으면 해마다 받아 둔 지 3년이 된 물을 먹는다. 이렇게 항상 묵은 물을 얻어 두어야 하니, 이는 물은 묵힌 것이 좋기 때문이다.
만약 겹못을 만들면 앞의 못에 물을 주입하고 맑게 가라앉힌 뒤 가운데 담에 설치한 물구멍을 열어 곁에 있는 빈 못으로 물을 보내고서 앞 못에 다시 물을 대 준다. 이와 같이 물을 다시 저장하면 항상 맑은 물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못이 가득 차서 못 입구를 닫으면 금붕어 몇 마리를 기르는데, 이는 금붕어가 물속의 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또는 붕어를 기르기도 하는데, 이는 붕어가 물때를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들못에는 산 언덕의 물을 대므로 여러 가지 물고기를 길러도 된다. 물고기는 소나 양과 더불어 서로 잘 자라도록 돕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주 ‘앙금’은 아래에서 엉킨 찌꺼기이다. ‘노지’는 덮개를 덮지 않은 못이다. 예를 들어 아래 ‘수고 5도’의 갑을병(甲乙丙)이 노지이고, 정(丁)은 위 물구멍이며, 무(戊)는 아래 물구멍이다. ‘새로 대 준 물은 먹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는 못에 바른 석회 기운이 물에 들어가서 물맛이 나쁘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소나 양과 더불어 서로 잘 자라도록 한다.’고 말한 이유는 초어(草魚)[22]가 양이나 돼지의 오물을 먹어 살찌고 연어가 초어의 오물을 먹어 살찌는 이치와 같기 때문이다.


8, 물 긷기. 집못의 물이 깊으면 물을 끌어 올릴 때는 용미차(龍尾車)를 쓰고 물이 더 깊으면 옥형차(玉衡車)나 항승차(恒升車)[23]를 쓴다. 수차의 발을 세울 수 없으면 큰 돌을 추로 삼아 이 돌에 큰 나무를 꿰어 질러 이를 못 바닥에 설치하고, 수차의 물통을 지지할 수 없으면 못을 가로질러 들보를 걸쳐 놓고 들보에 기대어 물통을 설치한다. 수차를 작동시켜 물이 나오면 홈통을 만들어 물이 목적지에 이르게 한다. 두레박을 올리려고 두레박줄을 설치할 때에도 그 들보에서 시작하게 한다.
못의 가운데 바닥 구덩이에 앙금이 지면 흡통(噏筩, 물질을 빨아올리는 긴 통)을 만들어 그 앙금을 제거한다. 흡통은 대나무를 잘라 마디를 뚫거나, 구리나 주석을 말아 통으로 만들어서 통의 양 끝을 막고 흡통 가운데 바닥에 구멍을 내되, 이 구멍의 지름이 바닥의 1/3에 해당하게 한다. 흡통 위쪽 끝의 옆에도 구멍을 내는데, 크기가 0.03척을 넘지 않도록 해서 한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을 수 있게 한다. 흡통의 위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은 채로 흡통을 못에 넣고서 흡통이 바닥으로 이르렀을 때 위 구멍을 막은 손가락을 뗀다. 그러면 아래 구멍을 통해 흡통으로 물질이 들어오는데, 이는 모두 앙금이다. 앙금이 흡통에 다 차면 흡통의 위 구멍을 다시 손가락으로 막으면서 꺼낸 다음 흡통을 기울여 앙금을 버린다. 이와 같이 여러 번 물속에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하면서 앙금이 다 없어지면 그친다. 일반적으로 흡통을 쓸 때도 들보에 받쳐서 시작하게 한다. 들못에서 논이나 밭에 물을 댈 때도 용미·목형·항승 3가지 수차로 물을 끌어 올리며, 수차를 놓는 방법 또한 집못의 사례와 같게 한다. 못이 커서 못을 가로질러 들보를 걸쳐 놓을 수 없으면 귀퉁이에 걸쳐 놓는다.
【주 ‘발’은 용미차에서는 아래쪽 지도리를, 옥형차에서는 쌍통(雙筩)을, 항승차에서는 통 바닥[筩底]을 뜻한다.
‘통(筩)’은 옥형차에서는 중통(中筩)을, 항승차에서는 통의 상단을 뜻한다. ‘두레박줄’은 우물물을 길 때 쓰는 새끼줄이다.
아래 ‘수고 5도’의 기경신(己庚辛)은 돌에 큰 나무를 꿰어 지른 것이고, 임계(壬癸)는 못을 가로질러 걸쳐 놓은 들보이다. 자축(子丑)은 흡통이고, 인(寅)은 흡통 바닥의 구멍이며, 묘(卯)는 흡통 위쪽 끝의 옆 구멍이다. 신(申)은 들보가 못 귀퉁이를 가로질러 걸쳐 있는 모양이다.[24]

9, 보수. 못에 아무 새로운 이유도 없이 물이 새어 못을 보수할 때면 곱고 윤이 나는 돌을 빻고 체로 쳐서 석회와 같은 크기로 만들고 또한 석회와 함께 같은 양으로 만들어 팔팔 끓여 달인 물에 던져 넣어 돌가루와 석회를 섞은 뒤 햇볕에 말린다. 이를 다시 빻고 체로 친 다음 달인 물에 던져 넣는다. 이와 같이 4번 빻고 체로 친 다음 이를 우유로 반죽하여 못에 생긴 틈에 발라 준다. 혹은 생옻을 석회와 섞어서 발라 주기도 한다.
【주 ‘같은 크기로 만든다.’는 말은 곱기를 같게 한다는 뜻이고, ‘같은 양으로 만든다.’는 말은 분량을 같게 한다는 뜻이다.】《태서수법》[25][26]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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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독(瘴毒):전염병을 일으키는 사기(邪氣). 습열사(濕熱邪) 때문에 생긴다.
  2. 우르시스(熊三拔, Ursis, Sabbathino de):1575~1620. 이탈리아의 예수회 선교사. 나폴리 출생. 1606년 중국에 파송되어 북경에 머물며 선교를 했고, 수학·천문학·역학·수리학(水理學)에 능통하여 천문과학 지식 보급에 공헌했다. 저서로 《태서수법(泰西水法)》, 《간평의(簡平儀)》, 《표도설(表度說)》 등이 있다. 《태서수법》은 《본리지》 권13에서 수차인 용미차·옥형차·항승차를 소개하면서 인용하기도 했다.
  3. 출전 확인 안 됨.
  4.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207쪽.
  5. 사행(四行):본래는 유가의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뜻하나, 수고 만드는 법은 우르시스가 작성했으므로 서양 4원소설의 4원소를 사행이라고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청대(淸代) 유지(劉智, ?~?)가 1704년에 저술한 《천방성리(天方性理)》에 이슬람교의 물, 불, 공기, 흙의 4원소를 사행으로 표기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6. 우물의 형태:원문의 ‘地’는 실제 우물, 즉 바닥과 벽을 의미한다.
  7. 우물물을……않는다[井收勿冪]:원문은 《주역(周易)》 정(井)괘 상육(上六)의 괘사. 원문에는 멱(冪)이 아니라 막(幕)으로 되어 있다. 원문은 “상육. 우물을 긷고 덮지 않으면 믿음이 있어 크게 길하다.[上六. 井收勿幕, 有孚, 元吉.]”이다. 정이(程頤)의 《역전(易傳)》에서는 “수(收)는 물을 긷는 일이고, 막(幕)은 가리개를 씌우는 일이다.[收, 汲取也;幕 蔽覆也.]”라고 했다. 《주역정의(周易正義)》에도 유사한 내용이 있어 본문의 내용과는 배치된다. 해당 구절은 《태서수법》에서 단장취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8. 진(秦):현재 섬서성(陝西省) 지역.
  9. 진(晉):현재 산서성(山西省) 지역.
  10. 농(隴):현재 감숙성(甘肅省) 지역.
  11. 촉(蜀):현재 사천성(四川省) 지역.
  12. 부석(浮石):비중이 작아 물에 뜨는 돌로, 화산 분출물로 나오는 지름 4mm 이상의 암석 덩어리.
  13. 토은얼(土殷蘖):땅의 기름진 액체이다. 토굴에서 나오며 모양이 큰 말뚝 같다고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此則土脂液也, 生于土穴, 狀如殷蘖, 故名.” 《本草綱目》 卷11 〈石部〉 “土殷蘖”.
  14. 화정(火井):연료로 쓰는 천연가스가 솟아나는 구덩이.
  15. 포촐라나[巴初剌那, pozzolana]:플라이애시·화산재·현무암이나 응회암의 풍화토 등 가용성 실리카분이 풍부한 콘크리트용 미분(微粉) 혼화재(混和材)로, 로마 시대부터 건축재료로 사용했다. 주산지였던 이탈리아 포추올리라는 지명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현대에는 모르타르나 콘크리트의 가공성(加工性) 개선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16. 반(盤)으로……있다:각 변의 길이로 용적을 계산하는 내용은 〈속미〉가 아니라 《九章算術》 卷5 〈商功〉에 나온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물통, 굽은 연못, 사각 쟁반 모양의 연못, 무덤 구덩이의 용적을 구하는 문제는 모두 같은 풀이법을 쓴다. 풀이법:위 길이를 2배 곱하여 아래 길이와 더한다. 아래 길이를 2배로 곱하여 위 길이와 더한다. 위의 두 값을 각각 너비로 곱한 값을 높이 또는 깊이로 곱한 다음 6으로 나눈다. 굽은 연못은 위 가운데 둘레와 바깥 둘레를 더하여 반으로 나눈 값을 위 길이로 삼고, 아래 가운데 둘레와 바깥 둘레를 더하여 반으로 나눈 값을 아래 길이로 삼는다.(芻童、 曲池、 盤池、 冥谷皆同術. 術曰:倍上袤, 下袤從之;亦倍下袤, 一袤從之. 各以其廣乘之, 并以髙若深乘之, 皆六而一. 其曲池者, 并上中、 外周而半之, 以爲上袤;亦并下中、 外周而半之, 以爲下袤.)” 차종천 역, 《산경십서》 상, 교우사, 2006, 226~227쪽 참조.
  17. 입방(立方):《九章算術》 卷4 〈少廣〉에 나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금 부피가 1,937,5412717—척3인 정육면체가 있다. 한 변은 얼마인가? 답:12432—척. 개입방술(開立方術):부피를 나뉨수로 놓고 산가지 1개를 빌려 걷되 걸음마다 2자리씩 건너뛴다. 몫을 따져서 그것을 차산에 2번 곱하여 나누는 수로 삼고 나뉘는 수에서 뺀다. 빼고 나서 3으로 곱하고 나누는 수로 삼는다. 이를 다시 나누되 1자리 물려서 아래에 놓는다. 몫을 3으로 곱한 수를 가운데 항에 놓고 다시 차산을 아래 항에 놓는다. 이를 걸러서 가운데 항은 1자리 건너뛰고 아래 항은 2자리 건너뛴다. 다시 나뉘는 수를 놓고 몫을 따져서 가운데 항은 1번 곱하고 아래 항은 2번 곱한 뒤, 모두 덧붙여서 더한 것으로 나누는 수를 삼고 정해진 나누는 수로 뺀다. 빼고 나서 아래 항을 2배 곱하여 가운데 항과 더하여 법으로 정한다. 다시 빼고 앞서와 마찬가지로 1자리 물려서 밑에 놓는다. 세제곱근을 구하려다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은 또한 남는 것으로 한다
  18. 입원(立圓):《九章算術》 卷4 〈少廣〉,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금 부피가 164,486,643,700척3인 구가 있다. 구의 지름은 얼마인가? 답:14,300척. 풀이:부피의 척수를 16배로 곱하고 9로 나눈 값의 세제곱근을 구하면 곧 구의 지름이 된다.(今有積一萬六千四百四十八億六千六百四十三萬七千五百尺. 問爲立圓徑幾何? 答曰:一萬四千三百尺. 術曰:置積尺數, 以十六乘之, 九而一, 所得開立方除之, 卽圓徑.)” 차종천 역, 위와 같은 곳, 207쪽 참조.
  19. 난목(煖木):껍질이 두꺼운 화(樺, 벚나무)를 가리키는 것 같다. 《畿輔通志》 卷56 〈木屬〉 ‘樺’.
  20. 합쳐지는 입:원문의 ‘壓口’를 옮긴 말이다. 하지만 ‘緣’을 왜 이런 식으로 표현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21. 토굴을……살아도[陶復陶穴]:주(周)나라 문왕(文王)의 할아버지인 고공단보(古公亶父)가 가마와 토굴에서 살았다는 고사에 나오는 말이다. 이 구절에 대해 여러 설이 있어서 의미를 확립하기는 어려우나 본문의 맥락을 고려하여 옮겼다. 《시경》 〈대아(大雅)〉 “면(緜)”에 나온다.
  22. 초어(草魚):원문은 ‘鯶’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는다. 《전어지》 권4 〈물고기 이름 고찰〉 “물고기에 관한 기타 논설” ‘중국산으로 우리나라에 나지 않는 물고기’의 환어[鯇] 조에 소개되어 있다.
  23. 용미차(龍尾車)를……항승차(恒升車):용미차(龍尾車)·옥형차(玉衡車)·항승차(恒升車)에 대한 설명은 《본리지》 권12 〈그림으로 보는 관개시설〉 하에 나온다.
  24. 수고 5도’의 계유해(癸酉亥) 그림에 대한 해설이 없다. 계(癸)로 표기된 곳에 들보로 보이는 나무 같은 모양으로 볼 때 들보 임계(壬癸)를 부연하기 위한 그림으로 보이나, 《태서수법》이나 《농정전서》에도 관련 해설이 없어서 정확히 알 수는 없다.
  25. 《泰西水法》 卷3 〈水庫記〉; 《農政全書》 卷20 〈水利〉 “泰西水法” 下(《農政全書校注》, 503~515쪽).
  26.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208~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