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잡은 최루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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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4월 9일 (금) 20:16 판 (새 문서: ==설화== <pre> 최루백은 도끼를 들고 뛰기 시작했어요. 두 발은 꼬리에 불이 붙은 여우처럼 빨랐고, 당근처럼 붉어진 얼굴에는 땀방울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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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최루백은 도끼를 들고 뛰기 시작했어요.

두 발은 꼬리에 불이 붙은 여우처럼 빨랐고, 당근처럼 붉어진 얼굴에는 땀방울이 주르륵! 주르륵! 흘렀답니다.

그런데,
작은 입술이 계속 움직이면서 무슨 말을 하지 뭐에요? 귀를 대고 자세히 들었더니 이런 소리가 들렸어요.

“죽이겠소!! 아버지, 내 꼭 그 녀석을 죽이고야 말겠소!”

소년 최루백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한참을 더 달렸어요,

그리고 마침내 쉬지 않고 움직이던 그의 두 발이 멈췄어요!!
맞아요. 다섯 발자국 앞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배를 땅에 깔고 눈을 멀뚱거리며 최루백을 보고 있었지요. 

“뭐야? 쪼그만 아이잖아? 
그냥 가라, 배가 부르니 살려주마!”

호랑이는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귀찮다는 듯 다시 눈을 감았어요. 

하지만 15살 소년 최루백은 도끼를 높이 들고 이렇게 말했어요.

“네 이놈!! 내 아버지가 네놈 뱃속에 계시는데, 어찌 나 혼자 살려고 그냥 가겠느냐? 내가 반드시 너의 배를 갈라 아버지를 장사지낼 것이다!!”

호랑이는 갑작스러운 호통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어요. 그리고 아까 맛있게 먹은 남자가 이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다른 호랑이와 싸우다가 돌아가실 때 무서워서 도망을 갔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저를 찾아 왔네요.’

호랑이는 아버지 생각을 하며 최루백의 용기와 효심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어요.

“나는 살기 위해 아버지를 버렸는데, 너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버렸구나. 그래, 오늘 꼭 내 배를 갈라 아버지에게 효도하거라”

그렇게 말한 호랑이는 최루백의 도끼 아래로 고개를 내밀고 눈을 감았답니다.


몇 년 후

...
...

경기도에 있는 어느 골목길에 사람들이 모여있었어요. 
접시꽃이 달린 기다란 모자를 쓴 남자가 멋진 말을 타고 걷기 시작했죠.

그러자 구경꾼들은 오늘의 주인공을 보기 위해 뒤꿈치를 들고 목을 뺐어요.

“저기에요 저기! 호랑이 효자가 지나가요!”
“어머나, 어쩜 저리 늠름할 수 있을까? 분명 하늘도 감동하신 게 분명해”

“맞아요. 맞아! 자기 아버지 잡아먹은 호랑이를 잡아먹더니 이제 장원까지 급제했으니 하늘이 낸 영웅이 분명합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어요.
그러자, 수염이 길게 난 이장님이 무리를 향해 말했어요.

“자! 여러분! 우리 모두 마을의 자랑 최루백을 위해 만세를 부릅시다!”
“네! 좋은 생각이에요”

사람들은 다 같이 손을 들고 이장님의 구령에 따라 외쳤어요.

“최루백 만세!! 호랑이를 잡은 효자 최루백 만세!!”